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진 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도 역시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 폭락한 것은 같지만, 1997년과 2008년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1997년은 폭락 후 급반등해서 3년 만에 원래 가격을 회복하고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2008년은 아직까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1997년과 2008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인구’에서 찾고 있다. 즉, 1997년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주택 수요(구매력)로 바로 폭락에 대한 반등이 이루어졌지만, 2008년에는 바로 이런 수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08년부터 퍼지기 시작한 부동산 대폭락설이 3년이 지난 시점인 최근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도 전 올해 미국·유럽발 제2차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주변 경제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집값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고 본다. 때문에 재산이 부동산에 올인돼 있는 대다수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과연 수십 년간 한국에서 진리처럼 여겨온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된 것일까. 이런 변화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이코노미플러스>는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진단해본다. 또한 일본의 부동산 폭락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도 알아본다.

  

부동산 대폭락설 ‘불편한 진실’

1997년 vs 2008년 집값 하락 회복 수준 다르다

      

 1997년  폭락 후 3년 만에 회복 

   

 2008년  수요 없어 회복 더뎌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진 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도 역시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 폭락한 것은 같지만, 1997년과 2008년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1997년은 폭락 후 급반등해서 3년 만에 원래 가격을 회복하고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2008년은 아직까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1997년과 2008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인구’에서 찾고 있다. 즉, 1997년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주택 수요(구매력)로 바로 폭락에 대한 반등이 이루어졌지만, 2008년에는 바로 이런 수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08년부터 퍼지기 시작한 부동산 대폭락설이 3년이 지난 시점인 최근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도 전 올해 미국·유럽발 제2차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주변 경제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집값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고 본다. 때문에 재산이 부동산에 올인돼 있는 대다수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과연 수십 년간 한국에서 진리처럼 여겨온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된 것일까. 이런 변화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이코노미플러스>는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진단해본다. 또한 일본의 부동산 폭락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도 알아본다.
 

 

 

부동산 대폭락설 논쟁 ‘후끈’

“베이비부머 은퇴로 대세하락 접어들어”

  

“1~2인 가구 증가로 집 수요 늘어날 것”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경기침체 등으로 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경제위기를 맞을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는 2008년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국내 부동산시장은 10년간의 대세상승장을 마친 뒤 기진맥진한 상태라서 2011년 글로벌 경제위기는 집값 폭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연 일본처럼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대폭락이 시작된 것일까. 

우리나라 부동산의 버블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다시 전 가격을 회복하고도 계속 올라 2002년 이후 버블이 끼어 있다는 예측이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이를 조롱하듯 부동산 가격은 폭등을 거듭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예전과는 다른 강도로 전파되고 있다. 버블 붕괴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세계 경제는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 속이어서 전 세계적인 자산(부동산·주식 등) 버블 붕괴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에 대한 연이은 비관적인 전망이 이를 더욱 설득력 있게 한다. <화폐전쟁>의 저자로 유명한 중국의 쑹훙빙 환경재경연구원장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 “현 상황은 1930년대 대공황과 닮아가고 있다”며 ‘제2의 대공황’ 도래를 전망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는 지난 8월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세계경제가 더블딥(짧은 회복 뒤에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과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예견을 잇달아 적중시키며 멸망의 화신을 빗댄 ‘닥터 둠’으로 불리고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지난 8월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재정위기보다 유로존 재정문제가 더 우려된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뿐만 아니다. 실물경기도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가격이 한 달 새 20% 가까이 폭락하면서 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를 강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의 주축이었고, 부동산시장을 떠받쳐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제 곧 시작된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베이비붐 1세대의 은퇴는 우리나라 사회 전반을 뒤흔들 메가톤급 사건이다. 가계는 물론이고 거시경제 전반, 자산관리 등 금융 부문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1세대는 통상적으로 1955년에서 1963년까지 출생한 약 713만8000명의 인구를 지칭한다. 이들은 우리나라 총인구의 14.6%를 차지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견인했다고 할 정도로 이들의 수요는 많았다. 가령 1980년대 중반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소형주택 수요가 높았으며, 2000년 들어서는 이들의 선호주택 규모가 커지면서 중대형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나타나는 등 베이비붐 세대는 주택가격 결정에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그런데 자산을 부동산에 올인한 대부분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당장 생활을 위해 노후 자산을 일부 현금화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밖에 없기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에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부동산 불패신화는 깨질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손은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 상당수는 노후생활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 및 예금 등을 이용하려고 하나, 주 소득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로 낮다”면서 “보유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5~65세에 정점을 기록하고, 노후에 갈수록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이 시기를 기점으로 주택규모를 줄이고 금융자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 지난해 4월 11일 서울 상계동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 매물로 등록된 아파트 전단이 중개업소 유리창을 가득 덮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집 마련으로 집값 폭등

