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는 고급 베이커리와 커피시장에서도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유통에서 시작된 자존심 싸움이 커피와 빵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특히 ‘빵 전쟁’은 딸들이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빵·커피’ 전쟁

고급 베이커리 시장은 ‘딸들의 전쟁터’

신세계 뛰어들면 롯데가 뒤늦게 추격

신세계와 롯데의 ‘빵 전쟁’은 ‘딸들의 전쟁’으로 불린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과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의 차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가 맞붙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 베이커리 사업에 먼저 뛰어든 것은 신세계였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1999년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달로와요’를 들여와 전국 10개의 신세계백화점에서 운영 중이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정유경 부사장이 2대 주주로 있는 회사다.

달로와요는 1802년 파리에서 설립된 정통 프랑스풍 베이커리로 케이크, 페스트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에 대한 200년이 넘는 노하우를 자랑한다. 자체 보유한 요리법만 8000가지 이상이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달로와요 외에도 데이앤데이, 밀크앤허니, 베키아에누보, 패이야드 등 다양한 베이커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조선호텔 외식사업부에서 넘겨받은 베이커리 카페인 페이야드는 신세계백화점 명품관에 매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전국 이마트에 빵과 피자를 독점 공급하고, 신세계백화점 등에 출점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5년 700억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운영하는 달로와요 매장과 스타벅스의 신청담역점(원안).

신세계 ‘선빵’에 고급화로 승부하는 롯데

롯데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장선윤 대표는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2010년 말 인수해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해 7월부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포숑은 120년 전통 프랑스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로 지난 1990년 롯데백화점과 계약을 맺고 전국 12개 롯데백화점 매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롯데백화점 내에서 고려당이 위탁경영하고 있었으며 특별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아니었다.

2010년 말 롯데백화점과 포숑의 계약이 만료되자 장선윤 대표는 와인 및 제과류를 제조·수입·판매하는 블리스를 설립하고 영업권을 따냈다. 장 대표는 지난해 일산·분당점을 시작으로 7개 매장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기존 점포를 고급스럽게 리뉴얼했으며 특히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부산점은 카페형 베이커리로 매장을 완전히 탈바꿈했다. 특히 고급화 전략을 표방하며 일반 제과점보다 2~3배 비싼 ‘럭셔리 빵’을 팔았다. 장 대표는 지난 2005년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 개점 작업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명품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고급 카페형 베이커리로 변모하면서 수익성은 더 좋아졌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지하매장은 지난해 7월 새 단장한 뒤 한 달 만에 2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리모델링 이전 월 평균 매출은 1억원 안팎이었다. 블리스 관계자는 “요즘도 월 평균 매출이 2억원을 상회한다”며 “고급 카페형 베이커리로 변모하면서 매출이 두 배 가량 뛰어 올랐다”고 말했다.

롯데와 신세계가 고급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미 형성돼 있는 백화점과 마트 등 안정적인 유통망을 이용해 손쉽게 프리미엄 시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적고, 그만큼 수익을 얻기도 쉽기 때문이다.

최근 이들의 베이커리 전쟁은 프리미엄 식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지난해 세계 수준의 프리미엄 식품점인 미국의 ‘딘앤델루카’를 들여와 신세계 강남점에 대형 매장을 열었다. 블리스 역시 프랑스의 프리미엄 식료품을 들여와 포숑에서 판매하고 있다.



-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지하에 있는 포숑 매장과 엔제리너스 강남역 매장(원안).

스타벅스 아성에 도전장 던진 엔제리너스

커피 사업에 먼저 뛰어든 쪽 역시 신세계였다. 신세계가 스타벅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첫 매장을 연 것은 1999년. 롯데는 그 이듬해 자바커피를 인수하며 커피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양사 간 커피 전쟁은 신세계 ‘스타벅스’의 아성에 롯데리아에서 운영하는 ‘엔제리너스’가 도전장을 던지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화여대 부근에 첫 매장을 연 스타벅스가 커피전문점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롯데는 2006년 사명을 엔제리너스로 변경하고 가맹사업을 전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엔제리너스가 사업형태로 가맹점 방식을 택한 것은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를 따라잡기 위한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특히 백화점, 대형 마트 등에서 신세계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롯데가 자존심을 걸고 스타벅스의 매장 수를 단시간 내에 따라잡기 위해서였다.

전략은 주효했다. 가맹사업으로 매장 개설속도에 탄력이 붙은 엔제리너스는 2009년 스타벅스와의 격차를 60개 안팎으로 좁혔고, 2010년에는 43개 차이로 추월했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180개의 매장을 오픈해 550호점을 일궈, 398호점을 확보한 스타벅스를 완전히 눌렀다.

매장 수에선 엔제리너스가 스타벅스를 추월했지만 매출액 면에선 아직 역부족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28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엔제리너스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업 형태의 차이 때문이다. 가맹점의 경우 직영점과 달리 매장 매출이 곧 본사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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