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불황으로 소형차의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소형차 생산라인을 없앤 일부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전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일까.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중대형 및 RV(레저비히클)들이 급부상할까. 천만의 말씀. 이젠 친환경 ‘그린카’를 내놓지 못하면 아예 자동차 산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메이커답게 그린카 개발 경쟁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하이브리드는 ‘맛보기’…

수소연료전지차로 ‘진검승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지난 4월 ‘2009 서울모터쇼’에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7월부터 국내 도로를 주행할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LPI 엔진기술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시킨 친환경 하이브리드카다.

이 차의 핵심기술은 운전 시 구동력을 보조하는 모터, 전기에너지가 저장되는 배터리, 배터리의 고전압을 구동모터로 공급 및 제어하는 인버터, 배터리의 높은 전압을 차량의 오디오나 헤드램프에 사용할 12V 전원으로 바꿔주는 직류변환장치 등 네 가지다. 현대·기아차는 이 네 가지 기술을 모두 독자개발 및 국산화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원천기술력을 확보했다.

또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는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적용했다.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주로 기존 하이브리드카에 적용되는 알칼리계 니켈수소(Ni-MH) 타입에 비해 무게가 35% 가볍고, 충돌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 4중 안전설계로 안전성까지 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8월에 선보일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모두 1600cc의 감마 LPI HEV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14마력(ps), 최대토크 15.1㎏.m의 강력한 동력을 발휘하며, 15㎾의 모터와 무단변속기를 적용해 17.8㎞/ℓ의 연비를 실현했다는 게 현대·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가솔린 유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비가 무려 36㎞/ℓ라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모 언론에서 도요타가 출시하는 제3세대 프리우스의 연비가 1ℓ당 38㎞라고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반떼나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게임이 안 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 10월 국내에서 출시되는 프리우스의 한국식 연비는 대략 1ℓ당 25㎞ 안팎으로 아반떼 및 포르테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각국마다 다른 연비 측정 방법을 쓰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내년 쏘나타·로체급 중형차 하이브리드로 북미 노크

현대·기아차는 올해 준중형급 LPI 하이브리드카 출시에 이어 내년에는 쏘나타와 로체급 중형차 하이브리드카로 북미 그린카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이들 차종엔 저속 단계에서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풀 하이브리드(Full Hybrid)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들 중형차 하이브리드카는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60∼70%가량 연비가 향상된 20㎞/ℓ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정밀전자제어기술을 바탕으로 한 클러치 접합방식, 연비와 양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6단 변속기 채택 등으로 도요타 등 경쟁 메이커와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의 양산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3만 대의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고 2018년까지 50만 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기반으로 일반 가정에서 플러그에 꽂아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를 2013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는 친환경 그린카로 가는 과도기 차종에 불과하다고 보고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더욱 적극적이다. 예컨대 수소연료전지차가 휴대전화라면 하이브리드카는 반짝 나타났던 ‘시티폰’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환경 측면에서 보더라도 하이브리드카는 사용량이 적을 뿐 여전히 가솔린을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일으킨 전기를 모터동력으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대신 무해한 물을 배출하는 그야말로 ‘친환경차’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조영우 연구개발 총괄본부 팀장은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국내 최저인 99g/㎞로 매우 친환경적인 자동차”라고 설명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시범운행 중

현대·기아차는 현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시승행사를 하고 있다. 수소에 대한 공포를 줄임과 동시에 친밀도를 높여 향후 양산에 따른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수도권 인근의 4개 지역 서비스센터에서 250여 명이 시승했다고 한다. 현대·기아차 이경헌 수원 서비스센터장은 “예상과 달리 시승한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범으로 수소연료전지버스를 운행 중이다. 특히 6월초 경기도 전곡항에서 열린 보트행사 시 수소연료전지버스를 운행,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양산을 시작으로 2018년 3만 대, 2030년 100만 대의 수소연료전지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의 50만 대 양산이 이루어질 경우, 관련 생산 유발 효과는 7조원에 이르고, 3만7000여 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 100만 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2030년, 신규 고용 창출 8만8000여 명, 생산 유발 효과는 1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tip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시승기

가속 페달 밟자 ‘킥다운’ 없이 ‘씽씽’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카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린카다. 공해 배출이 제로(0)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개발도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다. 투싼, 모하비,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가 양산하고 있는 RV에 장착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시승행사를 벌이고 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수소연료전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6월16일 수원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선 하루에 10~15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시승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액화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얻은 전기로 모터를 구동시키는 자동차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전기 외에 물이 발생한다. 가솔린 또는 디젤을 연소시켜 엔진을 구동시키고, 공해를 배출하는 기존 자동차와는 사뭇 다르다.

시동을 거는 방식은 기존 자동차와 같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에 키를 꽂고 돌리니 작지만 ‘윙’하는 소리와 계기판에 ‘READY’라는 녹색등이 켜졌다. 이 또한 시동을 걸면 ‘부르릉’ 소리를 내던 엔진자동차와 다르다. 녹색등을 보지 않으면 시동이 걸렸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소음이 적다. 지하철이 정거장에 정차했을 때와 같다.

주차된 시승차를 후진시키려고 운전대를 조작하니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든다. 기존 디젤 또는 가솔린 투싼(1.5t)보다 0.5톤이 무겁다고 동승한 현대차 직원이 귀띔한다. 뒤 트렁크 하단에 탑재한 수소연료전지 등의 무게 때문이다. 그러나 상용화되는 2012년엔 수소연료전지의 부피가 줄어들어 지금보다는 무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현대차 직원의 부연 설명이다.

도로로 나와 가속페달을 밟자 미미하지만 ‘윙’하는 소리와 함께 속도가 높아진다. 변속기가 장착된 일반 차들은 가속페달을 빠른 속도로 깊숙이 밟으면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저속기어로 변속되는데 이를 ‘킥다운(kick down)’ 현상이라고 한다. 이때 잠시 속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모터로 구동되는 시승차는 킥다운 현상 없이 속도가 시속 140㎞까지 거침없이 올라간다. 동승한 현대차 직원은 제원상 시속 152㎞가 최고속도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순간 ‘soc’라는 계기판의 바늘이 일시적으로 뚝 떨어졌는데, 이는 저장된 전기가 속도 상승으로 방전되고 있음을 뜻한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파워는 전기모터이므로 ‘cc’가 아닌 ‘㎾’로 표기한다. 시승차는 100㎾다. 시범운행중인 수소연료전지버스는 200㎾라고 한다.

연료는 물론 수소다. 3.7㎏의 수소가 350bar의 압력으로 압축돼 있다. 이 정도면 300㎞를 달리 수 있고, 금액으로 치면 10년 전 LPG 요금인 1만5000원 정도다. 이 차가 상용화 되려면 LPG 충전소처럼 수소 충전소가 먼저 전국에 설치돼 있어야 한다.

일반 시승 고객들이 “LPG보다 강력한 수소를 달고 다니는데 위험하지는 않느냐”고 자주 묻는다고 한다. LPG 차량보다도 2중3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위험 걱정은 말라고 회사측은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차의 가격은 아직 개발단계에 시험적으로 만든 것이라 3억원에 이르지만 상용화되는 2015년께는 250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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