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롯데, 신세계의 전선이 백화점, 할인점에서 프리미엄 아울렛, 복합쇼핑몰, SSM(기업형 슈퍼마켓)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이라는 전통적인 사업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두 회사는 거의 모든 신 사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신사업 분야별 경쟁구도

SSM·쇼핑몰·프리미엄 아울렛 부문서

‘너 죽고 나 살자’식 지존 싸움 한창

지난해 12월9일 롯데그룹은 5000여억원을 투자해 김포공항 국제선 주차장 터에 롯데몰 김포공항을 개장했다. 롯데몰 김포공항은 연면적 31만4000㎡에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의 국내 최대 복합 쇼핑몰이다. 롯데그룹은 이 건물을 짓기 위해 그룹 내 롯데자산개발이라는 별도 회사까지 꾸렸다. 여기에는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호텔 등이 총망라돼 있다. 주차대수만 5000대다. 지하철역은 물론 국제선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김포공항의 중심은 사실상 롯데몰 김포공항이 맡게 됐다.

롯데그룹이 롯데몰 김포공항에 그룹의 역량을 결집시킨 이유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야심작이었다면 롯데몰 김포공항은 ‘2기 롯데 신동빈 시대’ 개막을 알리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신 회장은 스카이파크였던 건물명도 롯데몰이라고 손수 작명했을 정도로 이 프로젝트에 열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몰 김포공항은 개장 이후 한 달 동안 하루 5만~6만명이 다녀가는 서울 서북권의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옛 김포공항 국내선 자리에 있는 이마트 공항점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마트 공항점은 국내 최초의 교외형 쇼핑몰로 신세계에게도 상징적인 곳이다. 연 이용객 수만 5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전국 이마트 매장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알짜배기다. 더군다나 롯데몰 김포공항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마트는 김포공항 편의시설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위세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공항공사와 체결한 임대기간은 2014년 끝난다. 신세계 측은 “공사로부터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몰의 공세적 마케팅에 밀려 신세계가 이마트 공항점을 철수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둔다.

파주 통일동산 부지 땅 놓고 신경전

롯데와 신세계는 최근 신사업 분야에서 이상하리 만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전체 규모로 치면 1위는 롯데였지만 할인점 쪽은 먼저 시작한 신세계 이마트가 독주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사업영역을 넓혀가면서 경쟁구도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009년 신세계는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 부지 내 8만6000여㎡를 확보해 프리미엄 아울렛 신세계-첼시 파주점을 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러자 롯데는 “이 땅은 당초 우리와 시행사인 CIT랜드가 20년 장기임대방식으로 계약을 추진 중이었는데 도중에 신세계가 끼어들어 토지를 매입했다”면서 “동종업체로서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신세계는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자금난을 겪은 시행사가 임대보다는 매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먼저 제의를 해온 것이며 롯데가 임대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매매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며 재반박했다.

결국 신세계는 이곳에 지난해 3월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을 열었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롯데가 신세계-첼시 파주점보다 서울에서 더 가까운 출판단지 내 프리미엄 아울렛을 지으면서 부지를 놓고 시작된 양사의 기 싸움은 2라운드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시 신세계가 파주 통일동산 부지를 매입하자 신 회장(당시 부회장)이 대노하면서 일 처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한 관련자들을 문책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번에 들어선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 역시 연면적 15만473㎡·영업면적 3만5428㎡로 국내 최대 규모다. 신 회장은 개점 이후 사장단 회의를 이곳에서 열 정도로 파주점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롯데는 올 하반기 부여 롯데리조트와 청주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여는 데 이어 내년에는 경기도 여주 신세계-첼시 1호점과 가까운 이천에 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도 맞불작전에 나서 프리미엄아울렛 3호점을 내년 하반기쯤 부산 기장군에 짓는다. 부산에 3호점이 들어서면 반대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1호점인 김해점과 전선이 형성된다. 두 곳은 공교롭게도 부산을 가운데 두고 동서로 차로 30분 떨어진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첼시 홍보팀 서찬우 과장은 “파주만 해도 롯데는 국내 브랜드 위주로 입점시켜 실상 우리와 겹치는 부분은 많지 않다”면서 “롯데가 오픈한 후에도 매출, 내방객수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합쇼핑몰과 관련해서도 롯데와 신세계의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인천, 대전 등지에서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인천에서는 신세계가 롯데에 도전장을 내민 모습이다. 신세계는 지난 1월10월 인천 청라 경제자유구역 내 16만5290㎡에 3000억원을 들여 대규모 복합 쇼핑몰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러자 2007년부터 송도국제신도시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해온 롯데는 지난 1월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롯데몰 김포공항보다 1.5배나 큰 규모의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밝혔다. 완공 시점도 나란히 2015년이어서 완공 후 두 시설 간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인천·대전에서 복합쇼핑몰 맞불

대전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비슷하다. 대전에는 이미 신세계가 오는 2015년 완공 목표로 ‘대전 유니온스퀘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구 관저동 인근 35만㎡ 부지에 들어서는 대전 유니온스퀘어에다 신세계는 프리미엄 아울렛과 위락시설이 어우러진 국내 최대의 교외형 복합테마파크를 개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1월16일 롯데쇼핑과 롯데월드가 대전시와 대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하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경쟁구도가 펼쳐졌다. 두 부지는 대전시청을 두고 남북으로 나란히 있어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롯데쇼핑과 롯데월드는 6000여억원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완공 목표시점 역시 2015년으로 앞서 계획을 발표한 신세계 대전 유니온스퀘어와 같다. 이외에도 롯데는 수원역을 재개발해 복합쇼핑몰로 지을 계획도 갖고 있다.  

