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창업자는 회사를 상장하면 자연스레 부를 거머쥐게 된다. 전문경영인들 중에도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부여받아 만만찮은 주식부자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삼성그룹 출신 기업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주식부자는 단연 이해진 NHN 이사회의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다. 그의 주식지분은 지난 11월22일 기준으로 무려 4302억여원에 달했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재계정보제공업체인 재벌닷컴에 의뢰해 삼성 출신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상장법인 CEO들의 주식재산 규모를 조사해봤다. 그 결과 100억원 이상의 주식부자는 총 4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 창업자나 오너이더라도 대표이사(CEO)가 아닌 경우는 집계에서 제외됐다.

정호 화신 회장 693억원 ‘1위’

코스닥 CEO들이 절대다수 차지

100억원 이상 49명 중 유가증권시장 CEO는 9명 불과

삼성 출신 상장법인 CEO 중 최고의 주식부자는 정호 화신 대표이사 회장으로 나타났다. 정호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11월22일 기준 약 693억원에 달했다. 화신은 1975년 설립된 자동차 섀시·차체 부품 전문업체다. 현대차그룹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인도에도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정호 회장은 화신의 최대주주이면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70년대 삼성의 주력 계열사였던 제일모직에서 원료과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2위에는 한때 기업 인수합병(M&A)의 귀재로 이름을 날린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올랐다. 그는 삼성물산 수출팀에서 3년 정도 일한 적이 있는데, 이후 한국종합금융 기업금융팀을 거쳐 95년 한국M&A를 설립하면서 M&A 세계로 뛰어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의 주식 평가액은 약 641억원이었다.

다음으로는 김종구 파트론 대표이사가 주식 평가액 약 614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파트론은 이동통신용 핵심부품업체다. 안테나, 카메라모듈, 유전체필터, 광마우스 등 다양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됐으며 200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파트론은 창사 이래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종구 대표이사는 삼성전기 전자소자사업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3년 1월 파트론을 설립하고 그 해 5월 삼성전기 유전체(誘電體)사업부문을 분사 형식으로 인수해 회사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삼성 회장비서실 기획팀에서도 일한 바 있다.

4위에는 주식 평가액 약 607억원의 유영목 에이테크솔루션 대표이사가 올랐다. 에이테크솔루션은 2001년 설립됐으며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금형 제조업체다. 지난 9월에는 한국수출입은행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 대상기업’ 인증을 받기도 한 유망업체다. 유영목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정밀기기 파트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뒤 회사를 창업했다.

5, 6위는 나란히 500억원대 주식 평가액을 기록한 이창규 현진소재 대표이사(약 578억원)와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이사(약 533억원)의 몫이었다. 이창규 대표이사는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이고, 김철영 대표이사는 삼성SDI 중앙연구소 출신이다.

‘삼성 출신 주식부자 CEO’ 톱10에 이름을 올린 나머지 4명은 김형육 한양디지텍 대표이사(삼성반도체 출신), 이봉우 멜파스 대표이사(삼성전자 출신), 이상호 쉘라인 대표이사(삼성전자 출신), 나우주 엘엠에스 대표이사(삼성물산 출신) 등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주식부자 CEO의 대다수가 코스닥시장 상장법인 대표이사라는 점이다. 이는 코스닥시장 쪽에 창업자(혹은 오너)형 CEO들이 많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반면 주식 평가액이 100억원 이상인 49명의 CEO 중 유가증권시장 쪽은 9명에 불과했다. 비율로는 18.4%다. 주식 평가액 10억원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93명 중 11명이 유가증권시장 쪽이었다. 비율이 11.8%로 더욱 떨어진다. 이런 사실로 미뤄 삼성 출신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CEO들은 대부분 전문경영인형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CEO 가운데는 정호 화신 회장,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이상호 쉘라인 대표이사,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삼성물산 출신), 임창완 유니퀘스트 대표이사(삼성전자 출신), 유학도 웅진에너지 대표이사(삼성종합기술원 출신), 양준영 KPX홀딩스 대표이사(삼성물산 출신),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삼성코닝 출신), 전성오 삼정펄프 대표이사(삼성전자 출신) 등이 100억원 이상의 주식 평가액을 기록했다.

이상호 쉘라인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02년 회사를 설립했다. 휴대폰 부품인 슬라이드 힌지 모듈을 주로 생산하며, 삼성전자 협력업체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놓고 있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사 출신이다. 그는 1996년 미국 파슨스와 합작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한미파슨스는 ‘건설사업관리(CM: Construction Management)’ 분야에서 국내 대표업체로 도약했다.

임창완 유니퀘스트 대표이사는 미국 UC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미주법인 해외구매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유니퀘스트는 일종의 반도체 유통업체다. 해외 유수의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국내 IT 제조업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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