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시니어 세대는 새로운 가치관과 경제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실버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 디자인 관련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박용환 사장(1956년생), 일본 기업 세키스이의 한국법인장인 이춘태 사장(1958년생), 세이에셋자산운용의 곽태선 사장(1958년생)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뉴 시니어에 대해 들었다. 이들의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됐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리에 묶었다.

신 소비 파워 '뉴 시니어' 시장의 판을 뒤집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여전히 팔팔하다. 자식에게 얹혀사는 ‘뒷방 노인네’로 늙고 싶지는 않다.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전수하는 데 열정적이다. 자아실현에 대한 관심도 높다. 경제력도 있다. 돈은 스스로의 노후를 위해 쓸 만큼 쓰고 싶어 한다. 재산은 상속대상이 아니라, 노후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최대한 아껴 쓰고, 모든 재산은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던 예전 실버세대와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 새로운 실버 세대인 ‘뉴 시니어 세대’ 얘기다. 뉴 시니어 세대는 이제 막 은퇴 단계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 중 중산층 그룹을 말한다. 한 달에 210만원 이상을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이다. 이들은 안정적인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소비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합리적 소비자로 통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50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였지만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나 됐다. 뉴 시니어가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태세다. 2030년에는 50대 인구 비중이 16.0%로 높아져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뉴시니어 3인이 말하는 ‘MY LIFE’  
  베이비부머 3인인터뷰

“은퇴할 나이 됐지만 열정은 은퇴하지 않았어요”



 

박용환 사장 / 이춘태 사장 / 곽태선 사장

 

50대 전용 동호회 사이트인 ‘시니어 유어스테이지(www.yourstage.com)’에서 시니어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박용환 사장은 얼핏 보면 40대 중반이다. 옷차림은 캐주얼했고, 거기에다 갤럭시 탭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옷은 직접 고릅니다. 50대처럼 보이는 옷은 싫어하고요. 백화점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매장에서 옷을 고르죠.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는 양복을 입은 기자를 보곤 “그런 옷은 나이 들어 보여 안 입는다”며 “요즘 50대의 패션 트렌드는 젊은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디자인 관련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 빗대 설명했다. “요즘 디자인 분야에서는 합리적인 복고가 유행입니다. ‘쨍’하는 새로운 것보다 가공하지 않아 투박하지만 럭셔리한 ‘러프 럭셔리’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런 제품의 디자인은 젊은이도, 시니어도 모두 좋아하죠.”



오히려 박 사장보다 더 젊은 이춘태 사장과 곽태선 사장은 정장을 선호했다. 거의 매주 등산을 즐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지만 캐주얼 의류는 드물다고 했다. 곽 사장은 “아직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캐주얼보다 정장이 편하다”고 말했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아이패드, 갤럭시 탭과 같은 태블릿PC나 아이폰,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은 시니어의 필수 아이템이다. 인터넷이나 온·오프라인의 커뮤니티를 잘 활용하는 것이 뉴 시니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박 사장은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요즘 나온 스마트폰 등은 무엇보다 화면이 커 글씨가 잘 보여 사용하기 편하다며 웃었다. “사실 나이가 든 것을 부정할 순 없죠. 눈은 나빠지고, 체력은 떨어지고, 정년을 맞아 은퇴도 해야 하고요. 그렇다고 마음까지 늙은 것은 아닙니다.”



한 달 평균 300만원 이상 소비

이들의 한 달 평균 소비지출은 300만~500만원 정도. 박 사장은 “명품을 좋아하거나, 쓸데없이 과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 평균 300만원 정도를 소비한다”며 “50대로서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데 대부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미술관을 찾거나 공연을 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곽 사장 역시 “2년 전부터 소비 트렌드가 변하기 시작했다”며 “아내는 미뤄왔던 공부를 시작해 석사과정을 마쳤고, 지난해부터는 아내와 피트니스센터를 다니며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용/어/설/명

뉴 시니어란?   이제 막 은퇴 단계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생) 중 중산층 그룹을 말한다. 한 달에 210만원 이상을 소비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중년층에 비해 비교적 많은 자산을 갖고 있어 소비성향이 높다. 뉴 시니어는 청·장년기에는 고도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활약해 성취감과 자긍심이 높고, 미래지향적이다. 건강하며, 인간관계가 원활하고 학습의욕도 높다. 또 인터넷을 잘 다루며,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활발한 사회활동이 특징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과 1학년 자녀를 둔 이 사장은 달랐다. “한 달에 지출하는 400만원 중 3분의 2 정도는 자녀들의 교육비에 투자됩니다. 사실 아이들 때문에 여행이나 취미를 즐길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요. (대학 입시를 앞둔) 때가 때인 만큼 아이들의 생활에 맞추고 있죠.”



