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는 소위 ‘부자’들보다도 2배 이상 재산이 많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생활은 ‘부자’는 물론이고, 일반인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아무래도 부동산이나 주식, 지분 등에 재산이 묶여 있어 현금이 많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측면도 있다. 슈퍼리치의 실제 생활을 따라가 봤다.

벤처기업으로 대박 터뜨린 박모씨의 ‘Real Life’

아우디로 출퇴근하고 대중식당 애용

가격 하락 우려 집 안사고 ‘전세살이’



벤처기업을 공동 창업한 뒤 코스닥에 상장해 100억원대의 재산을 갖게 된 박모씨(44)는 오전 10시쯤 느지막하게 출근을 한다. 창업한 벤처기업 회사에서 나온 그는 벤처기업을 직접 운영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이를 접고, 다른 벤처기업에 임원으로 왔다.

그는 이 벤처기업의 CTO(최고기술책임자)다. 박씨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기술개발 실력자로 직원들이 개발하다 막히면, 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출퇴근 시간에 그리 구애받지는 않는다.

그는 집에서 20분 거리인 직장까지 아우디 A6를 몰고 간다. 그의 옷차림은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는 20, 30대 직장인들과 비슷한 캐주얼이다. 신발은 샌들이고, 양말은 신지 않았다. 그의 차림새에서 명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장마철이라서 이런 차림으로 다닌다고는 하지만, 수수하다 못해 초라하다. 슈퍼리치라는 것을 알고 만나지 않았다면, 신용불량자로 오해할 정도다.

그렇다고, 그의 옷차림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서울 강남 번화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도 박씨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 예컨대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고급 커피숍에 들어갔을 때도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재산이 100억원이 넘다보니, 자신감이 넘쳐서라고 보인다.

물론 슈퍼리치의 수수한 옷차림은 박씨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강남의 한 PB센터장은 슈퍼리치 고객의 차림새에 대해 “여자 고객들은 좀 치장을 하긴 하지만, 남자 고객들은 외양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일반 직장인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또 “슈퍼리치들을 접해보니 돈 많은 사람일수록 비싸 보이는 옷차림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박씨는 직원들과 함께 근처 일반 대중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가끔은 부서회식 때 고급스러운 곳에 가지만 평상시에는 이렇게 한다. 일반 직장인과 똑같이 먹는 셈이다.

매번 계산은 그의 몫이다. 밥값을 내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이렇게 사주면 직원들과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슈퍼리치임을 직원들이 알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만약 더치페이를 한다거나 하면, 뒤에서 그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 물론 커피 값도 그가 낸다.

박씨는 찾아오는 지인들도 만나고, 직원들 자문도 해줘가며 자유롭게 일하다 저녁 6시쯤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퇴근한다.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기 위해서다. 그의 집은 강남의 70평대 고급 아파트다. 강남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이곳에서 그는 10억원에 전세를 살고 있다. 재산이 많기에 그와 그의 가족은 전세를 산다고 해서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서 집을 안 산 것뿐이다.

다만, 그가 외제차인 아우디 A6를 몰고 다니는 것은 이 아파트에서 가장 흔한 차가 아우디 A6이기 때문이다. 아우디 A8은 너무 눈에 띄어서 싫다고 했다. 박씨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편하게 사는 게 좋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전업주부다.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70평대 아파트를 청소·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녀는 파출부를 안 쓴다. 가재도구에 남의 손때를 묻히기 싫어서라고 한다. 외식도 주말에나 하지, 주중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주말에는 집 근처나 집에서 멀지 않은 타워팰리스 부근의 고급식당에 가 외식을 한다.

그는 이번 여름에도 집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이다. 해외로 몇 번 갔지만 피곤하기만 해서다. 처음에는 가자고 졸랐던 아내도 해외로 휴가를 몇 번 다녀오더니, 가자는 얘기를 안 꺼낸다. 웬만큼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봐서 이제 시들시들해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겨울에는 아들과 함께 스키를 꼭 타러 간다고 했다.

재테크를 잘해 슈퍼리치가 된 금융투자업체의 오너인 김모씨(47)는 주중에는 친구들을 절대 만나지 않는다. 주중에 최소 2번은 고객과 저녁식사 겸 술자리를 해야 하는 데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게다가 주말에는 고객에게 골프 접대를 해야 한다. 토요일만 라운딩을 했으면 좋겠지만, 일요일에도 라운딩을 나가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중에 친구까지 만나면, 지쳐서 몸이 견디지를 못한다. 그래서 주중에 두 번 정도는 집에 일찍 들어가 쉬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슈퍼리치인데도 그가 이처럼 치열하게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현재의 일이 좋고 성취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50살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여기서 멈추면 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다. 인생은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그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해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납품 갈 때는 국산차 타고 가

제조업을 하는 조모씨(50)는 서울 강남에서 전세를 산다. 그는 여의도에 아파트가 2채 있지만, 그냥 강남이 좋아 전세를 살고 있다. 그런데, 그는 최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다. 전세금이 수억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지분 평가액이 1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현금은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밖에 없다. 즉, 재산이 주식 지분으로 묶여 있어 실제 현금 유동성은 대기업의 전문경영인과 다를 바 없다. 여의도 아파트는 자녀들을 위해 사둔 것이라 계속 보유할 생각이다.

그는 일본 차인 렉서스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납품 건으로 대기업에 찾아갈 때는 회사차인 국산차를 타고 간다. 하청을 주는 대기업 임·직원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도 김씨처럼 주말에는 영업을 위해 이들에게 골프 접대를 한다. 조씨는 이들보다 재산이 수십~수백배 많지만 ‘갑’이 아닌 ‘을’인 것에 대해서 불만이 없다.어디까지나 일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싫으면, 경영권을 팔고 나가면 그만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회사를 팔고 나간 주변 지인들이 골프로 소일하며, 상당히 ‘지루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을’ 행세를 하더라도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게 그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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