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스마트(Smart)’ 물결이다. 여기서도 스마트, 저기서도 스마트다. 요즘 스마트란 말을 제대로 모르면 바보 취급받기 십상이다. 정말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도도한 ‘스마트 혁명’의 저변을 이해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스마트폰이 스마트 담론의 일차적인 본산지이기는 하지만, 사실 스마트 혁명은 그것을 훨씬 초월하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이슈다. 스마트는 뭔가 그럴듯하다고 해서 아무데나 붙이는 수식어가 아니다. 원래 어떤 기계나 장치, 시스템 등이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상태, 즉 지능화돼(Intelligent) 있는 것을 뜻하는 전문용어다. 스마트폰 역시 사실상 컴퓨터에 준하는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이기에 스마트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다. 지금 마치 요원의 불길처럼 지구촌에 번져가는 스마트 혁명은 지난 수십 년간의 눈부신 디지털·IT 기술 발달이 실질적인 원동력이다. 스마트 혁명의 여파는 엄청나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비즈니스 방식, 나아가 사회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태풍의 눈이다. 한마디로 인류 문명의 스마트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창간기념호를 맞아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불을 댕긴 ‘스마트 빅뱅’을 집중 조명해본다.
스마트 혁명, 세상을 어떻게 바꾸나

IT와 세상의 '결합' 신세계가 탄생하다



#1 지난 8월 미국인 빈스 헌터는 모처럼 시간을 내 코네티컷주에 사는 부모를 방문했다.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그의 아이폰에 ‘비상’을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자신의 집 앞에서 남자 두 명이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즉시 자기 집에 설치된 CCTV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켰다. 그랬더니 정말 2인조 도둑이 벽돌을 던져 창문을 부수는 장면이 고스란히 뜨는 게 아닌가. 빈스 헌터는 서둘러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도둑들은 낌새를 채고 달아났다. 창문이 깨진 것 외에는 별다른 손해가 없었다.

빈스 헌터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스마트폰이란 게 참 기특하고 고마웠다. 자신의 집은 부모 집에서 무려 2400km 떨어진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다. 그 먼 곳에서 벌어질 뻔한 불상사를 스마트폰 덕분에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CCTV를 연계한 ‘스마트 방범’ 체계를 갖춰놓은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2 유럽연합(EU)은 시민들의 심혈관 질환을 사전 모니터링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지능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마이하트(MyHeart)’ 프로젝트다. 시민들이 스스로 건강상태를 통제할 수 있도록 스마트 전자기기와 특수 직물을 결합한 인텔리전트 생체 의복과 개인화된 솔루션을 개발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마이하트 프로젝트에는 EU 10개국 의료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또 프랑스 원자력연구소, 스위스 국립기술연구원, 이탈리아 합성소재연구소 등 주요 공공 연구기관과 함께 필립스, 보다폰 등 유럽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참여 중이다.

현재 울혈성심부전 환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환자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압력이나 움직임의 변화를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 전자직물(센서가 부착된 침대 시트)을 이용한다.

EU는 마이하트 프로젝트를 통해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조기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개인화된 진단을 위한 기술과 시스템, 원격의료를 위한 기술 등도 개발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다.



세상이 ‘스마트(Smart)’해지고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스마트화(化)’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과 도구를 이용해 더욱 편리하고 똑똑한 삶의 여건을 만들어온 게 바로 인류 문명의 궤적이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은 스마트화에 엄청난 가속력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IT·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진화가 핵심 동력이다. 손 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출현이 단적인 예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스마트 혁명의 징후를 매우 직접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백인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전 세계적인 스마트 혁명의 가장 큰 배경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등장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서비스를 써봄으로써 똑똑하고 편리함을 체감했습니다. ‘아, 이런 게 스마트구나’ 하고 말이죠. 스마트폰을 통해 스마트 혁명의 실체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한 세상은 모든 사물, 시스템, 프로세스에 지능(intelligence)을 부여함으로써 실현된다. IT 기술과 네트워크 인프라가 그 바탕이 된다. 스마트화는 물리적 영역과 비물리적 영역 모두에 적용된다. 가령 휴대전화, 자동차, 가전제품 같은 공산품이나 도로, 전력, 교량 등의 사회 인프라는 물리적 영역에 속한다. 반면 조직 시스템이나 업무 프로세스 같은 것은 비물리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두 영역이 함께 스마트화하면서 세상 전체가 스마트해지는 셈이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은 스마트기술 표본

우리 일상 속에서 이미 스마트 혁명의 물결을 감지할 수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 교통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 서울시 버스정류장에서는 흔히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라는 것을 볼 수 있다. BIT는 화면과 음성으로 노선별 버스 도착 시각을 안내해주는 장치다. 현재 228대가 설치 완료됐고, 올 연말까지 314대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BIT 덕분에 시민들은 무작정 버스를 기다려야만 하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게 됐다.

