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상승 초기…‘하반기 기회 올 것’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이하 알리안츠)의 김정우 펀드매니저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회계사 출신인 김 매니저의 첫 직장은 회계법인이었지만 오래 있지는 않았다. 다음 직장은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차이나닷컴. 여기선 기업의 최고경영자 역할까지 수행하다가 2004년 펀드매니저가 됐다. 주식시장과 연이 없던 김 매니저가 펀드업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경험’을 가진 인재를 찾던 알리안츠의 니즈에 의한 것이었다.

알리안츠의 판단에 김 매니저는 ‘고수익’으로 부응하고 있다.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증권투자신탁’이 대표적이다. 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26.78%. 벤치마크에 비해 21.39%포인트나 높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중소형주 펀드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변동성 측면이다. 중소형주는 ‘시장이 좋을 때는 좋지만 나쁠 때는 더 나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김 매니저의 펀드는 이 ‘상식’을 깼다. 대형주 펀드에 비해서도 변동성이 크지 않다. 성장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업종 분산투자로 변동성 축소

널뛰기하는 중소형주로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버티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보유한 종목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팔지 않고 기다린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중소형주라고 언제까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시장은 일종의 ‘키를 맞추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중소형주가 빠지면 대형주가 오르고, 대형주가 빠지면 중소형주가 오르면서 키를 맞춰가는 거죠. 시장이 던질 때 같이 던졌다면 두 번 죽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김 매니저는 시장의 흐름에 휩쓸리는 투자는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중소형주의 매력은 갈수록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김 매니저는 강조한다. 대형주는 구조적으로 성장성이 정체되고 있는 데다 투자자 사이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형국이어서 중소형주가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최근 20년간 호황을 지속했는데 그 배경은 주식시장의 기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연기금의 주식 비중이 늘어난 거죠. 그런데 대형주만 가지고는 불어난 자금을 다 소화할 수 없어 중소형주 비중이 늘어나고 그 결과 중소형주가 초과 수익을 내게 됐습니다. 우리 시장도 마찬가지 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퇴직연금이 확대되면 기관 장세는 더욱 강화될 테고 중소형주의 상승 탄력도 부각될 것입니다. 중소형주의 부상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중소형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해도 모든 종목이 백조인 것은 아니다. 중소형주의 부상을 이끄는 주도주를 찾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밸류에이션이라고 김 매니저는 단언한다. 가치보다 싸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더라도 저평가된 분명한 원인이 있다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정한 업종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여러 업종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업종이 가진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매니저의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증권투자신탁’의 경우 매우 다양한 종목을 편입해 놓고 있다. IT는 물론 금융, 제약업종의 종목들도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각 업종에 걸쳐 ‘무겁고 단단한 주식’에 분산투자한 것이 펀드의 안정성을 높인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중소형주 투자 포인트

1. 중소형주 장기 상승에 올라타라.

2. 자신의 투자 스타일을 지켜라.

3. 종목의 펀더멘털 이상 없다면 보유하라.

4. 중소형주 ‘대박 환상’을 버려라.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 ‘추천’

올 하반기 중소형주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김 매니저는 예상한다. 김 매니저의 ‘키높이 이론’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의 사이클이 그렇다는 것이다. 연초 이후 달음박질을 치던 중소형주의 주가가 6월 이후 2~3개월 동안 조정을 받고 대형주가 떴지만 8월 이후에는 반대의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중소형주가 몇 달 하락했다고 성급히 매도에 나서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해당 종목을 매수했을 때의 판단 근거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종목을 고를 때는 먼저 밸류에이션을 측정해 싼 것을 택해야 한다. 무조건 싼 종목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꾸준한 성장과 이익을 내면서 변동성이 적은 회사를 골라내야 한다. 단, 대박의 환상을 꿈꾸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중소형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대박’을 기대하는 경우가 적잖은데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매수할 만한 업종과 종목은 아직 많다고 김 매니저는 강조한다. 먼저 풍력주가 매력적이다. 과거의 경우엔 단조업종이 주로 각광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주조부품 기업에도 관심을 가지 것을 주문했다. 제약과 자산주도 괜찮다. 하지만 길게 보면 성장형 종목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중소형 IT주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중소형 IT주들은 대개 전방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경우가 많은데 대기업의 이익 개선이 협력업체까지 이어지는 것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IT주에 관심이 있다면 해외에 기반이 있는 등 독립성을 확보한 종목이 좋다.

펀드를 환매해 중소형주의 직접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연초 이후 직접투자자 가운데 시장을 몇 배씩 상회하는 수익을 낸 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김 매니저는 우려한다.

“사실 연초엔 ‘물 반, 고기 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어지간하면 올랐습니다. 특수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하반기는 그런 시장이 아닙니다. 어설프게 투자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괜찮다는 게 김 매니저의 판단이다. 글로벌 시장이 회복기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머징 시장이 선진국 시장을 선행하는데 연초 이후 이머징 시장은 크게 좋아졌고 선진국 시장은 최근에야 상승하기 시작했다. 선진국 시장이 좋아지는데 이머징 시장이 조정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김 매니저의 생각이다.

외국인의 동향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외국인은 한국의 IT업종이 좋으면 사고 나쁘면 팔았는데 현재 한국의 IT기업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놀라운 속도로 높이고 있다. IT업종의 활약이 커지면 외국인들은 매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김 매니저는 “국내 증시를 나쁘게 볼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지나친 기대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리 주식시장은 기조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으므로 자산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주식을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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