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은 확실히 하향 안정세다. 하지만 집을 사고파는 거래량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침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문제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서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는 12월 1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의 대 부동산정책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권 교체 직후 ‘하락’ 2 대 ‘상승’ 1

대선 직후 김영삼(92년 12월) 0.19% ‘하락’→ 김대중(97년 12월) 0.93% ‘하락’ → 노무현(2002년 말) 0.29% ‘상승’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여당과 야당의 시각이 큰 만큼 차기 대권의 향배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운명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그렇다면 선거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나 될까.

1차원적으로 말하면 대선 자체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상징적일 뿐 수치상으로는 별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부동산 시장에는 ‘대선 프리미엄’이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대로 결론 내리기에는 뭔가 허전한 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바로 공약이라는 정책의 무게 강도에 따라 곧바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결국 대선이라는 무대의 전면이 아닌 장막 뒤에 있는 공약이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대선과 대선 공약, 부동산 시장. 결국 공약이 중간 매개체로 작용하면서 공약의 방향이 규제 완화냐, 규제 강화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향배가 달라지는 종착역에 도달하게 된다.

대선은 ‘미풍’, 공약은 ‘태풍’급 효과

우선, 정책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대선은 인물 대결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일반적으로 덜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기에는 역대 대선과 부동산 가격이 그리 관계가 깊지 않았다는 점, 차갑게 식은 시장 동향과 여당의 강력한 주택 안정 대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이 ‘선거 대망론의 허구’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전이 치열해지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개발 공약 내지는 규제 완화 등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수도권 표를 의식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지방 민심을 얻기 위해 국토 균형 발전 차원의 개발 드라이브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연장선상에서 부동산 시장 활황에 심리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정 인물의 대선 출마가 개발 기대 심리를 일으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로 인한 정반대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다가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역대 선거철 아파트 값 상승 미미

지난 1990년 이후 굵직굵직한 선거로는 1992년 말 대선과 1994년 지자체 선거, 1996년 총선, 1997년 대선 등을 꼽을 수 있다. 2000년 이후에는 2000년 총선, 2001년 지자체 선거, 2002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대선만 갖고는 선거와 아파트 값의 연관성을 얘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총선과 지자체 선거를 망라해 판단하는 게 좀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 자리를 꿰찬 지난 1992년 12월 전국 집값 평균 변동률은 -0.19%였다. 전달인 11월도 0.34%가 떨어졌다. 당시 집값은 선거가 있은 지 두 달 뒤인 2월에 1.84%를 나타내 상승세로 반전했으나 3월부터는 다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지자체 선거가 있었던 1995년 서울 집값은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조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그 해 지자체 선거 직후 서울 집값은 전달 대비 0.42%(강남 0.53%, 비 강남 0.12%)를 기록했다. 특히 당시 봄 이사철이 끝나고 본격적인 비성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였는데도 지자체 선거 공약에 따른 기대 심리가 강세장을 이끌었던 것이다.

이후 가격은 같은 해 8월에도 비교적 높은 수치인 0.88%를 나타냈지만 가을 이사철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10월조차 -0.86%를 나타낼 정도로 월 상승률이 곤두박질쳤다.

이밖에 1996년 총선 때도 변동률은 0.23%로 사실상 보합세에 머물렀다. 또한 IMF 구제금융 속에 국민의 정부가 탄생한 1997년 12월에도 서울 아파트 값 변동률은 -0.93%를 기록해, 뜨겁게 달아오른 선거 열기도 외환위기 한파를 녹이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강남 집값은 -1.61%, 비 강남 집값은 -0.39%의 변동률을 각각 기록했다.

2000년 4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도 아파트 값을 움직이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4월 당시 서울 아파트 값 변동률은 -0.65%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역대 대통령 중 부동산 투기에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02년 12월에는 서울 아파트 값이 0.29% 오른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이뤘다. 이는 전달 서울 아파트 값 변동률 0.11%보다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당선 한 달 후인 2003년 1월에는 서울 집값 변동률이 -2.89%를 기록해 하락세로 반전했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2002년 12월 3.3㎡(1평)당 1814만원이던 아파트 값이 한 달 새 1711만원으로 100만원가량 큰 폭(-5.72%)으로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이상에서만 놓고 본다면 대선과 부동산 값의 함수관계는 ‘밋밋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점을 대선 당월이 아닌 대선 D-6개월에서 D+6개월로 바꾼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역대 3개 정권 교체기를 대입해보면 두 번이 올랐고 한 번이 떨어진 정반대 결과로 귀결된다.

