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를 뜻하는 라이벌(Rival)의 어원은 강(River)에서 비롯됐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유리하도록 물을 끌어다 쓰려고 경쟁하는 사람이 라이벌의 어원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라이벌은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적’의 개념이 아니다. 강이라는 공존의 대상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맞수’의 개념이다. 그런 면에서 신세계와 롯데는 국내 유통업계의 진정한 라이벌이라 할 만하다. 두 기업은 백화점, 할인점 부문은 물론, 복합쇼핑몰, 프리미엄 아울렛, 온라인 쇼핑몰 등 전 부문으로 전선을 확대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커피, 제빵 등 식품사업과 가전 유통 등 공산품 분야에서도 롯데와 신세계는 대립각을 뚜렷하게 세우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은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제2, 제3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강(유통시스템)을 놓고 수십년째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유통 공룡의 라이벌전 3막, 4막의 격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1979년 7월 백화점업계는 호텔롯데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백화점 건립 사업이 당초 취지(외자 도입)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롯데가 신청한 사업변경 신청을 허가해주지 말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당시 국내 백화점업체들은 롯데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특정물품 판매장으로 허가받고서는 백화점과 사무실 임대업으로 사업 변경을 신청한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그해 10월 관광용 백화점을 일반백화점으로 변경, 승인해줌으로써 우리 유통사에 두 유통공룡의 대격돌이 드디어 막이 올랐다.

롯데·신세계 뉴 프런티어 전쟁

30년 이어온 숙명의 유통 라이벌

가전유통·의류·외식 등 분야마다 충돌

롯데와 신세계, 신세계와 롯데는 우리나라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메이저 유통기업이다. 1970~80년대 경제성장과 함께 큰 롯데와 신세계는 우리나라 유통사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다. 최근 2~3년 사이 두 기업은 새로운 기업환경에 직면했다. 창업주(신격호, 이병철)에서 시작된 지배구조가 각각 2세, 3세로 경영권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신세계는 3세 경영 체제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또 다른 강자 롯데는 지난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공식 선임되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는 우리나라 백화점 역사와 함께 했다. 전신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인 미쓰코시백화점이다. 1930년 일본인이 세운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지점은 한국인 박흥식이 세운 화신백화점, 지금 미도파백화점 자리에 있던 조지아백화점, 퇴계로 대연각빌딩 자리에 있었던 히리다백화점과 함께 ‘빅4’ 체제를 이뤘다. 일본이 패망한 이후 미쓰코시백화점은 미 군정소유로 돼 있다 1955년 동방생명에 인수돼 동화백화점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랬던 것이 1963년 삼성이 동방생명을 인수하면서 동화백화점은 삼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드디어 신세계가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이다. 편입 이후 상호를 바꾼 신세계백화점은 인수와 동시에 직영제체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전까지 백화점은 점포주가 임대료를 내고 들어가는 임대방식이었다. 하지만 신세계는 단일화된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돈이 들어가더라도 직영체제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신세계가 신용카드를 국내 백화점업체 중 가장 빨리 도입하고 ‘정기 세일’이라는 방식의 마케팅 활동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도 직영체제로 전환했기에 가능했었다.

진출 시기만 놓고 본다면 롯데는 후발주자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일 국교가 정상화된 지 2년 뒤인 1967년 자본금 3000만원을 들고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부터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인수합병으로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을 세운 신 회장은 1979년 반도호텔과 국립중앙도서관이 들어서 있던 소공동 일대 부지를 매입해 롯데호텔과 쇼핑시설인 롯데백화점을 열었다.

미쓰코시 경성지점에서 출발한 ‘신세계’

롯데백화점은 이후 부도심권에 위치한 전철 역사와 연계된 형식으로 백화점을 입점시키면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여기에 킴스클럽 서현점(1998년), 부평 시티백화점(1999년), 분당 블루힐백화점(1999년) 등 수도권 중대형 백화점과 대농그룹 소유의 미도파백화점(2002년)까지 인수하면서 외형 면에서 신세계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신세계는 지난 2002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 부지에 강남점을 오픈하면서 강남시대에 막을 올렸다. 신세계가 롯데와 달랐던 점은 일찍부터 할인점의 중요성을 알고 준비했다는 점이다. 1993년 11월 노원구 창동에 이마트를 개설하면서 시작된 할인점 사업은 신세계의 핵심으로 커졌다. 이러다 보니 지금도 신세계는 할인점과 백화점의 사업 비중이 7대 3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으로 할인점(이마트) 비중이 높다. 반면 롯데는 1998년 처음 롯데마트를 세워서인지 백화점 사업 부분에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중소형 백화점 인수로 덩치 키운 ‘롯데’

롯데는 2018년까지 유통부문에서만 매출 88조원 이상을 달성해 아시아 1위, 글로벌 7위 유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신세계도 지난해 5월 이마트를 신세계에서 분사시켜 독립법인으로 탈바꿈시켰다. 아울러 오는 2020년까지 이마트 매출 60조원, 신세계백화점 매출 15조원이라는 ‘렛츠고(Let’s Go) 2020’을 발표했다. 그러기 위해선 백화점의 강자 롯데는 할인점, 할인점의 강자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 비중을 키워나가야 한다. 아울러 명품관, SSM, 아울렛, 복합쇼핑몰, 해외 사업 등 신규 사업에서도 매출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도 두 기업의 치열한 격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두 회사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에서는 가전 양판점 하이마트가 M&A시장에 나올 경우 가전시장 진출을 위해 롯데와 신세계가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지난해 통큰TV와 이마트TV로 가전 판매시장에서 경쟁했던 두 기업이 함께 인수전에 나설 경우 하이마트는 올해 M&A시장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가 지난해 5월 이랜드로부터 2300억원에 인수한 53곳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름을 킴스클럽마트에서 이마트 에브리데이리테일로 바꾸고 본격 사업에 나선 것도 롯데슈퍼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롯데마트가 글로벌 완구 체인 토이저러스를 입점시키자 이마트가 비슷한 형식의 체험형 완구매장 토이월드를 마련한 것도 닮은꼴이다. 또 이마트가 가전사업 비중을 높이기 위해 가전제품에 대한 렌털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면 롯데마트는 매장 내 별도로 가전·IT기기를 판매하는 디지털파크로 승부수를 띄웠다. 계열사로 범위를 넓혀 보면 대립구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신세계가 스타벅스와 손잡고 스타벅스코리아를 설립하자 롯데가 계열사인 롯데리아를 통해 엔제리너스로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의류의 경우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널이 갭, 갭키즈를 판매하는 반면, 롯데그룹은 일본 유니클로와 세운 FRL코리아에서 SPA브랜드 유니클로를 취급하고 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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