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란 뜻의 신조어 ‘하우스푸어’가 우리나라에서 일반명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우스푸어는 빚을 내서 집을 산 뒤 이자를 내느라 생활비를 극도로 아끼면서 가난한 삶을 사는 사람을 말한다. 이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 고유의 ‘부동산 불패신화’가 만든 슬픈 자화상이다. 한없이 급등하는 집을 소유하려다가 그만 ‘덫’에 걸린 것이다. 부동산 대폭락론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하우스푸어의 실상, 그리고 이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만든 하우스푸어

2005년 뒤늦게 매입 나섰다 덫에 빠져

 

대출이자 감당 안 되면 바로 손 털어야



- 지난 2005년 6월 28일 부산에서 분양한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를 청약하기 위해 모델하우스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례 1

서울 응암동에 살던 박선필씨(50·가명)는 요즘 속이 타들어간다. 그는 응암동 집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이주비를 받아 다른 지역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박씨가 분양가 4억2000여만원인 109㎡ 아파트에 2011년 12월 입주하기 위해 내야 되는 부담금은 2억6000여만원이다. 그는 분기마다 2500만원씩 1억원을 대출받아 부담금(중도금)으로 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1억3500여만원을 더 내야 한다. 분기마다 빚이 계단식으로 증가해 이자비용도 7만원대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근에는 40만원대에 이른다. 아파트경비원인 그는 월급에서 이자를 내고 나면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다.

 사례 2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인희씨(40·가명)는 3년 전인 2008년 8월을 떠올리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집 1채를 보유하고 있던 그는 투자 목적으로 전세(1억3000만원)를 끼고, 빚 8000만원을 내서 급매로 나온 110㎡ 아파트를 시가보다 2000만원 싼 3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그가 이렇게 무리하게 매입에 나섰던 것은 그때만 하더라도 이 지역이 경의선 복선화로 집값이 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집값은 오르지 않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4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이마저도 더 떨어질 것 같아 괴롭다. 더욱이 매달 이자로 30여만원이 나가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2년 후에는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야 하기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사례 3  

인천에 사는 최영재씨(42·가명)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2009년 6월 그 일대 신도시 127㎡ 아파트를 4억4000여만원에 분양받았다. 2011년 10월 입주할 때 5억원은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대출 2억원을 받아 매입했지만 현재 가격은 분양가에서 5000만원이나 하락한 3억9000만원이다. 지금까지 낸 이자와 앞으로 내야 할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더 큰 문제는 대출의 5년 거치기간이 끝나면 이자 외에 원금까지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씨는 대기업에 다니지만 원리금 200여만원은 엄청난 부담이다.



- 베이비붐 이후 세대들이 뒤늦게 대출을 받아 집 매입에 나섰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을 사지 못하는 ‘하우스리스 푸어’에 문제해결의 초점을 맞추어왔다. 가령 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 등 예·적금 상품은 싼값에 아파트를 공급해 집 문제를 풀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반값아파트 공약을 지키기 위한 ‘보금자리주택’으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반면에 대출이자가 올라가면서 하우스푸어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더욱 하우스푸어가 부각된 것은 집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 주택 거래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현재 주택시장은 매수자 우위로 바뀌었다. 집값이 시가보다 크게 낮은 급매물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연평균 20만 건을 기록하다 지난해에는 14만 건으로 뚝 떨어졌다. 예컨대 경기 일산에 사는 김승환씨(56·가명)는 175㎡ 아파트를 2005년에 대출 3억원을 받아 매입한 뒤 엄청난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작년부터 아파트를 매도하려고 내놨으나 팔리지 않아 자포자기 상태다. 급매로 내놓았으면 매도할 수도 있었으나, 시세보다 5000만~1억원 낮은 가격은 매입가격과 비슷해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원리금 상환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가구’인 김씨와 같은 하우스푸어는 현재 156만9000가구(549만1000명)로 추정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30, 40대가 각각 20.1%, 13.5%로 높았고 50대 8,2%, 60대 이상은 4.3%로 비중이 낮았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중산층인 소득 3분위, 4분위가 13.9%, 12.0%로 가장 높았다. 소득수준별로 전 가구를 20%씩 5구간으로 나눴을 때 1분위가 최하위, 5분위가 최상위 계층이다. 집을 살 여력이 어느 정도 되는 중산층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매입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심각한 것은 빚, 이자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평균 총자산이 3억1105만원인 하우스푸어 가구 중 35만4000가구(38.4%)는 지난 1년간 부채가 증가했으며, 앞으로 1년간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도 22만5000가구(19.3%)에 달했다. 즉, 하우스푸어 중 빚이 늘어나는 가구가 절반이 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금리가 1% 상승할 경우, 하우스푸어의 원리금은 월평균 102만3000원에서 109만3000원으로 매월 7만원의 추가 이자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하우스푸어가 발생한 것은 저금리에다 참여정부 말기에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완화한 것도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800조원을 돌파했고, 1000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이후인 현재 30대 후반의 1990년대 초중반 학번들이 뒤늦게 집 매입에 뛰어들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우스푸어>의 저자인 김재영 MBC PD는 “30대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 초중반 학번들은 2000년대 부동산 붐으로 집값이 폭등할 때 ‘이러다 영원히 집을 살 수 없을지 모른다’는 초조감으로 2005~2006년의 수도권 2차 폭등기 때 매수에 나선 것 같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하우스푸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PD에 따르면 판교1단지 휴먼시아 매입자 통계를 보면 30대의 근저당 설정비율이 80.7%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사실 하우스푸어는 최근 현상만은 아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발발한 이후 하우스푸어가 대규모로 양산됐다. 그 당시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30%에 육박하는 금리를 내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대규모 실직상태로 소득도 없는 상황이었다. 역사가 되풀이된 셈이다.



