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 ‘STX’는 시스템과 기술이 훌륭한(System Technology eXcellence) 회사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너무나도 생소했던 그 이름은 불과 6년도 안 돼 대한민국 재계 20위권에 올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기술과 시스템의 혁신, 그리고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혁신 또 혁신”…

  조선 신공법 개발 선도

하나의 도크서 1년 동안 27척 진수, 신기록 세워

2007년 개관한 STX R&D센터에서 600여 명의 연구원이 최신 선박 연구개발과 설계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통해 고선가·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STX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업계에서 ‘신공법 개발의 메카’로 불린다. 육지에서 배를 건조하는 ‘육상 건조 공법(SLS: Skid Launching System)’을 비롯해 하나의 도크에서 여러 척의 배를 동시에 진수하는 ‘세미텐덤 건조 방식(Semi-Tandem)’, 신개념 플로팅 도크 건조 공법인 ‘로즈(ROSE: Rendezvous On the Sea for Erection)’에 이르기까지 STX조선해양의 장인들이 만들어낸 혁신적 기술은 세계 조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STX조선해양이 200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LS는 통상적으로 선박을 건조할 때 이용하는 도크(dock)를 건설할 필요 없이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한 후 안벽에 연결돼 있는 스키드 바지(skid barge)를 이용해 진수할 수 있다. 작업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나 배를 만들 수 있고, 초기 시설 투자비도 적게 든다. 원가 절감과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STX조선해양은 특허 출원으로 이 신기술을 대내외적으로 제공해 전 세계 조선업계의 선박 건조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세미텐덤 건조 방식은 하나의 도크에서 4척의 배를 동시에 건조하고 2척을 동시에 진수하는 획기적인 공법이다. 생산성과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해 한 달에 2척의 배를 건조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해 1년 동안 하나의 도크에서 27척을 진수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로즈는 신개념 플로팅 도크 건조 방식으로 부유식 해상 크레인 대신 자항선(엔진이 장착된 바지선)과 모듈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선박용 블록을 탑재하는 공법이다.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플로팅 도크에 블록을 탑재하는 기존 방식은 바다 위에 크레인을 설치하고 작업하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이 따르고 작업량에도 제약이 있었다. 로즈는 선박용 블록을 자항선에 실어 플로팅 도크와 나란히 연결시킨 다음 모듈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탑재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 해상 크레인의 작업 가능량이 3000톤 미만인데 비해 모듈 트랜스포터는 7000톤 이상의 블록 운송이 가능해 선박 1척당 필요한 블록 수를 15개에서 6개로 줄여 선박 건조 기간이 기존 3개월에서 40일로 단축됐다.

STX조선해양은 마찰계수를 활용한 선(先)탑재 공법과 블록 인서트(Insert) 공법을 개발해 도크 1회전 건조 기간을 기존 35일에서 29일로 대폭 단축해 ‘1년 12회전 총 24척 선박 진수’라는 세계 기록도 수립했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STX조선해양은 연간 800억원의 추가 매출을 달성했다.



선박 디젤엔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

STX엔파코의 기술력도 세계적 수준이다. 2005년부터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 일류 상품’을 3년 연속 배출했다. 특히 선박 디젤엔진 핵심부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5년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된 선박 중속 디젤엔진용 과급기(터보 처저: Turbo charger)는 선박 디젤엔진의 연소실로 들어가는 공기량을 증가시켜 엔진의 출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출력을 기존보다 20% 이상 끌어올렸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스위스·독일계 회사를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STX엔파코는 1억달러 규모로 커지고 있는 세계 선박 디젤엔진용 과급기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목표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

역시 STX엔파코가 개발해 2006년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된 선박 중속 디젤엔진용 크랭크샤프트(Crankshaft)는 실린더에서 왕복운동을 하는 피스톤의 힘을 회전동력으로 변환시켜 프로펠러에 전달하는 핵심 기자재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23%에 달하며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STX엔파코는 이런 핵심 부품의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설비 투자를 해 왔다. 2007년 창원에 대형 크랭크샤프트를 생산하는 제2공장을 설립했다. 저속 대형 디젤엔진용 크랭크샤프트 분야의 생산설비 구축을 계기로 2010년이면 200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2008년에는 대구시와 선박 엔진 핵심부품 전용공장 신설에 투자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총 1200억원을 투자해 대구 공장을 준공하면서 창원 공장과 함께 디젤엔진 핵심 부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STX엔파코는 기술·품질·가격 모두에서 세계 최고의 선박 엔진 부품 전문기업으로 도약했다.

STX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효율성이 뛰어난 고압 발전기용 엔진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7년 연간 700만 마력의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설립했다.