김영삼 후보가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기 6개월 전인 1992년 6월 서울의 아파트 3.3㎡(1평)당 가격은 544만원이었다. 그러나 대선 6개월 후인 1993년 6월 가격은 557만원으로 소폭 상승했었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는 대통령 당선 6개월 전인 2002년 6월 3.3㎡당 935만원에서 대선 6개월 뒤인 2003년 6월엔 1086만원으로 뛰어 ‘폭등’을 기록한 셈이다. 반면 김대중 정부 출범 시점인 1998년은 IMF 특수 상황이라 3.3㎡당 가격이 703만원에서 560만원으로 ‘폭락’했지만 대선과의 함수 관계 때문이라는 해석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렇듯 대선과 부동산의 상관관계는 시점에 따라 ‘상승’ 혹은 ‘하락’이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선거 공약, 아파트 값에 미치는 영향 커

한편 강북 개발, 청계천 복원 등 적극적인 서울 개발 공약을 내놓았던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지난 2002년 6월에는 서울 아파트 값이 1.71% 상승했다. 특히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오름세가 가팔라 6월 2.08% 상승한 강남 집값은 7월에는 4.80%, 8월에는 5.88%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비 강남권은 1.09%, 1.55%, 2.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선거와 집값을 연계시킨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그 연관성은 미미하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나온 각종 부동산 공약과 부동산 가격을 연상시키면 상황은 정반대다. 특히 공약이 현실화되면 아파트 값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태풍 급이다.



부동산 실명제 시행에도 상승


지난 1997년 국민의 정부가 공약한 분양가 자율화가 단적인 예다. 1998년부터 분양가 자율화가 소형 아파트까지 확대 실시되기 직전 서울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479만원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전면 자율화 이후 2006년까지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364만원으로 매년 18.49%에 이르는 폭등에 가까운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10년간 전용면적 85㎡(25.7평) 아파트 기준으로 분양가가 무려 2억8000만원 가까이가 오른 셈이다.

경기도의 경우 3.3㎡당 354만원에서 981만원으로 627만원이 올라 연평균 17.7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분양가도 지난 10년간 3.3㎡당 312만원이 오른 777만원으로 연평균 6.72%의 변동률을 보였다.

이 같은 신규 아파트 고분양가 책정은 주변 아파트 값 상승을 부채질 했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아파트 값이 3.3㎡당 700만원에서 1545만원으로 뛰어 연평균 12.06%가 올랐고, 경기 7.74%(498만원→884만원), 울산 6.85%(232만원→382만원), 인천 6.14%(337만원→543만원), 충북 4.51%(229만원→332만원), 충남 4.28%(274만원→391만원), 대전 3.96%(348만원→486만원), 대구 3.58%(345만원→469만원), 강원 3.05%(224만원→292만원) 등을 기록했다.

아파트 전세가도 3.3㎡당 서울이 연평균 7.65%(315만원→557만원), 울산 6.93%(159만원→270만원), 대전 6.40%(162만원→265만원), 인천 6.15%(175만원→282만원), 대구 6.08%(189만원→267만원), 경기 5.68%(227만원→356만원) 등으로 매년 물가 상승률 이상의 오름세를 보였다.

부동산 실명제 시행으로 명의신탁 등을 통한 편법 탈루를 원천봉쇄한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재임 중 서울 아파트 값이 3.3㎡당 23%(567만원→700만원)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부동산 실명 전환에 따른 세 부담 증가가 고스란히 매매가에 얹혀 지면서 결과적으로 농지 및 주택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대규모 신도시 조성 사업에 따른 자재난, 부실시공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준농림지 위주의 소규모 택지에 아파트 건립이 쏟아지면서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현상 위주의 단편적인 정책이 당장 집값을 잡을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그 부작용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2001년 지자체 선거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공약도 주변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성동구 하왕십리동 청계 벽산아파트 112㎡ 경우 2001년 6월 당시에는 1억9000만 ~ 2억원선이었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에 따른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가격이 뛰기 시작해 현재는 3억8000만 ~ 3억6000만원선에 이르고 있다.

선거 공약이 아파트 값으로 이어진 사례 중 백미는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대선 공약으로 대전 지역 아파트 값은 2003년 한 해 동안 3.3㎡당 40%(320만원→444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행복도시 토지 보상금이 주변으로 흘러들면서 이 지역 땅값도 곱절 이상 뛰어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선거라는 대 이벤트를 통해 낙후한 지역을 개발하는 비전 자체이자 공약에 대해선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실행 방식에 있다. 섣부른 개발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무작정 투여해 개발하는 방식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일본이 그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개발 공약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결국 개발 공약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투기 수요 조기 적발 등의 시스템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선 프리미엄이 가진 자들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그들만의 축제(?)로 이어져선 안 된다. 이는 부작용일 뿐이다. 전 국민이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대선 후보들이 가져야 할 책임의식이 아닐까 싶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편집장(본부장) / 사진 : 황정은 조선일보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