이문형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한국외대 중국어학, 국립대만대 경제학 석사, 베이징대 경제학 박사, 전 외교부 정책자문관, 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문형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한국외대 중국어학, 국립대만대 경제학 석사, 베이징대 경제학 박사, 전 외교부 정책자문관, 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대조정 중이다. 중국 경제와 동반 성장해온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국제 통상 전문가이자 중국통으로 꼽히는 이문형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4월 16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언제 어떻게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을지 모른다. 사유 재산권을 보호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와 가장 큰 차이점이자 기업 성장 저해 요인이다”라며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과 중국 두 진영으로 나뉘고 있는데 한국이 뚜렷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면 미국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이유는.
“세계 제조업 불균형이다. 한 국가에 제조가 과하게 몰리다 보니 견제, 조정에 나선 것이다. 바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부품과 소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조립, 생산하는 구조로 단숨에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물론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는 세계 제조업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미국 등이 견제에 나서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2019년 기준)은 그 어떤 나라보다 높은 28.7%다. WTO 가입 전인 2000년 8.2%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2007년 일본을, 2010년 미국을 추월했다. 미국이 가만히 있겠나.”

중국 공급망 축소가 가능한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능하고, 이미 그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 유럽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며 구축한 만큼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재조정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유도하는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자국 내 생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전략 품목 공급망을 재점검하라고 명령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도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중국 시장 공략과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한 생산기지 구축을 통한 해외 진출이다. 미국과 유럽 기업 대부분은 전자가 그 이유였고, 한국과 일본·대만 기업은 후자가 많았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은 설비와 소재, 한국과 대만은 중간재를 담당하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로 중국 기업들의 전방 산업 참여도가 높아졌고, 한국과 일본·대만의 역할은 줄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응 방안은.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외 다른 지역에 공장을 짓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제는 비용 절감 등 효율만 따져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미·중 갈등 등 국가 간 충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천재지변 등 언제 어떤 위험이 다가올지 모른다.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 효율을 따지다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거기서 끝이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했는데, 베트남 등 중국 외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는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단순 생산시설을 늘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가상저장 공간)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등을 구축해 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리쇼어링한 기업 대부분이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리스크는 어떻게 최소화해야 할까.
“사석(捨石·더 큰 이득을 얻기 위해 버려서 활용하는 돌) 작전을 쓸 필요가 있다. 부담되는 돌은 버리되, 외부에서 이를 이용해 최대한 이익을 취하는 전술이다. 중국 생산기지를 가동하며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물량을 줄이든 완전히 철수하든, 그 이후 고민해야 한다. 단 투자는 리스크가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일정 부분 감소할 수밖에 없다. 2019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이미 미국의 수입선은 중국에서 멕시코와 베트남 등 아세안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한국의 중국 수출, 특히 중간재에 대한 수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변화를 고려해 한국의 산업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중국 소비재 진출 강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비재가 대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2019년 4.4%에서 2020년 5.3%로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전자상거래 등 중국 유통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소비재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세계 시장에선 중국이 미국, 유럽에 수출했다 빠진 품목을 우리가 취해야 한다. 중요한 건 중국과 같이 가격 경쟁력을 펼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고부가가치 상품에 집중하고, 중국 제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놔야 한다. 한국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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