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CI(Corporate Identity)는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다.
그런 점에서 생김새뿐 아니라 색깔도 중요하다.CI가 어떤 색이냐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컬러 전문가들과 함께 주요 기업 CI의 컬러를 진단했다.

기업 CI컬러 분석



삼성·현대차·LG그룹 '겨울타입'

    

전통적 레드·블루에서 다양화 추세

기업의 CI에는 기업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내재돼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 비전과 문화를 공유해 한 마음으로 뭉치고, 외적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보여줌으로써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들이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투입해 CI를 개발하고 교체하는 이유다. 기업들은 새로운 도약이 필요할 때, 합병하거나 상장할 때, 새로운 혁신과 변화가 필요할 때 CI를 변경하게 된다. 기업의 CI는 주로 로고와 컬러, 아이콘 등 시각적으로 구현되고 표현된다. 한동수 한국색채연구소장은 “기업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을 정하고, 그 의미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레드와 블루에서 벗어나 CI의 컬러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기업들이 CI의 디자인뿐 아니라 컬러를 통해 자사의 가치와 감성을 전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김효진 제이컬러이미지 대표는 “CI의 컬러가 변하는 추세를 보면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고객과 가치를 공유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색이라도 톤에 따라 의미 달라

CI의 컬러를 보면 기업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다. 에쓰오일의 노란색을 보면 신나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 맥도날드의 노랑과 빨강은 멀리서 잘 보이고 맛있어 보인다.

이처럼 색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각각 다르다. 파란색이라고 해도 어떤 톤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파스텔톤의 파란색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 즐거움을 준다. 만약 파란색에 검정을 약간만 섞게 되면 젊은 감각, 패기 있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컬러의 이미지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눈다. 봄을 의미하는 색은 노랑이다. 노랑은 투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여름을 상징하는 색은 파랑과 하양을 혼합한 색이다. 가볍고 밝은 톤으로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낭만적인 이미지다. 가을은 황금색으로 명도와 채도가 낮아, 부드럽고 클래식하며 중후하다. 또 강하고, 깊고, 어두운 톤으로 원숙하며 점잖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겨울은 파랑과 검정을 혼합한 색으로 표현되는데 강렬하고 선명하다. 검정과 하얀색의 강한 대조로 도회적이며 세련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파랑·빨강이 상징하는 첨단·도약

주요 대기업의 CI 컬러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겨울·봄 타입으로 진단됐다. 대표적인 겨울 색인 파랑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삼성과 현대자동차다. 파랑은 ‘첨단과 미래’를 상징하면서 철두철미한 도전정신, 세련된 감각을 연상케 한다.

삼성은 남색에 약간의 검정이 혼합된 컬러를 사용한다. 다른 파란색보다 강렬한 색조다. 이지적인 색으로 안정감과 신뢰,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상징한다. 로고의 겨울 컬러에서 차갑고 냉철하며, 철두철미한 삼성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도 남색에 검정이 혼합된 강렬한 컬러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블루’로 불리는 이 색은 희망, 가능성, 신뢰를 상징한다. 또 강렬하고 카리스마가 있으며, 도전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빨간색을 쓰는 기아자동차, LG그룹 역시 겨울로 분류됐다. ‘빨강’은 열정과 도약을 의미한다. 눈에 확 띄며 열정적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 CI 컬러로 인기다. 기업들은 무채색보다 고급스러움을 더한다는 느낌에 빨간색을 많이 쓴다.

기아자동차는 빨강에 약간의 검정을 넣어 강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태양의 정열을 상징하는 빨간 색상을 통해 생동감 있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는 기아의 힘찬 도약 의지를 표현했다.

LG그룹의 빨강에는 자줏빛이 섞여 있다. 다홍의 레드보다는 마젠타(붉은 자줏빛)에 가까운 빨간색이다. 열정적이고 기쁨이 넘치는 색상인 빨강에 어두운 색을 약간 섞어 따뜻함보다는 열정과 힘찬 느낌이 강하다. 권위주의적인 인상을 탈피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글자체의 회색은 기술력과 신뢰감을 상징한다.

따뜻함과 감성 표현하는 오렌지색

SK그룹, 롯데그룹, GS그룹은 봄의 이미지다. SK는 기업 중심에서 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되는 시점에 가장 빠르게 CI 컬러를 바꾼 기업이다. 행복날개로 불리는 SK의 CI는 기존의 레드에 오렌지색을 추가한 것이다. 이는 역동성과 생명력에 고객감성·따뜻함을 표현한다.

롯데도 봄을 상징하는 빨강을 CI의 색으로 쓰고 있다. 감성적이며 안정적인 빨강을 사용하고 있지만 다른 빨간색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은 아니다. 푸근하면서 따뜻한 열정의 서비스가 느껴지는 섬세한 레드다.

GS그룹의 CI 컬러는 봄색인 주황, 파랑, 초록색을 기본 컬러로 하고 있다. 사람 중심, 감성 중심, 신뢰 중심이라는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신뢰와 안정의 초록색

한화·두산·현대중공업·한진그룹은 봄과 겨울이 혼합돼 있다. 한화그룹의 트라이서클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무한 진화,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따뜻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가진 오렌지색은 환희, 사랑, 행복이라는 감정을 전달한다. ‘한화’의 검정 글자체에선 겨울의 감성을 통해 신뢰가 강한 기업임을 표현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첫 번째 네모는 차갑고 냉철한 이지적인 컬러의 남색, 두 번째 네모는 가장 안정적이며 스마트한 느낌을 표현하는 파랑으로 배치돼 있다. 세 번째의 네모는 따뜻한 컬러인 초록색을 통해 이지적인 느낌과 감성의 느낌을 모두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인 색상은 정직과 신뢰, 존중을 나타내며, 이는 고객과 파트너, 직원을 배려하는 두산의 기업정신과 일치한다.

현대중공업 CI의 삼각형은 초록과 노랑을 연속으로 사용해, 안전하며 행복하게 일하는 기업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겨울의 남색을 사용해 최고, 제일이라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한진그룹의 ‘H’는 봄의 청록색으로,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또 로고체에선 겨울색인 강한 남색을 사용해 책임감 있는 프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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