물론 신세계 역시 복합쇼핑몰 부분에서 롯데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는 강하다. 신세계는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에 연면적 33만여㎡ 규모로 짓는 하남 유니온스퀘어를 복합쇼핑몰 시장에서 롯데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상징물처럼 여기는 모습이다. 2015년 완공되는 하남 유니온스퀘어에는 백화점, 패션전문관, 영화관, 공연 및 전시시설 등이 들어선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미국 유통기업 터브먼으로부터 2100만달러 투자 약속까지 받아냈다. 이 밖에 신세계는 경기도 안성 쌍용자동차 부지와  동대구역에도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짓는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한 외국계 부동산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시설은 여러 개가 인근에 모여 있으면 오히려 파이(수요)를 키우는 효과를 달성할 수도 있어 롯데와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건립 경쟁을 그다지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라면서도 “건립비용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복합쇼핑몰이 수도권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과잉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SM·창고형 매장도 대폭 늘린다

이 같은 지방시장 격돌은 이미 지난 2010년 부산에서 한 차례 벌어진 바 있다. 2009년 신세계가 롯데그룹의 안방이나 다름이 없었던 부산에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의 대형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오픈한 것이다. 이러자 롯데는 이듬해 광복점에 신관격인 아쿠아몰을 개장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두 기업 내부 속사정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광복점 신관에 롯데가 세계 최대 실내 분수를 설치한 것도 세계 최대로 등재된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맞불작전을 벌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당분간 이 같은 경쟁구도는 불가피하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지난해 5월 신세계는 이랜드가 보유하고 있던 SSM(기업형슈퍼마켓) 킴스클럽 53개점을 인수해 이마트 에브리데이리테일로 이름을 바꿔 이미 지점 수만 350개인 롯데슈퍼와의 경쟁에 돌입했다. 이전까지 신세계는 이마트의 중소형 규모 체인으로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1년까지 전국에 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수는 19개로 롯데슈퍼와 격차가 상당했다. 이마트가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4개로 늘리고 추가 건립을 검토할 태세를 보인 가운데 롯데도 내부적으로 창고형 할인매장 진출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롯데쇼핑 김민석 과장은 “지역, 진출 시기 등이 아직은 미정이지만 회원제 형태의 할인점을 시작하겠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가전 양판점 하이마트 인수자로 공히 롯데와 신세계를 지목하고 있는 것도 두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표면적으로 롯데는 하이마트 인수에 대해 기회가 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신세계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황에 비춰볼 때 롯데, 신세계 간 M&A전은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Tip l 명품업계에서 바라보는 롯데·신세계

고객 관리는 ‘롯데’·점포 운영 기획력은 ‘신세계’

명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입장에서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많을수록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며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판단해왔다. 현재 롯데백화점에는 100여개, 신세계백화점에는 80여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브랜드 수에 있어서 롯데가 많은 이유는 당연히 두 백화점 간 점포 수 차이 때문이다. 

 명품업계에서 바라보는 두 백화점의 장점은 무엇일까. 국내 대표 명품업계 관계자 20여명에게 두 백화점의 장점을 물어본 결과 롯데백화점은 ‘브랜드’, ‘고객 관리’ 등 입점 이후 관리에 만족감을 표시한 반면, 신세계는 ‘기획력’, ‘실내 인테리어’를 훌륭한 점으로 꼽았다. 한 유럽 명품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 고객 한 명이 1억원어치 가깝게 제품을 구입했는데 롯데백화점 측에서 상품권과 골프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혜택을 줬다”며 매장 운영에 만족해했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마케팅 책임자는 “롯데는 입점한 브랜드들에게  명품관 에비뉴엘 전시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줘 고객 관리행사를 열도록 하는 등 업체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신세계의 강점은 실내 인테리어가 잘 돼 있고 독립매장 공간이 롯데보다 크다는 게 다수 명품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남성명품 수트 브랜드 관계자는 “지난 9월 신세계가 강남점 6층에 남성명품 전문관을 꾸민다고 해 입점했는데 같은 성격의 브랜드들로 매장을 구성해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남점 남성명품 전문관은 16개 명품 브랜드매장과 3개 편집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매출 향상에는 어디가 도움이 될까. 명품업계 관계자들은 상당수가 롯데 쪽 손을 들었다. 한 명품가방 브랜드 관계자는 “일단 매장수가 많은 데다 정확하게 추산한 것은 아니지만 개별 점포당 방문객 수도 롯데 쪽이 많다”면서 “이는 롯데백화점의 경우 대부분이 지하철역과 같이 교통이 편리한 요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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