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의 성장사는 분명 놀랍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정글과 닮았다. 여럿이 뒤엉켜 먹고 먹히는 냉혹한 전장이다. 실력이 부족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태되고 만다. 그런 점에서 STX그룹과 주력 계열사들의 업종 내 경쟁력과 위상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조선부문 ‘글로벌4’

해운부문, 1등 한진 ‘맹추격’

STX그룹은 2005년에 22위(그룹 자산 기준)로 재계 순위에 처음 진입했다. 2006년 20위, 2007년 18위, 2008년 12위에 오른 후 올해 4월 발표에서는 작년과 같은 12위를 지켰다. 그룹 자산 규모는 20조7000억원. 올해 재계 순위에서 STX그룹 바로 위인 11위는 한화그룹(자산 규모 24조5000억원), 바로 아래인 13위는 LS그룹(자산 규모 12조8000억원)이다.

STX그룹은 그 동안 단순히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위상도 달라졌다. 지난 3월, 강덕수 회장은 GS그룹의 허창수 회장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되며 부회장단에 합류했다. 전경련 부회장이 되었다는 것은 보수적인 재계 오너들이 강 회장을 동급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보수적인 재계, STX를 인정하다

전경련은 매우 보수적인 조직이다. 짧은 순간 동안 의미 있는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반짝 스타’는 받지 않는다.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인만을 진짜 동료로 인정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출범한 지 10년도 안된 STX의 오너가 전경련 부회장이 되었다. 이는 내로라하는 재계의 오너들이 STX그룹을 더 이상 ‘반짝 스타’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급성장한 기업의 경우 한 동안 지켜보는데, 차입을 많이 해서 리스크가 큰 것은 아닌지, 제조업 중심이면서 국가 경제 기여도는 얼마나 높은지 등을 따져본다”며 “STX의 경우 조선과 중공업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건실하게 운영되는 기업으로 평가해 회장단에서 강 회장을 이의 없이 부회장단에 합류시켰다”고 전했다.

강덕수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단 합류와 관련해 “개인적인 영광에 앞서 어깨가 무겁다”며 “조선업계에서 처음으로 전경련 부회장단에 선출된 만큼 조선업계의 입장을 고루 헤아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룹의 두 축은 ‘조선’과 ‘해운’

STX그룹은 명실상부한 조선 해운 전문그룹이다. 따라서 STX그룹의 성장사는 주력 계열사인 조선과 해운 부문의 눈부신 성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는 해당 산업에서 경쟁을 벌이며 성장해 나가는 것인 만큼, STX그룹 주력 기업들이 소속 업종에서 어떻게 위상이 변해갔는지를 체크해 보자.

먼저 조선 부문. 법정관리 신세였다가 2001년에 STX에 인수된 대동조선은 STX조선해양으로 돛을 바꿔 단 후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글로벌 조선업종 리서치기관인 영국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인수됐던 해인 2001년에 글로벌 조선소 순위 17위였던 STX조선해양 진해 조선소는 이듬해 7위로 올라섰고, 2007년부터 5위를 이어가고 있다(단일 조선소 순위. 기준은 수주잔량).

단일 조선소가 아닌, 계열 조선소 전체를 합산한 조선그룹 순위로 계산하면 2009년 4월 현재 STX조선해양은 글로벌 4위의 조선그룹이다(한국, 유럽, 다롄 수주잔량 합산).

클락슨은 매년 단일 조선소 순위만 매기다가 2008년 하반기부터 전체 계열사를 합산한 기업 중심의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이에 변화상을 정확히 분석할 수는 없지만 출범한 지 10년도 안된 조선그룹이 세계 4위에 올랐으니, 대단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STX팬오션, 국내 해운업계 매출 2위 ‘껑충’

해운 부문의 경우, 조선업종처럼 기업의 위상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대부분의 해운사들은 벌크선(곡물, 원자재 등 건화물 운반선), 컨테이너선, 탱커(유조선), 자동차운반선 등 여러 종류의 배를 보유하고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에 특정 시장을 구분해 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완전경쟁시장이기 때문에 지역별 강자라는 개념도 별로 없다.

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글로벌 벌크선 시장에서는 매출 기준 10위권 업체다.

이에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대한해운, SK해운 등 국내 주요 해운업체들의 매출 추이를 통해 STX팬오션의 해운업계 내 위상을 짐작해 볼 따름이다.

국내 대형 선사는 크게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의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컨테이너선사(한진해운, 현대상선)들의 주요 운송 품목은 건축자재와 철근 제품이며, 벌크선사(STX팬오션, 대한해운, SK해운)들은 곡물이나 철광석, 원유 등을 수송한다.

2004년 11월에 STX그룹에 인수된 범양상선(STX팬오션)은 그 해 2조5863억원의 매출을 내며 해운 5사 중 3위를 기록했다. 1, 2위는 모두 컨테이너선사들이었다. STX팬오션은 2007년까지 2위와 차이가 많이 나는 3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벌크선 시황이 좋았던 2007년에 매출이 급증하며 2위였던 현대상선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2008년에도 성장세를 지속, 현대상선을 간발의 차이로 역전해 2위로 올라섰다(매출 2조2673억원).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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