그렇다면 하우스푸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책적인 지원은 바라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정부가 지원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봐야 한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하우스푸어는 자신들이 선택해서 투자를 한 것인 만큼 정책적인 차원의 배려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즉, 하우스푸어는 자신의 노력으로 시장에서 버텨서 살아남아야 한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인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장이 5가지 하우스푸어 탈출방법을 제시했다.



-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가락동 시영아파트.



 # 1

전세 만기 때 유입되는 전세인상분 현금을 노려라

하우스푸어들이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것은 대출이자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집값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전세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따라서 전세 만기 때 전세금을 올려 대출금을 갚는 것은 이자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가령 사례#1의 박선필씨는 전세금으로 2억5000만원 안팎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전세를 주고, 빚의 규모를 줄여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 최근 웬만한 곳은 전세금이 2년 전에 비해 수천만원씩 올라 있다. 김 소장은 “박선필씨는 현재 생활이 어려우면 매도해야 하나, 버틸 수 있다면 2~3년 후 집값이 회복된 후 매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 2

이자감당이 안 되면 지체없이 털고 나와라

집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버는 것은 투자전략 중 한 방법이다. 그러나 월수입 등 소득수준과 대출이자 등을 감안해도 도저히 무리가 되는 상황이라면 대출이자부터 줄이기 위해 빚을 내서 매입한 주택은 매각하는 것이 좋다.



김 소장은 “투자가치가 별로 없는 물건을 대출을 잔뜩 받아 구입하고 매달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내는 것은 하우스푸어로 더 깊숙이 빠지는 악순환이 되므로 불필요하거나 투자가치가 없는 집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따라서 김 소장은 “사례#2의 김인희씨의 경우 보유한 두 채의 집 중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것 하나를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 입주자 중 계약해제가 많아 한산한 인천지역 신도시 아파트. 시가가 분양가를 15%이상 밑돌 경우 계약해제를 고려해봐야 한다.



 # 3

고분양가에 물렸다면 계약해제 배수진을 쳐라

고분양가나 악성 미분양, 혹은 분양가에서 15% 이상 하락한 물량에 물린 경우, 쉽지는 않지만 과감하게 배수진을 치고 계약해제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즉, 계약금을 손해 보고 손 털고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다. 지난해 4월 영종도의 유명브랜드 아파트 계약자의 40% 이상이 계약해제를 당했다. 이 아파트는 2006년 11월 분양 당시 평균 2.8대 1을 기록하며 프리미엄이 7000만~1억5000만원까지 붙기도 했으나 2008년 이후 가격이 급락해 시세가 분양가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분양받은 청약자들이 기반시설 미비나 아파트 품질 등을 문제 삼으면서 건설사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중도금 대출이자를 집단으로 장기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자 건설사측에서 계약자들에게 귀책사유를 물어 중도금 대출을 대위변제한 후 일괄적으로 수백 세대의 계약자들의 분양계약을 해제한 것. 이는 협의해제가 아닌 강제해제의 일종으로서 계약자 입장에서는 분양가보다 15% 이상 하락한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보다는 분양대금의 10%인 위약금을 몰취당하고 계약해제를 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는데, 위 사례가 이러한 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고분양가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너무 큰 악성물량에 물린 경우라면 강제해제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계약해제 내용증명 발송 후 중도금 대출이자의 납입을 중지하고 건설사가 대납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반복하게 되면 계약해제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계약해제권은 건설사에게 있으므로 건설사의 의지나 건설사의 대위변제여력 여부 등이 관건인데, 대형건설사의 경우 대위변제 등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자금여력이 취약한 건설사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 물량을 분양받은 경우 강제해제가 쉽지 않아 신중해야 한다. 김 소장은 “분양가격에서 15~20% 하락하면 이 방법을 쓰는 것이 낫다”고 한다. 다만, “사례#3의 최영재씨는 분양가에서 10%가량 떨어진 것인데, 계약금을 포기할지 잔금을 치르고 입주해야 할지 판단하기 애매하다”고 했다.



 # 4

재건축 덫에 걸린 사람들은 차라리 새집에 살아라

재건축단지 아파트 보유자들은 추가부담금이 골칫덩어리다. 많고 적음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때문에 추가부담금을 놓고 재건축조합과 건설사 간에 밀고 당기는 다툼이 치열하다. 가령,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 아직까지 추가부담금 액수가 결정되지 않았다. 추가부담금을 내기 어려운 하우스푸어에게는 재건축이 당장 부담으로 다가온다. 방법은 추가부담금을 마련해서 입주하는 것과 팔고 다른 집을 사서 옮기는 것이다. 김 소장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그 일대의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어 추가부담금을 내는 것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즉, 추가부담금을 내고 몇 년 후 재건축된 새 집에 입주하라는 얘기다.



 # 5

가압류에 대비해 다른 자산은 미리 정리하라

#3처럼 고분양가 아파트에 물렸다면 건설사에 계약해제를 요구하고 입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중도금 대출이자를 내지 않는 경우 건설사가 대위변제를 해주는데, 건설사가 하지 않고 버티면 은행에서 분양계약자에게 가압류가 들어온다. 김 소장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부동산이나 자산을 가급적 처분하거나 정리해놓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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