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뒤숭숭하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시장이 격변에 휩싸일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안간힘을 다해 시장을 회생시키려던 정부의 노력이 허사로 끝날 것인가.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때와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시기가 맞물려 있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터에 부동산 거래마저 실종된 상황이다보니 자산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된 예비 은퇴자들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자산 재분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대세 상승기는 끝난 만큼 단순 시세차익 요령의 투자보다는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부머 부동산 투자 어떻게 해야 하나

대출 활용 부동산 투자 ‘물건너 가’

 

주택규모 축소 등 자산 재조정 시급



- 전셋값 상승은 하반기 주택시장의 중요변수다. 사진은 서울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단지들.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자산 구성에 있어 부동산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통계청의 2010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40대 가구주의 경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7%였고 금융자산은 25.8%, 기타 실물자산은 3.5%였다. 조만간 은퇴 대열에 합류할 50대는 부동산의 비중이 78.6%에 이르고 금융자산과 기타 실물자산은 각각 18.7%와 2.7%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인 부동산으로의 편중이 심하다보니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말처럼 겉으로는 집을 보유하고 있어도 과도한 채무로 인해 생활이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 꽤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시장이 대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어 베이비붐 세대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8월 둘째 주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 값은 3주 연속 보합세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현재까지 상황이다. 앞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예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동산시장은 글로벌 위기 직후 동반 침체기에 돌입한 뒤 2~3년 후 시장을 회복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다시 상승기류를 탔기 때문이다. 만약 2008년 금융위기가 해결기미를 잡아갔다면 올해나 내년부터는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재상승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 모든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서울, 수도권 일대는 부동산114 조사 결과처럼 별다른 영향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그동안 호황을 기록하던 부산, 광주 등 지방 부동산시장은 주가 폭락 이후 수요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보통 악재가 터지면 강남은 15일, 서울은 60일이 지나야 시장의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시장이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는 9월 강남 집값 시장의 추이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선택의 폭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자산 재조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장경영 선임연구원은 “유주택자 베이비붐 세대가 부동산 자산을 재조정할 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역모기지론과 주택규모 축소”라면서 “결혼 후 자녀 독립으로 주택규모를 줄이려는 경향이 많은데 최근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주택수요가 바뀌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하반기 매매시장의 최대 변수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수요·공급 불균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강세, 약세론자의 주장 근거이기도 하다. 약세론자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당분간 반등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WM센터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세계금융시장 위기로 그동안 회복조짐을 보였던 매매수요가 다시 관망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8월 7일 신한은행이 20대 이상 자사고객 190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28.7%가 집 구입 시기를 ‘내후년 하반기 이후’라고 밝혔다. 이중 유주택자 고객들은 올 하반기에 집을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10.7%인 반면 무주택자인 경우에는 ‘내후년 하반기 이후’라는 의견이 42%를 넘었다. 



-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하반기로 이어질지도 관심거리다. 사진은 지난 5월 세종시 첫마을 분양홍보관 모습.

베이비붐 세대 부동산 자산 편중 심해

그러나 반대로 강보합세를 예상하는 의견도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수년간 아파트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요, 공급의 밸런스가 무너졌으며 최근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집값 상승의 전조”라고 말한다. 하반기 들어 매매 값은 제자리인 반면 전셋값은 치솟고 있어 서민들이 느끼는 주거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팀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국내 부동산시장은 강남권만 7%가량 가격이 급락했고 1년 후에는 전 지역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바 있다”면서 “그보다는 전세대란 문제가 주택시장의 복병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1만1000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줄었다. 이는 2000년 이후 평균 입주물량과 비교해도 27%나 적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 투자자는 물론 베이비붐 세대들은 어떤 투자 자세를 취해야 할까. 열쇠는 매매전세가비율에 있다. 현재 올 7월말 현재 전국 주택매매전세가비율은 55.1%로 한 달 전 54.9%보다 다소 상승했다.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은 48%로 2006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청약열풍이 불었던 부산, 광주, 울산시 등은 이 비율이 하나같이 60% 이상을 기록했다. 만약 여기서 재건축, 재개발을 제외시키면 서울지역 주택 매매전세비율은 60~65%이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예전 같았으면 매매전세비율이 65%만 되도 매매 값이 치고 올라갔지만 지금은 70%까지 올라가야 매매시장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소평형 주택 중 매매전세비율이 65%가량 되는 것을 선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신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지렛대) 방식은 위험하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당분간 금리가 오르기는 힘들다고 해도 은행대출을 활용해 투자하는 것은 대세 상승기 때나 가능한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의 부동산 투자가 힘들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인 걸 감안할 때 대출을 일으켜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실수요와 투자를 모두 아우르는 방식이 유리하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수익형 상품이다.