사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이 처한 현실은 이 사장과 비슷하다. 노후를 준비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모를 봉양해야 하고, 자녀들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의 현실이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이 실시한 베이비부머 행태조사에 따르면 은퇴준비를 못한 이유로 ‘자녀 교육’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이런 점에서는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삶을 살아온 이전 실버 세대와 다르지 않다.

서서히 일 줄이며 은퇴 준비

뉴 시니어 세대라고 은퇴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뉴 시니어 세대는 젊었을 때 ‘일’밖에 몰랐다. 박 사장과 이 사장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28년째, 곽 사장은 27년째다.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활약해 자긍심이 높지만 은퇴를 앞두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이 세대의 특징이다.



이들도 은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다. 다만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곽 사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입한 연금보험과 펀드 등으로 65세 이후 매달 30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그는 “은퇴를 대비해 가입한 것은 아니었지만 향후 수령할 돈을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일찍 은퇴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지금은 디자인 관련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박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공채 1기 출신이다. 그는 지금도 회사를 경영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년을 맞은 그의 입사 동기들은 임원이나 사장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시작했다. “80, 90세까지는 일하고, 가르치는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겐 일하는 것이 노는 겁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을 계속 줄이면서 서서히 은퇴생활에 들어가는 단계적 은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로스쿨을 나와 5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고 1991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한 곽 사장도 마찬가지다. “청년이니, 장년이니, 은퇴니 하는 것들이 인생에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라고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은퇴를 고민하고 있지만 언제 은퇴해서, 어떻게 살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아요. 다른 게 있다면 일만 하던 예전보다 지금은 즐기면서 일하려고 한다는 점이죠. 돈을 더 벌려고 애쓰지는 않아요. 요즘 일 대신 가족이나 나를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재일교포 2세로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에서 두루 일했던 이 사장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4일은 밖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내 대신 설거지도 도와준다”고 말했다.



은퇴를 하더라도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도 없다. 최근 은퇴한 그들의 친구 중에서도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하겠다는 친구는 없다고 한다. 젊은이들 일자리까지 뺏어야 하겠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나누고 싶어 한다. 박 사장의 설명이다.



“은퇴한 친구들 중 제대로 노후설계를 한 친구는 없어요. 오히려 비우며 살자는 시니어들이 많아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 등의 자산을 사회에 전수하자는 것이 대세죠.”



실제 박 사장은 각종 시니어 포럼이나 커뮤니티에서 재능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시니어 포럼의 북 카페를 통해 좋은 책을 리뷰하거나, 시니어를 대상으로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샵 사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 사장은 “은퇴를 하면 한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거나,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 진출하는 것을 돕는 경영 자문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곽 사장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즐기기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활동·문화생활에 많은 투자

시니어들이 열정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박 사장이 제안한 ‘시니어 봉사 마일리지제도’가 그것이다. 시니어가 열정을 가지고 봉사활동에 참여할 경우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시니어는 마일리지로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시니어는 봉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는 시니어의 지식을 전수받는 ‘윈-윈’ 모델이라는 얘기다.



박 사장이 덧붙였다. “물론 일자리가 필요한 시니어도 있겠죠. 하지만 또 다른 많은 시니어들은 사회를 위해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어요. 정부에서 노인들에게 공공근로와 같은 일자리를 주는데,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시니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뉴 시니어 세대는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데도 능동적이다. 이러한 자아실현 욕구는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며 문화생활이나 취미활동을 즐기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종예술아카데미에는 은퇴 후 여유시간을 즐기려는 50대 수강생의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실제로 박 사장는 주말이나 평일에 아내와 함께 미술관을 찾거나 오페라 등 문화공연을 관람한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미술품을 관람하거나 공연 보는 재미가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자신의 취미생활인 우표 수집에 지난해 1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 많을 때는 2000만원어치의 우표를 구입하기도 했다.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 온 이들이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는 여행을 꼽았다. 매년 두 차례 정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 사장은 은퇴하면 아내와 함께 하는 크루즈 여행을 꿈꾸고 있다. 1년에 서너 차례 미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곽 사장은 은퇴 전에 아내와 함께 남미로 장거리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박 사장은 은퇴 후에도 지금 살고 있는 강남에서 계속 살 계획이다. 이 사장은 아내와 함께 부모님의 고향에 내려가 사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재산은 상속 대상이 아니라 노후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장시형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