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등 부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상속·증여다. 삼성생명 조사에서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슈퍼리치들은 상속·증여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상속·증여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당연히 절세(節稅)다. 금융사의 PB센터에서 슈퍼리치에게 상속·증여 관련 세무상담을 해줄 전담 세무사를 여러 명 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그렇다면 슈퍼리치가 활용하는 상속·증여 절세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상속·증여 방법

부동산이 대부분…미술품은 미미

연금보험 상품 절세 효과 커 ‘급부상’


최근 슈퍼리치들이 즐겨 사용하는 상속·증여 대상은 역시 부동산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상가나 토지를 주로 활용한다. 미술품도 과거보다는 크게 늘었지만, 주류는 아니다.

이원백 세무사는 “미술품의 경우 조예가 있어야 하기에 미술작품으로 상속·증여하는 것은 부동산보다는 훨씬 적다”고 했다.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은 기준시가(과세표준)가 낮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기준시가는 실제 시가보다 30~40% 낮다. 그만큼 상속·증여세를 덜 낸다. 이에 비해 금융자산은 기준시가가 실제 시가다.

사회가 투명해지면서 이제 상속·증여세 납부를 피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국세청의 수입·지출 조사가 강화되면서 편법·불법 상속·증여는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상속·증여와 관련한 법률을 꼼꼼히 검토한 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절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상속과 증여의 배분 비율은 물론이거니와 그 시기까지 따져 절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세금액을 고려해서 상속재산과 증여재산도 구분해놔야 한다. 슈퍼리치들은 워낙 재산이 많다보니,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수억~수십억원의 편차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상속보다는 증여가 유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기준시가는 계속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 호재로 향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 과세표준이 크게 오를 수 있어 서둘러 증여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의 경우 슈퍼리치에게는 상가가 가장 좋은 상속·증여 방법으로 통한다. 여운봉 에이플러스에셋 상무는 “슈퍼리치의 경우 상속·증여할 부동산으로 상가를 주로 활용한다”고 했다. 상가 건물은 시가가 100억원이라면 기준시가는 이보다 훨씬 낮은 50억원 이하라는 것. 상가 건물은 과세표준이 낮다는 얘기다. 게다가 보증금과 은행 대출금은 과세표준에서 빠진다. 여 상무는 “가령 시가 20억원인 상가 건물을 증여할 때 과세표준은 5억원이며, 결국 증여세로 5억원의 20%인 1억원을 낸다”면서 “만약 이를 현금으로 증여하면 20억원의 40%인 8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차이가 자그마치 7억원이나 된다.

이 밖에 부동산 상속 때 몇 가지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사망 전후 6개월간은 부동산을 매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시가(매매금액)를 과세표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사망일 전 2년 이내에 처분한 부동산의 매매가가 5억원 이상인 경우는 자금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상속추정재산가액에 포함된다.



아울러 상속인(자녀)들에게 어떻게 부동산을 나눠줄지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좋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자녀가 주택을 상속받게 되면 상속 이후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부담이 생긴다. 소득이 없는 자녀가 있음에도 임대소득이 생기는 부동산을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상속하게 되면 역시 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할 수 있다.

부동산 이외의 상속·증여 방법으로는 과거에는 골드바를 많이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종전에는 골드바의 경우 거의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국세청이 자금 출처를 강화하면서 과세를 ‘제대로’ 하기에 이제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미술품의 경우 기준시가를 매기기가 어려워 최근 거액 상속·증여 방법으로 활용이 늘고 있다. 가령 해외미술품을 20억원에 샀는데, 매입가를 5억원으로 낮춰 신고해도 정확한 과세 표준이 없기에 이를 국세청에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 또 미술품은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 다만, 미술품을 잘못 구입하면 높은 가격에 바가지를 쓸 수 있어 미술품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는 이를 활용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높다.

최근 슈퍼리치들에게 큰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종신보험 상품이다. 여운봉 상무는 “일반 금융상품은 시가로 상속·증여세를 물지만, 연금보험 상품은 세법상에 정기금(연금)을 현재가치로 평가하게 돼 있어 시가가 과세 표준이 되지 않는다”면서 “최근 연금보험 상품을 통한 상속·증여가 부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령 상속·증여한 연금보험이  10억원을 일시납부한 것이라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재가치로 평가해 과세표준은 6억원가량이 된다. 4억원에 대해 공제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실제 연금으로 수령하는 금액은 10억원이 훨씬 넘는다.

재산이 아닌 기업을 상속·증여하는 경우 예전에는 주식이나 전환사채 등을 헐값으로 넘기거나 자녀명의의 기업을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4년에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에도 증여세를 매길 수 있는 포괄주의 조항이 생긴 뒤 시들해졌다. 당장은 상속·증여세를 피할 수 있지만, 나중에 누락된 세금이 과세될 수가 있어서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슈퍼리치들은 가업상속 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만하다. 이 제도는 가업 상속 재산의 40%를 최대 100억원까지 공제해준다. 이를 활용하면 최대 50억원(상속세 50% 적용시)을 절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있어 정확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피상속인이 중소기업의 최대주주로서 5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또 상속인(자녀)은 상속개시 시점 2년 전부터 가업에 종사해야 하며, 상속 개시 후 2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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