서울시는 2007년 교통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과학적 교통정보 수집·분석을 바탕으로 교통행정을 체계화하고 시민들을 위해 편리한 교통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특히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과 버스정보제공시스템(BIS)은 이미 시민들에게 편리한 교통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BMS와 BIS는 버스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수신기와 무선통신 장치를 설치해 버스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버스 위치, 운행 상태, 운행 간격, 도착 예정 시각 등의 정보를 시민, 운수회사, 버스기사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BIT, 휴대전화, 스마트폰, PDA, 인터넷 등 교통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하다.







박평근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 주무관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모든 버스는 40초마다 무선통신으로 위치와 속도 정보를 TOPIS로 보냅니다. 또 정류장 도착 및 출발 때도 정보를 전송합니다. TOPIS에서는 이 정보들을 가공해 다양한 버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향후 지하철과 연계한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계획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시민들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교통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도시(U-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U-도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형 첨단도시다. 한마디로 ‘스마트 시티(Smart City)’라고 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6월 송도 지구에 U-도시 시범도시 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송도 지구 U-도시는 지능형 방범 서비스, 공공주차장 통합이용 서비스, 홈네트워크 연계 서비스, U-스페이스 서비스 등 4가지 체감형 U-서비스를 제공한다. 송도 지구는 미래의 도시 모습에 대한 하나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인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U-시티과 팀장의 말이다. “송도 지구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 정보와 항공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공주차장을 이용할 때는 빈 자리가 있는지 등의 주차현황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물체의 특징을 기반으로 검색기능을 제공하는 지능형 영상감시 시스템이 압권입니다. 가령 ‘빨간색 옷 입은 아이’라고 검색 옵션을 걸면 금세 영상을 찾아줍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매우 효율적인 방범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혁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네덜란드인 상당수는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다. IT 인프라, 영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사무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을 완비한 ‘스마트워크센터(Smart Work Center)’가 일터를 대신한다. 출퇴근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낭비를 없애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국가적으로 구축된 것이다. 현재 네덜란드는 99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종업원 500인 이상인 기업의 91%가 원격근무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스마트코리아 도약

우리 정부도 ‘스마트코리아’ 구현을 국정 어젠다로 삼아 국가 시스템 스마트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스마트코리아 실현의 최우선 과제로 ‘스마트워크’ 도입을 설정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1.3배 길지만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면 중심의 조직문화가 업무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조직문화는 여성들의 저출산·육아 문제를 낳기도 한다. 국내 여성 고용률은 20대 후반 65%에서 30대 초반에는 50%로 뚝 떨어진다. 주부 직장인들이 일과 가사를 병행하기 어려워 직장을 포기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심각한 교통혼잡 역시 대면 중심의 근로문화에서 주로 빚어지는 것이다. 교통혼잡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26조원에 달한다.

기존 근로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 필요성이 부각되는 까닭이다. ‘워크 하드’ 문화를 ‘워크 스마트’ 문화로 바꾸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까지 IT 기반의 원격업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워크센터를 총 500개소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올해 중 서울 도봉구와 경기 성남 분당구에 2개소를 마련해 스마트워크 확산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순철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워크전략팀 사무관의 말이다. “우리나라 IT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지 않습니까? 스마트워크 도입에 기술적인 어려움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광대역통합망(BcN), 기가인터넷(Giga Internet) 등 통신망 확충과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스마트 단말기의 확산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정보보안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업들이 보안 문제 때문에 스마트워크 도입을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 혁명은 21세기 메가트렌드로 떠올랐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인류는 정보사회라는 ‘제3의 물결’을 넘어 스마트사회라는 ‘제4의 물결’을 타고 미래로 향하고 있다. 변화는 정부, 기업, 국민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거대한 전환기는 한국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마트사회의 대전제가 IT 역량이기 때문이다. IT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바탕에서 스마트워크, 스마트비즈니스, 스마트정부를 구현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 자체가 스마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인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IT 기술과 인프라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갖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데는 다소 취약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IT 역량을 활용해 우리 사회를 보다 스마트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기술을 통해 우리는 더욱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스마트사회는 곧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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