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시니어 세대는 전통적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계획적인 노후대비로 든든한 경제력을 갖추고 젊은 세대만큼이나 큰 소비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니어 시장이 골드마켓으로 떠오르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도 쏟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경제력의 뉴 시니어 세대는 소비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매출의 21.3%는 50대 이상 구매 고객에서 나왔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50대 이상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7%나 증가했다. 특히 2030세대를 주고객으로 하는 영캐주얼 의류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16.1% 신장했지만, 4060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영캐주얼 의류의 매출은 20%넘게 성장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50대 이상 고객들의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신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노티즌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CJ오쇼핑의 50대 구매 고객의 비중은 20.3%에 달했다. 60대 이상 구매 고객의 비중이 5.8%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뉴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것은 헬스·레저·스포츠 용품이었으며, 그 뒤를 식품과 생활·건강용품이 따랐다.

기업들 “시니어 지갑 열어라” 잰걸음

뉴 시니어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구매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완정 시니어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뉴 시니어는 월 210만원 이상의 소비지출 능력을 가진 베이비부머”라며 “16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니어 소비 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가운데서도 기업들이 고소득층 대상의 실버타워나 건강 관련 서비스 등을 활발히 선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의 소비 규모는 2010년 117조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새로운 소비 파워로 급부상하고 있는 뉴 시니어 세대를 잡기 위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5월 본점 8층에 ‘시니어 토탈 편집샵’을 오픈한다. 2007년 8개월 정도 운영하다 철수한 이후 4년 만이다. 그만큼 시니어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TV홈쇼핑에서는 뉴 시니어 세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맞춤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첫 방송된 CJ오쇼핑의 ‘헤리티지 클럽’이 그것이다. 헤리티지 클럽은 비교적 높은 연령대의 고객들이 많이 시청하는 아침 6시에 편성돼 럭셔리 크루즈 여행, 마담 의류, 실내 운동기구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첫날 판매된 샴푸형 염색제는 동일 시간대 다른 제품보다 20% 정도 많이 팔렸다.

뉴 시니어 세대는 최신 스타일의 옷과 화장품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는 일찌감치 시니어 시장을 개척해 왔다. 제일모직의 르베이지, 더 베이직 하우스의 ‘디아체’, 형지어패럴의 ‘라젤로’ 등이 뉴 시니어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완정 대표는 “뉴 시니어 세대는 자신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면서도 ‘노인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은 싫어한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들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뉴 시니어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가꾸고 스스로에게 투자한다. 운동, 여행, 레저 등 건강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도 원한다. 서울 종로 낙원상가에서는 4050세대를 대상으로 한 색소폰과 통기타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권도 뉴 시니어 잡기에 고심

뉴 시니어 세대는 이전 세대들이 예금 위주의 금융상품에 의존한 것과 달리 펀드, 보험,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보다 베이비붐 세대가 앞선 미국이나 일본 금융회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2005년에 은퇴준비를 위한 재무계획 서비스를 제공했다. 은퇴자금 계산, 은퇴 교육, 개인퇴직계좌(IRA), 세제혜택 안내 등을 해주는 전용상담 데스크를 두고 있다. 역모기지론, 연금간병 특약 등 다양한 연금상품도 마련했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2004년부터 ‘단카이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새로운 부유층으로 규정하고 전용 자산운용 상담 점포와 전담 자회사를 운용하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제2의 출발 응원플랜’,미쓰비시UFJ증권의 ‘단카이클럽’ 등 단카이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회원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니혼생명의 전문의 소개 서비스, 야마토생명의 손자 용돈지급 보험 등 맞춤형 상품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국내 금융회사도 뉴 시니어 세대를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시니어를 위해 상품 설명 자료를 큰 글씨와 이미지 위주로 하거나,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도 메인화면 위주로 단순하게 구성하는 것이 그 예다. 특히 한 보험사의 경우 50대 뉴 시니어 고객을 전담할 콜 센터 직원으로 50대 여성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래 시니어파트너즈 상무는 “노년층을 위한 재무 설계뿐만 아니라 건강 여행 레저와 같은 비재무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니어타워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니어타운 하면 서울 주변도시 조용한 곳에 지어졌고 숙박이나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만 제공했다. 하지만 활동적이며 경제력 있는 뉴 시니어들이 도심에서 기존의 사업과 커뮤니티, 취미활동을 지속하면서 시니어타운은 도시 한복판으로 옮겨지고 있다. 또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외에도 전문가들이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에서부터 취미에 이르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에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50대 뉴 시니어들의 시니어타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 통과 이전에는 60세 미만인 시니어들은 시니어타운을 매매, 증여 또는 임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티에이징 시장 급성장

뉴 시니어 세대는 젊음을 지속시키는 미용, 건강과 관련해서도 많은 투자를 한다.

화장품 시장에서도 줄기세포 배양물을 넣은 잔주름 개선 및 피부 재생용 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의 매출이 지난 수년간 30%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오히려 젊음을 되찾으려는 ‘다운에이징’ 바람까지 불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003년 선보인 한방브랜드 ‘후’는 중년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니어 마케팅으로 매년 30~40%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의 전체 매출에서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요즘 성형외과에는 생기 있고 젊은 외모로 가꾸려는 여성 시니어들로 붐비고 있다. 동안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내면의 젊음만큼 외적인 젊음을 원하는 시니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얼마나 건강하면서 품위 있고 아름답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50대 남성들도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다. 50대 대학교수인 서씨. 그는 거울을 볼 때마다 노화로 생긴 주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젊은 제자들과 수업을 하다 보니 외모에 신경 쓰여 남모르게 속앓이를 했다. 그는 최근 성형외과를 방문해 주름치료에 효과가 있는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받기로 했다.

박원진 원진성형외과 원장은 “대부분의 50대 이상 고객은 여성들이었는데 최근 남성 고객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 ‘꽃중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듯 중년 남성들 사이에 젊음을 되찾으려는 트렌드가 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여행상품의 가장 큰 소비계층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4회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한 사람들의 비중도 이들 뉴 시니어 세대가 가장 높다. 최근에는 럭셔리 크루즈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김원경 롯데관광 크루즈사업부장은 “젊은 사람들이 저렴한 크루즈여행을 가는 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고급 크루즈여행은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 시니어에 대한 분석 세심해야 ‘성공’

이러한 뉴 시니어는 거대한 소비시장일 뿐만 아니라 고령인구에 대한 통념을 바꾸는 시대 변화의 선두이기도 하다. 뉴 시니어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다양한 취향을 갖고 있어 기업은 이들의 니즈를 면밀히 연구해 마케팅과 상품 개발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형래 상무는 “우리나라도 뉴 시니어 세대를 위한 마케팅을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시니어들의 니즈는 백이면 백 전부 제각각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세심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화점에서는 50대 고객의 구매비중이 갈수록 늘고있다(위). 50대 여성이 금융관련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뉴 시니어는 더 이상 노약자가 아닌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세대입니다. 복지의 대상도 아니고요. 식품이나 패션에 대한 선호도 젊은 세대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이런 뉴 시니어들은 향후 실버세대의 트렌드를 이끌고 대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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