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에 은빛(실버) 바람이 불고 있다. 시니어타운은 지난 몇 년간 분양시장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지만 관련 법 개정과 행복한 노년생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움츠렸던 기지개를 한껏 펼칠 기세다. 병원들과 연계된 건강관리 시설에 국한돼 있던 개발 콘셉트도 180도 달라졌다.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부동산 부문

여가보다 치료·요양에 촛점 맞춘

첨단 도심 시니어 타운 ‘분양 열풍’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시니어 복합주거타운 ‘더 헤리티지’는 지난 3월 11일 입주민을 위한 ‘주현미 디너쇼’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 입주민이 참석해 초대가수 노래에 열띤 함성으로 흥을 한껏 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20~30대 못지않은 열기였다는 게 더 헤리티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 헤리티지는 이 같은 입주민 행사를 1년에 비정기적으로 수차례씩 갖고 있다.



더 헤리티지의 인기 비결은 분당에 있어 서울, 수도권을 오가는 데 지리적으로 편리한 데다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60~70대 노년층이 함께 지내도 재밌는 일과를 보낼 수 있다. 현재 더 헤리티지는 83㎡(25평)가 4억원, 132㎡(40평)가 7억원, 172㎡(52평)가 11억원, 195㎡(59평)가 14억원, 228㎡(69평)가 16억~17억원에 분양되고 있다. 보바스기념병원과 연계된 의료서비스에 대한 입주민의 만족도도 높다.



2년 후 구입을 희망할 경우에는 초기 분양가로 구입할 수 있다. 중간에 임대를 해지하면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임대는 최장 5년까지 가능하며 관리비는 3.3㎡당 8000원 꼴이다. 



더 헤리티지의 성공 비결을 보면 앞으로 시니어타운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기존 실버주택은 수도권 교외에 위치한 시니어타운 시설이 대부분이었다. 은퇴 후 여가생활보다는 치료, 요양 등에 포커스를 더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국내 시니어타운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삼성그룹이 수원에 ‘노블카운티’를 건립하면서부터다. 100% 임대방식으로 공급된 노블카운티 성공은 시니어타운이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시니어타운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노블카운티만 해도 수원에 있어 서울로 오가기에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도심 한가운데 시니어타운을 짓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국대 야구장 부지를 개발해 지은 ‘더 클래식 500’이다. 지난 2009년 6월 국내 최고 ‘프라이빗 시니어 소사이어티(Private Senior Society)’를 표방하면서 오픈한 더 클래식 500은 현재 A동(50층, 231실) B동(40층, 211실)의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2, 7호선 건대입구역 바로 앞에 있는 데다 롯데백화점, 이마트, 영화관 등 생활편의시설이 단지와 바로 연결된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를 이용해 서울 강·남북을 오가기에 편리하며 바로 앞 건국대병원과 연계된 의료서비스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건국대입구역 ‘더 클래식 500’ 개발

이곳 역시 분양방식이 아닌 임대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주자격은 60세 이상이나 부부 중 1명이 60세 이상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5년 기간 보증금은 8억원, 2년은 8억4000만원이며 모두 원금보장형으로 퇴거 시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또 5년 계약에 한해 역모기지형 상품을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보증금 8억원을 담보로 공동관리비 약 100만원을 역모기지로 충당하게 되면 약 20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월 관리비는 120만원 수준이다.



시설은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생활리듬 적응형 실내공조 시스템은 특허까지 획득해 온도, 습도, 환기, 냉난방 등을 생활패턴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건국대학교 병원과 연계한 ‘선진 예방 의학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의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입주민들의 호응을 얻는 이유다. 더 클래식 500에 입주하면 전담 주치의부터 간호사와 영양사, 물리치료사, 운동 처방사까지 전문 인력이 개인별 맞춤식 건강, 운동, 영양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 준다. 이 밖에도 더 클래식 500 안에 있는 와인 바에서는 와인강습을, 북카페에서는 보이차와 한방 전통 차 강좌를, 메디컬 서비스를 담당하는 라이프케어에서는 기억력 감소 예방 및 향상을 위한 훈련법, 스파를 이용한 건강관리요법, 피부관리 강좌 등을 수시로 열고 있으며, 월 2회를 ‘문화데이’로 지정, 클래식음악, 뮤지컬, 가곡, 미술 등 다양한 분야 명사들을 초청 강연회를 열고 있다.



