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스톤영국 버밍엄대 명예교수 현 플리머스대 초빙교수
밥 스톤영국 버밍엄대 명예교수
현 플리머스대 초빙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서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향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의료·군사 분야에서 시작된 가상현실(VR)의 첨단 기술이 현재 전 산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만큼 널리 활용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의 움직임은 어느 분야보다 재빠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0’에서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새 플랫폼 ‘옴니버스’를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옴니버스를 통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해 전 세계 도시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사람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만들고, 다양한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7년 가상현실 플랫폼 ‘알트 스페이스’를 인수하고,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한 바 있다.

메타버스는 국방, 의료, 제품 개발, 엔터테인먼트, 교육, 관광, 금융, 방송 등 각종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술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크고 작은 기업과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뛰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뒤처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메타버스 열풍이 20년 전 닷컴 버블처럼 갑자기 꺼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에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고 금융 투자가 몰리고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고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다.

누가 메타버스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작은 스타트업에까지 지나치게 많은 투자가 몰리고 있다. 1~2년 안에 메타버스 투자 열풍의 피해자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메타버스는 최근 등장한 개념이 아니고, 확장현실(XR) 분야는 오랫동안 롤러코스터처럼 상승·하강 국면을 반복해서 지나왔다.


밥 스톤 영국 버밍엄대 명예교수가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사진 밥 스톤
밥 스톤 영국 버밍엄대 명예교수가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사진 밥 스톤

메타버스 얼리어답터 기업 되려면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메타버스에 참여하는 방법, 메타버스 시장에서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업의 의사 결정자들에게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전 먼저 살펴봐야 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소개하고자 한다.

기업이 가장 먼저 고민할 점은 메타버스 방식의 업무가 필요한지다. 메타버스를 통해 비용이 절감되거나 신제품 개발 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까, 직원의 만족도가 실제로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여기에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면 과대광고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자. 기업이 최신 트렌드에 뒤처진 것처럼 보일까 봐 메타버스를 도입하려는 것은 아닌가 고민된다면, 회사 주요 고객이나 거래처가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나 제품이 디지털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본격 생산 전에 평가를 위해 만드는 모형 제작 방법)이나 다른 컴퓨팅 기반 활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자. 만약 의존도가 높다면 기업은 과감히 메타버스에 뛰어들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또 메타버스가 줌(zoom), 구글미트(google meet), 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스(teams) 등 온라인 화상 회의 서비스보다 미래에 많은 직업이나 비즈니스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지 살펴보자. 메타버스에 접속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를 도입할 때 최신 상태로 유지하려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교육에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메타버스 활용에 대해 직원들과 상의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확장현실(XR)에 잘 적응하는 직원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도 있을 것이다. 디스플레이, 광학 기술의 발전과는 관계없이 직원 중 3~5%가 가상현실병을 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프라이버시·데이터 보안 중요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보안 체계가 구축돼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스탠퍼드대학이 500명 이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가상현실 시청 연구를 진행한 결과, 가상현실 기기는 5분 이하의 신체 움직임 데이터로 사용자를 95% 식별해냈다. 더욱 발전된 웨어러블 장비를 활용할 경우, 눈과 얼굴의 움직임, 동공의 지름, 피부 반응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보안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면, 메타버스를 업무용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데이터 때문에 관리자와 직원 사이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메타버스가 딥페이크(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에 활용되지는 않을지, 복제‧도용된 캐릭터로 인해 생겨날 잠재적인 영향과 피해는 무엇일지 고민해 봐야 한다. 가상 캐릭터와 실제 인물을 보호하는 것이 메타버스의 보급과 성공, 신뢰 확보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 또는 포털과 손을 잡을 예정이라면, 해당 플랫폼과 포털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현재까지 소비자의 피드백이나 상품 히스토리를 통해 그들의 평판을 파악하고, 그들의 제품이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자. 온라인 보안, 데이터 보호, 지식재산권(IP) 측면에서 믿을 만한지도 봐야 한다.


plus point

메타버스 시대의 그늘

안소영 기자

SM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오른쪽)와 그의 분신 카리나 아이. 사진 유튜브
SM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오른쪽)와 그의 분신 카리나 아이. 사진 유튜브

메타버스가 우리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지만, 사회적·법적 논의나 준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문제는 딥페이크 음란물이 다. 앞서 온라인 게임 ‘롤’이 게임 캐릭터를 모아 선보인 ‘K/DA’란 걸그룹이 한 사례다. K/DA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포르노가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0월 SM이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소개할 때에도 악용 우려가 쏟아졌다. 에스파가 인간 멤버 4명과 그들을 본뜬 가상세계 속 캐릭터 4명, 총 8명으로 구성된 탓이다.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진 가상 아이돌은 합성이 간편해 딥페이크 성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메타버스 내 사기나 명예훼손, 사이버불링 등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로 꼽힌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는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시시각각 그 모습이 변하고 있다”며 “메타버스에서 생기는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특정 규칙, 약관으로 완벽히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밥 스톤 영국 버밍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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