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신화가 항상 우리를 지배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가격이 하향 안정화한 적도 있었다. 바로 노태우 정부 때다. 그때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킨 인물이 김종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다. 그를 만나 부동산 대폭락기가 도래할지도 모르는 현 상황에서 향후 정책방향을 진단해봤다.

  

노태우 정부 때 집값 잡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사실 부동산 정책은 필요 없어…

  

 경기 오르내리게 놔두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로 꼽았던 인물, 유력한 차기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문을 구하는 전략가,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한 경제통…. 누굴까. 바로 김종인 전 보건사회부 장관이다. 그는 각 정권으로부터 구애를 받는 슈퍼급 인재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참여해 의료보험제도를 처음 입안했고,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7년 제12대 국회의원으로서 제9차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인 헌법 119조 2항을 만든 장본인이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끊임없이 재벌로부터 견제를 받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을 지난 8월 3일 서울 부암동 개인사무실에서 만났다. 70세를 훌쩍 넘긴 그는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약속시간보다 늦게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 전화를 받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부동산정책은 어느 정권에서나 계륵과 같은 존재다. 하기도 뭐하고 안하기도 뭐한 셈이다. 김 전 장관은 먼저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각 분야 구조조정을 했어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에 1차 구조조정, 그리고 2002년 2차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죠. 그런데 2001년 터진 9·11사태 이후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정부가 경기부양으로 선회했어요. 그해 11월에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다 풀었어요.”



그는 이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투기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투기는 노무현 정부 초기까지 계속됐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사실 부동산 (규제나 활성화) 정책은 필요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경기가 하강하면 금리가 하락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투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의해 경기가 부양된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자연스럽게 경기가 오르내리게 그냥 놔두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역대 정부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를 더 큰 문제로 만들었다고 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오락가락하는 부동산정책을 펼쳤다고 꼬집었다.



“호황은 스스로 죽는다는 말이 있어요.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인식을 못했어요. 그래서 제대로 잡지를 못한 겁니다. 투기한다고 언론에 보도되니까 그때 가서 조치를 취했어요. 부동산규제 대책을 내놓은 거예요. 그런데 경기가 어려워지자 다시 경기부양에 나섰어요. 김진표, 이헌재 부총리 등이 그 주인공이에요.”



김 전 장관은 계속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다. 그는 “전공이 세금인데,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절대 못 막는다”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중과 등 세금으로 부동산가격을 잡으려고 한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한 것.



그는 “부동산 투기로 대다수 국민이 좌절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그는 “독일을 보면 경제정책을 잘 집행해서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정책을 잘 펴면 된다”면서 “반복하지만, 부동산정책은 필요하지 않다. 금리와 통화정책을 잘 조화시키면 된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현 정부의 금리정책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그는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면서 “내리면 경제가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부동산 거품 때문에 내리지도 못한다. 진퇴양난이다. 그래서 금리가 경제수단으로 전혀 작동하지 못한다”고 했다.



집값은 직장인이 자기가 살고 싶은 지역에 15~20년간 저축해 살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현재 집값은 이런 잣대로 보면 서울 강남은 물론이고, 강북도 비싸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게 부동산 부양정책을 펼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지금처럼 가면 거래활성화를 위해 다시 부동산 부양을 하겠다고 할지 모르죠. 절대 그러면 안 돼요. 부동산 투기는 일본, 영국 등 어느 나라나 똑같아요. 투기는 똑같아요. 다르다고 하는데 투기가 뭐가 달라요. 후유증도 같아요.”



부양정책을 통해 투기가 다시 살아나는 일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차기 정부에도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김 전 장관은 “국민이 집값이 올라 뇌화부동하지 않는 그런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즉, 지속적으로 살 수 있는 경제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일부 계층을 위해 경제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미래세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Tip. 헌법 119조 2항 탄생 비화 

1987년 제정시 전경련 반대 심해

김종인 전 장관은 경제민주화 조항인 헌법 119조 2항을 만들 당시의 비화를 공개했다. 헌법 119조 2항은 그동안 정부가 재계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데 밑바탕이 돼왔다.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헌법 119조 2항을 근거로 친서민 정책을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핫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조항은 1987년 헌법개정 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이던 김종인 당시 민정당 의원이 주도해 도입한 것으로 ‘김종인 조항’이라고도 불린다.



그는 “헌법 119조 2항은 재벌이 비대해지는 것을 염려해 1987년 전두환 정권 시절 12대 국회의원일 때 만들었다”면서 “재벌이 너무 커지면 사회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이 조항을 만들 때 정주영 당시 전경련 회장과 만나서 많은 논쟁을 벌였다고 했다. 그는 “정주영 회장은 그 당시 ‘왜 이런 조항을 만드느냐’며 나를 다그쳤다”고 했다. 그러나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는 “오죽하면 1992년 12월 14대 대통령선거 때 정주영 회장이 출마하면서 ‘김종인 때문에 나온다’고 했겠냐”고 했다. 그만큼 김 전 수석에 맺힌 것이 많았다는 얘기다.

 

■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1940년 서울 출생/ 58년 중앙고 졸업/ 64년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졸업/ 72년 독일 뮌스터대학 경제학 박사/ 73~85년 서강대 경제학 교수/ 89년 보건사회부 장관/ 90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제 11,12,14,17대  국회의원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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