또 “베이비부머는 가계부채를 통해 부동산 자산을 증대시킨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소득감소에 따른 부채상환 부담 증가는 보유 부동산의 처분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내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층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주택수요 감소와 더불어 자산처분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 분당의 30평형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유현수씨(54·가명)는 2년 후 퇴직하면, 3자녀 중 2명을 분가시키고 30평형대 아파트를 팔아 20평형대로 평수를 줄일 생각이다. 그 차액을 생활비로 쓰겠다는 것이다. 유씨는 “주변에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이 많다”면서 “나와 같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면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2018년부터 본격화된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더욱이 집을 매수할 여력이 있는 30, 40대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집없는 부자로 살자>의 저자인 박홍균씨는 “주택을 주로 구입하는 30~49세 인구는 2006년을 정점으로 이미 줄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1963년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우리 반은 100명이 넘었다. 3학년 때는 초등학교 교실이 모자라 외부에 가서 수업을 받기까지 했다”면서 “교실이 부족했던 것처럼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집을 마련한 1980년대 말부터는 주택이 부족해 아파트값 폭등을 몰고 왔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인구 증가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고 그래서 집값이 올랐다는 얘기다. 따라서 인구수 감소는 자연스럽게 수요를 줄여 가격하락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을 기점으로 주택의 주 수요층인 30, 40대 연령층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수요가 줄면 공급이 초과할 수밖에 없어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게다가 인구가 줄면서 2009년을 기점으로 25~54세 실질생산인구가 줄기 시작한다. 생산성이 저하되고, 경제활력이 떨어짐은 자명하다. 이미 우리 경제는 4%대 성장도 벅찬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일본의 전체 인구는 2005년부터 줄어들었지만, 실질생산인구는 1990년대 초부터 감소했고, 이것이 일본 부동산 붕괴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일본식 L자형 장기 대폭락 가능성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도 2008년 발간한 자신의 저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서 “2015년 무렵부터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이 현실화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2008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집값 하락은 장기간에 걸쳐 침체를 면치 못하는 L자형 장기 대폭락이 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기간 일본형 침체 현상을 보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선 부소장은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3년 전 책을 발간했을 때의 스탠스는 현재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즉, 앞으로 L자형의 장기 대폭락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2013년이면 주택 수요층의 중핵을 이루는 35~55세의 연령대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시작된다”면서 “더구나 이후 주택 수요층에 진입할 ‘88만원 세대’는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매물을 받아줄 경제력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397세대(30대·90년대 초중반 학번·70년대 출생)는 집 하나를 머리에 이고 고단하고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현실은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영향은 부동산 매각이라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아 2013~2014년까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대세하락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경제성장률은 4%가량이지만 소득증가율은 1%에 그치는 가계소득이 문제”라며 “소득이 이렇게 늘지 않는데, 주택에 대한 수요가 생길 여지가 적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개인 견해임을 전제한 뒤 “집값은 소득, 가구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우리 경제가 성장을 계속한다고 가정할 때 선진국 수준의 주거환경을 만들려면 공급이 계속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면서 “결국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얼마나 제대로 주택이 공급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인구 감소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집값 폭락을 가져올 만한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면서 “부동산 대폭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2018년 이후 인구가 꺾이지만 1~2인 가구 때문에 가구수는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한다”면서 “가구수가 늘면 결국 수요가 느는 것이고 공급이 그대로라면 가격은 올라간다”고 했다. 그는 현 장세를 일시적인 하락으로 진단했으며 계속적으로 하락만 하지 않을 것이고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1~2인 가구라고 해서 티코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랜저를 탈 수도 있다”면서 “그런 넓은 차를 원하는 것처럼 1~2인 가구가 30, 40평대 아파트에 살기를 원할 수 있다. 은퇴자가 던지는 매도 물량을 그 뒤의 세대들이 다 떠앉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건물과 그 앞에 세워진 유로화 상징 조형물. 미국·유럽발 경제위기가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하락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 정책 따라 집값 변동 발생 “장기하락 없어”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하락요인이 많아 침체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정책을 운영하느냐 따라 집값 향방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자가 보유 정책을 쓰면서 집값이 많이 올랐다. 영국도 이민자 정책을 쓰면서 집값이 상승했다”면서 “이렇게 정책에 따라 집값의 변동이 생긴다”고 했다.



또 “베이비붐 세대들이 주택 규모를 줄일 것이냐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최근 주택연금(역모기지)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처분이 아니다”면서 “다만 이들이 사망하고 자금을 회수할 때 매물로 나온다. 그렇지만 역모기지 매물이 급매물로 나와서 주택시장이 하향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주택을 통해서 자산을 증식하던 때가 지났지만 자산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래서 계속적으로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도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정부정책, 인플레이션, 공급, 금리, 심리, 소득, 실물경기 등 여러 변수 가운데 인구는 한 변수에 불과하다”면서 “부동산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탄다”고 했다. 계속 하락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박 소장은 “당장 일본식 버블 붕괴가 아니라도 인구는 부동산시장에서 수요의 총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는 미래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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