 

‘직원 우선, 이익 나중’ 역발상

강 회장은 고객과 주주의 만족을 위한 선결과제는 ‘직원 만족’이라고 역설한다. 직원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주어야 회사가 잘 된다는 얘기다. STX팬오션은 국내 해운업체 중 가장 연봉이 높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인력 감축은 없다. 인력 조정 대신 영업 활성화와 재무구조 개선,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강 회장은 직원에게 ‘신나는’ 일터를 제공하고 직원끼리 창의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써 왔다. 

STX남산타워 2층 500평 규모로 마련된 피트니스클럽은 러닝머신·웨이트머신 등 총 160개의 첨단 운동기구와 실내 골프연습장을 갖추고 있다. 대추나무·살구나무·감나무 등 유실수와 화단으로 꾸며진 야외 정원 곳곳에서 직원들은 회의를 하거나 동호회 모임을 한다.

창원에 있는 직원기숙사 ‘STX창조관’을 보면 강 회장이 직원복지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국내 사원용 기숙사 중에서 최고 시설을 자랑한다. 최고급 오피스텔 같은 안락한 분위기와 편리한 부대시설이 큰 특징이다. 1인 1실 배정은 기본이고 숙소마다 책상과 옷장 등 기본 가구, LCD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을 완벽하게 비치했다. 기숙사가 아니라 호텔 같다.

감성 경영 대상은 직원을 넘어 가족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STX그룹은 임직원 가족과 협력사 가족을 초청해 문화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다양한 송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룹 내 농촌 사원 가족이 수확한 쌀을 구매하고 이를 사원 가정에 선물로 보내는 행사를 펼쳐 농촌과 임직원을 하나로 묶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일석이조의 발상이다.



8년 연속 전 계열사 무분규 타결

“노조 때문에 사업 못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강 회장의 지론이다. STX그룹은 2001년 출범 이후 8년 연속 전 계열사가 무분규, 임금단체협상 타결을 이루어내고 있다. 노사가 될 때까지 대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STX조선해양은 노사 대표가 무려 17차례나 협상을 벌여 임금단체협상 합의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노조는 임금교섭을 회사에 일임하고 노사협력을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회사가 잘 되는 것이 곧 내가 잘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무분규 임금단체협상 타결은 STX그룹 급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생산성 향상으로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상생의 노사문화는 해외 선주의 신뢰도를 높여 선박 수주 물량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 회장은 ‘선(先) 처우 개선, 후(後) 이익 경영’이라는 역발상으로 급여·복리후생·자기계발 등 모든 근무환경에서 업계 최고 대우를 지향하고 지속적인 임직원 처우 개선에 노력한 결과, 직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STX그룹은 2002년부터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협력사를 하나로 통합시킨 ‘STX멤버스’를 출범시키며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 주기 위해 국내 조선업체 중 처음으로 시행한 1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통해 협력사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출 자체가 힘든 중소기업에게는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이다.

이 밖에도 우수협력업체에 생산자금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론(Network Loan)’, 수입 부품의 국산화를 지원하는 ‘일사일품목 개선 개발 지원사업’ 등이 모두 상생을 위한 혁신 아이디어로 나온 프로그램이다.

차별화된 사회 공헌, 프로게임까지 후원

STX그룹은 2008년 국내 처음으로 다문화어린이도서관 건립에 나섰다. 3억원 규모의 건립 기금을 마련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다문화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 속에 내재돼 있는 다문화가 자연스럽게 상호 소통하는 장(場)이 되고 있다. 네팔·몽골·러시아·이란·방글라데시·태국·인도네시아·일본 등 12개국 1만여 권의 도서가 소장돼 있다.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2주간 ‘이웃사랑 자원봉사축제’도 열고 있다. 3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직접 땀 흘리며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에 동참해 봉사의 참뜻과 나눔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새기는 기간이다.

프로축구팀을 공식 후원한 것도 조선·해운 업계 최초다. STX그룹은 2006년부터 K리그 14번째 구단인 경남FC의 메인 스폰서가 됐다.

같은 해 STX그룹은 e-스포츠를 통한 신세대 마케팅으로 프로게임단 소울(Soul)을 창단하고 대회 메인 스폰서로 나섰다. STX그룹의 프로게임단 후원은 기존의 참여회사들이 10~20대 구매층을 대상으로 한 이동통신이나 스포츠 업계였다는 점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이고 참신한 시도다. 덕분에 STX그룹은 신세대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STX의 신입사원들 중에는 프로게임단 STX소울을 통해 STX를 알게 된 이들이 많다.

이임광 기업전문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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