지난 상반기 대히트를 기록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고액자산가들 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중소형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은 대표적인 임대수익형 상품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최근 월지급식 상품이 자산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노후 수익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중소형 부동산을 매입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의 ‘2010년도 주거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자가와 전세가구 비율이 각각 54.3%, 21.7%로 2년 전 2008년 조사 당시보다 2.1%포인트, 0.6%포인트씩 감소한 반면 월세가구 비율은 21.4%로 2년 전보다 3.18%포인트 늘어났다. 월세, 전세가구 간 비율차가 불과 0.3%포인트이고 이것이 지난해 조사 결과라면 올해는 두 주거방식의 역전이 예상된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늘어나면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집을 줄이고 남은 자금을 오피스텔, 오피스에 투자해 월세를 받는 방식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규제 완화로 시장회복 나서

이런 면에서 전문가들은 9월이 부동산 매수, 매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가을 이사철로 접어드는 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양도세중과제 등이 폐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제도가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 거래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에 따라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을 잇는 신분당선 개통과 재건축 가시화 등이 계절 수요와 맞물려 있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들이 나온다면 시장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도 “부산, 광주도 3~4년가량 침체돼 있다 신규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된 것이 서울, 수도권에서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미국발 사태가 확산되지 않는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완만하게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ip. 유망지역은 어디? 

9월 위례신도시·하남·남양주보금자리주택 분양

하반기에는 비교적 우량사업장이 다수 포함돼 있어 관련업계가 한층 기대를 걸고 있다. 상당수 단지가 1000가구 이상인 대규모로 들어설 계획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위례신도시가 9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A1-13블록은 1137가구, A1-16블록은 1802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뉴타운에다 짓는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는 지하 3층∼지상 22층 31개동 2397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 부지는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과 가깝고 2호선 신답역, 5호선 답십리역 등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GS건설이 9월 금호동3가에 짓는 금호자이2차는 금호 18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 단지로, 지하 3층~지상 최고 22층 6개동에 전용면적 59~115㎡ 403가구가 들어선다. 이밖에도 GS건설은 같은 달 영등포구 도림16구역을 재개발한 ‘도림아트자이’ 836가구를 선보인다. 이 중 219가구는 일반분양. 은평구 응암동에서는 응암 7, 8, 9구역을 모두 현대건설이 10월에 분양한다. 3개 재개발구역을 합쳐 규모만 3221가구로 이 중 조합원분을 뺀 일반분양 가구수는 7구역이 109가구, 8구역이 13가구, 9구역은 48가구다.



경기도에서는 하남미사보금자리주택, 고양원흥보금자리주택(9월)과 남양주진건보금자리주택(11월)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들 단지를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큰 곳은 9월에 1730가구를 짓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김포래미안한강신도시다.



 11월 대우건설은 성남시 단대동 단대구역을 재개발해 1140가구를 공급한다. 분양규모는  59~164㎡ 252가구이다. 



 화성시 반월동에 롯데건설과 두산건설이 9월에 짓는 롯데캐슬과 두산위브는 단지가구수가 각각 998가구, 923가구다. 인천에서는 9월중 풍림산업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공동으로 부평5구역을 재개발에 58~151㎡ 1381가구를 공급한다. 이 중 조합과 임대를 제외한 일반 가구수는 579가구로 인천1호선 부평구청역과 부평시장역 사이에 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유앤알 박상언 대표는 “경기회복이 불확실하다고 느껴지면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basic)’ 투자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면서 “매매대비전세비율이 65% 이상인 중소형아파트는 지금이라도 구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남, 용산 등 그동안 시장을 선도했던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서울시가 재건축, 재개발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은 이미 사업추진을 허가받은 단지들에게는 호재”라면서 “개포주공과 같은 단지들은 이미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도 ‘비싸게 사 더 비싸게 파는 방식’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개통이 임박한 신분당선이 지나가는 분당지역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분당은 시장이 회복되면 강남 다음으로 매매 값이 오를 지역인데도 최근 시장침체로 값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투자매력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이사는 그러면서 중소형 오피스텔은 공급과잉이 우려될 정도로 상반기 분양이 많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역세권 여부, 주변 임대수요 등을 봐가며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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