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사업 확장하고

  조선·해운, 사업구조조정 필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STX(옛 쌍용중공업)는 주식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인수했다. 쟁쟁한 경쟁자였던 한진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을 제치고 단돈 1000억원으로 사들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이 인수는 경쟁자들에게는 아쉬움으로, STX그룹에게는 그룹 탄생의 계기가 되는 엄청난 사건으로 기록된다.

그 이후 STX그룹의 신화가 이어졌다. STX팬오션(범양상선)의 인수, 중국 대련조선소 진출, 세계 최고 수준의 크루즈 조선소인 아커야즈 인수까지 10년 전의 STX와 재계 12위인 현재의 STX그룹을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는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했다.

STX그룹이 이렇게 신화적인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물론 성공적인 인수합병(M&A)과 이를 위한 효과적인 의사결정 등이 주요 요인이었겠지만, 필자가 생각할 때, 시기적으로 ‘조선·해운의 빅 사이클을 탔다’는 데에서도 중요한 성장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과도한 벌크선 비중 개선해야

조선·해운 산업은 2002년 말 이후 중국의 공업화와 이에 따른 해상 물동량 증가 그리고 탱커의 이중선체 의무화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호황 사이클을 경험했다. 수주량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고, 운임은 저점 대비 몇 배가 상승했으며, 선박 가격 역시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바로 이 시기에 조선·해운 산업에 올인한 STX그룹은 그 승수효과를 만끽할 수 있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 형국이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호황을 지속하던 조선·해운 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 경기가 하락하면서 ‘수주 제로와 운임 급락’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TX그룹의 과제는 무엇일까.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향후 STX그룹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다른 조선소와 마찬가지로 STX조선이나 대련과 STX유럽(아커야즈)조선소 등 STX그룹의  조선 부문은 거의 1년 가까이 수주가 부진한 상태이다. STX팬오션도 2009년 1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TX그룹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조선·해운 업황이 나쁠 때의 타개책이다. STX그룹의 매출은 대부분 조선·해운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호황기에 급속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조선·해운업 호황은 수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초대형 호황이었으며, 그런 호황을 기대하며 현재의 영업구조를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고 판단된다.

특히 과도한 벌크선 비중에 따른 위험을 해결해야 한다. 선종을 다변화하든지, 아니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룹 내의 한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 조선소들의 경쟁우위 요소를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단행, 경쟁력을 한층 더 키워야 한다. 또 조선·해운업에 편중된 사업구조 자체를 다변화하는 것을 포함해 조선·해운 불황기에 대비한 장기적인 밑그림도 그려내야 할 시점이다.

불황에 대비한 재무구조도 구축해야 한다. 조선과 해운은 사이클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불황을 대비해야 하고 불황기에는 호황을 준비해야 한다. 그만큼 견실한 재무구조는 필수다.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헐값에 선박을 구입할 수 있고, M&A도 가능하다. 그동안 STX그룹은 확장일변도의 성장 정책을 취해왔다. 필요에 따라서는 레버리지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장기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이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주요 계열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은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현재의 주요 사업 부문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STX그룹에는 에너지 부문이 있다. 이 부문을 과감하게 확장하고 조선해운 부문은 구조조정해야 한다. 물론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요구된다는 판단이다. 최근 해양 사업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인력관리와 연구개발(R&D) 부문 역시 그룹 내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 확장 벗어난 장기 전략 있어야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 없느냐다. 이런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Economic Scale) 달성’과 ‘일관생산체제 확보를 통한 경쟁력 우위’라는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는 STX그룹은 위기 극복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을 보자. 장치산업인 조선 산업에서 기본적인 경쟁력은 설비의 경쟁력이다. 이미 STX조선은 단일 조선소로는 세계 5위권이며, 계열사들을 포함하면 세계 4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조선 기업 중 하나다. 선종은 PC선부터 크루즈와 같은 여객선 그리고 벌크선, LNG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박을 건조하고 있으며, 생산기지는 지역적으로도 경남 진해에서 중국 대련 그리고 유럽까지 포진해 있다. 지역적, 선종별 다각화의 틀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향후에는 단순한 규모 확대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경쟁력 우위 방안을 찾고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역량을 중심으로 수요 감소에 맞춘 일정 부분의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일관생산체제를 확보하고 있는 점도 STX그룹의 강점이다. 엔진에서 중공업, 선박부품 그리고 엔진 자재까지 선박용 주요 기자재를 생산하고 있다. 조선업의 수요 산업인 해운업도 아우르고 있다. 게다가 해운사의 수요 산업인 에너지 산업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이러한 점들은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성장 체제의 기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사업 확대에 따른 핵심인력 관리와 조선·해양업의 기반기술에 대한 투자는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조선 산업의 사이클은 2010년 이후에나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중소형 조선소나 중국 조선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량 우위에 있는 STX그룹에게는 1~2년의 구조조정 기간은 위험인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다. 현 위기 상황이 다음의 사이클에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