‘명지 엘펜하임’은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뒤편에 위치한 시니어타운으로 관동의대 명지병원과 연계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2년 임대이며 추가로 2년씩 재연장할 수 있다. 139㎡(42평) 보증금이 1억4700만원, 159㎡(48평)가 1억6800만원, 188㎡(57평)는 1억9950만원이다. 월 관리비는 139㎡가 95만원, 159㎡는 107만원, 188㎡는 128만원이다. 송도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서울타워, 강서타워, 분당타워, 가양타워 등 서울 수도권 총 4곳에 들어서 있다. 각 지역별로 임대규정이 영구임대, 10년, 7년, 5년임대로 세분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월 관리비는 47만~113만원까지 다양하다.



정동 경향신문 뒤편에 위치한 ‘정동상림원’도 분양 중이다. 188〜399m²로 분양가는 3.3m²당 2100만〜3000만원 선이다. 인근에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과 5호선 광화문역 등이 있다. 입주민이 원할 경우 생활도우미 서비스, 의료서비스 등도 제공된다. 관리비는 3.3㎡당 1만~1만2000원 선이다. 상림원 관계자는 “도심에 있으면서 주변 주거환경이 쾌적해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노인복지법 개정 50대도 입주가능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시니어타운 관련법인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돼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시니어타운에는 60세 미만도 입주가 가능해지며 일반인에게도 양도 및 임대를 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2008년 8월 4일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시니어타운은 입소 자격이 없는 60세 미만인 자에게 매매, 증여 또는 임대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그동안 일괄 매각 방식으로 분양되던 상당수 시니어타운들이 고전한 것도 분양대상을 60세 이상으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60세 이하 뉴 시니어들도 얼마든지 시니어타운에 입주할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이들 도심형 시니어타운은 50대 뉴 시니어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리비만 내면 세탁, 청소 등 집안일 전체를 대행해 주기 때문에 50대 주부고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는 게 분양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기영 럭셔리홈갤러리 대표는 “관련법 개정으로 이미 지어진 도심형 시니어타운에 입주하려는 수요가 늘 것”이라면서 “매입 후 전월세로 임대하는 것도 괜찮은 투자법”이라고 설명했다.



Tip 미국은 시니어타운 천국

미국에서 시니어타운이 등장한 것은 지난 1960년 부동산 개발 업체 델웹사가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서 12마일 정도 떨어진 목화밭 지역에 대규모 타운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선 시티(Sun City)로 명명된 이곳은 모든 부동산 개발 업자들에게 교과서로 통한다. 현재 선 시티 주변에는 비슷한 시설이 여러 채 들어서면서 거대한 시니어타운을 이루고 있다. 선 시티의 성공으로 델웹사는 세계적인 시니어타운 개발 업체로 성장해 지금은 미국 내 21개 주에서 100여개의 시니어타운을 개발, 운영 중이다.



개념도 다양하다. 미국은 시니어타운을 가리켜 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Active adult Community), 인디펜던트 리빙(Independent living), 어시스트 리빙(Assist living), 라이선스드 리빙(Licensed living) 등으로 구분하는데 건강한 50~70대들이 사는 공간이 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라면 라이선스드 리빙은 치매, 중풍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년층들이 노후와 치료를 병행하는 주거 공간이다. 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에 사는 사람들이 치료보다는 자신들만의 편안한 노년 생활에 초점을 맞춘다면 라이선스드 리빙은 건강관리와 재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입주시설도 다소 차이가 난다. 라이선스드 리빙은 간병인들이 입주민 한 명씩을 책임지며 재활, 치료 등 의료 시설의 비중이 높은 데 비해 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는 여가 활동과 관련한 시설들이 주류를 이룬다. 골프장 수영장 헬스장은 기본이며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짜여 있느냐는 각 시설의 비교 우위를 결정짓는 중요 기준이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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