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시장 지배력 “더 세진다”

 “IT업종주의 본격 상승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올 초 이후 IT업종은 약 70%(KRX 정보통신 기준)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약 40%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오름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준하 하나UBS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본편은 아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의 IT 산업은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외국인 IT 매수, 일시적 현상 아니다’

정 매니저는 ‘하나UBS IT코리아증권투자신탁’이라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9.35%로 벤치마크보다 10.2%포인트 높다(8월10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은 80.22%에 이른다. 정 매니저는 “IT 섹터 전체의 높은 상승률”이 고수익률의 최대 공신이라고 말한다. 괜한 겸손이 아니다. 실제로 IT주의 상반기 상승세는 경이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종 전체의 지수 상승만으로는 이 펀드의 놀라운 수익률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정 매니저의 전략이 적중하지 않았다면 업종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 수익률을 달성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 매니저는 3~6개월 단위로 전략을 바꾸고 투자할 세부 섹터를 변경하는 전략을 썼다. 시장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이다.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후 IT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경기는 덜 타고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습니다. LCD, 반도체, 휴대전화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게임, 전력 산업, 녹색성장주를 확대했는데 지난 1분기까지 이 종목들이 효자 노릇을 단단히 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상황별로 다시 짤 수 있다는 점 자체가 IT업종의 발전된 변화상이라고 정 매니저는 강조한다. 과거 IT업종은 전 종목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서 업종이 내리막이면 수익률 하락을 피할 길이 마땅치 않았다. IT 펀드로서는 위험을 헤지 할 수단이 없어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민감하게 경기를 타는 종목이 있는가하면 덜 타는 종목이 있어 IT 섹터 안에서도 섹터 리스크를 헤지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대형주의 경우엔 기업 스스로 헤지를 하면서 변동성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이 유례없이 강해졌다는 사실이라고 정 매니저는 강조했다. 외국인들도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고 투자전략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환율 효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만을 관심의 대상으로 두었다면 이제는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측면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에서 한국의 IT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국내 IT 기업의 실적과 시장 지배력도 약해질 것이라 염려하고 있지만 정 매니저의 생각은 다르다. 가격 효과보다 힘이 훨씬 센 물량 효과가 가시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과거 1대 팔던 것을 1대 이상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경기가 되살아날수록 물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외국인들도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고 장기 매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들어왔다 곧 나갈 것이라면 우려스럽겠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닙니다. 외국인들은 경기 회복 후를 보고 IT주를 매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 매니저는 IT주 상승의 본편을 2010년 연말 이후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상승은 유동성에 기댄 측면이 강했지만 2010년 이후 소비가 살아나면 대단한 실적 향상을 시현할 것이란 기대다. 

IT업종 투자 포인트

1. IT업종의 빠른 경쟁력 강화에 주목하라.

2. 환율 효과보다 강한 물량 효과가 온다.

3. 부품주를 예의 주시하라.

4. 코스닥에도 관심을 가져라.

IT업종, 주도주 장기집권 기대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자들이 기운을 회복하고 다시 돌아온다면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정 매니저는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답한다. 경쟁에서 밀려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강하게 치고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위기가 다시 올 경우엔 아예 퇴출될 공산이 크고 경기가 회복된다면 그 수혜는 국내 기업의 몫이 될 것이란 논리다.

IT 기업들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설사 조정을 받는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정 매니저는 말한다. 특히 적립식 펀드는 위험 분산 효과가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IT 기업의 미래 실적에 대해 걱정하는 거치식 투자자라면 일부 환매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전량 매도는 자제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번 매도를 하면 재진입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려면 일부는 환매를 하고 환매한 자금을 적립식으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정 기간이 8개월 정도로 예상된다면 8개월에 나눠 재투자하는 식이다.  

“IT 기업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데다 경쟁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주도 산업으로서 역할을 할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주도주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이나 LG만 있는 게 아닙니다. 코스닥의 경우 거의 8년을 조정 받았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받은 셈입니다. 코스닥 중에 좋은 실적을 내는데도 주가 수익률(PER)이 5~6배에 불과한 기업이 많습니다. 이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중형주와 대형주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까. 정 매니저는 “국면상 대형주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장기투자를 전제로 한다면 대형주와 중형주의 수익률은 엇비슷하므로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며 “개별 종목의 실적이 오히려 주가의 등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IT 부품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정 매니저는 당부했다. 전방 IT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함께 부품 기업들의 역량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7월 이후 IT업종의 주가가 많이 빠졌는데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냐고 묻자 정 매니저는 ‘그렇다’고 답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정 후에 들어가겠다는 전략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 매니저는 “아직 고점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데다 설혹 조정을 당한다 해도 조정당한 주가가 지금보다 낮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정 불안하다면 적립식 투자라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식 비중의 확대를 주문했다.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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