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케어는 국내 최대 헤드헌팅 업체다. 특히 CEO 등 고위 임원급 인재 발굴과 추천에 강점을 지녔다. 이 회사 신현만 대표는 기자 출신으로 HR(Human Resources) 분야에 뛰어들어 일가를 이룬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삼성그룹의 CEO들이 어떻게 양성되는지, 또 그들은 어떤 인재인지를 조사·분석해 <이건희의 인재공장>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신 대표를 만나 삼성의 인재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 인터뷰

“삼성맨은 관리역량 뛰어난 ‘범생이’…

  조직 업그레이드에 남다른 강점 지녀”

삼성의 인재는 결국 ‘이건희식 인재’…창의성 보완은 과제

삼성은 흔히 ‘인재사관학교’로 불리곤 하는데, 요즘도 삼성 임직원 출신을 찾는 기업들이 많은가. 또 다른 기업들이 삼성 출신을 영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요즘도 삼성 출신을 찾는 기업들이 많다. 특별히 ‘삼성’ 출신이기 때문이라기보다 ‘한국 대표기업’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삼성전자는 어마어마한 글로벌 기업이 아닌가. 그런 조직 안에서 갖게 된 ‘관(view)’을 다른 기업들이 중시하는 것이다. 또 삼성이 갖고 있는 ‘시스템’도 매우 큰 고려 요소다. 아울러 삼성 임직원들은 치열한 내부경쟁을 거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역량이 검증됐다고 보는 점도 있다. 삼성 출신을 영입한 고객사들은 대개 그들에 대해 ‘잘 훈련돼 있고, 직업윤리를 갖췄다’는 반응을 나타낸다. 또 삼성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서 인적인 네트워크가 방대하다. 다른 기업에서는 이런 점도 주목한다. 반면 삼성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 기업들도 물론 있다. ‘삼성은 시스템의 기업이다. 임직원 개개인은 독자적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시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기업인은 삼성 출신 임원을 뽑았다가 자기 조직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번 (밖에 나가 다른 기업들을) 돌고 오시라’며 퇴사를 권고했다고 말하더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삼성처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그래서 홀로 돌파해나가는 추진력을 가진 인재를 더 선호한다. (옛)현대 출신이 그런 예다.”

그렇다면 삼성 출신 인재를 영입하려는 ‘수요기업’은 주로 어떤 곳일까? 신 대표는 “대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또 대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기업이 삼성 출신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한 단계 더 높은 관점과 시스템이 필요해서라는 것이다.

삼성 출신을 영입하는 기업들은 ‘사람 그 자체’를 중시하는가, 아니면 삼성만의 무언가를 이식하고자 함인가.

“사람 그 자체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인물과 후광효과(삼성)를 분리해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한마디로 ‘삼성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삼성 내에서도 삼성전자, 그중에서도 반도체 사업부문 출신을 최고 인재로 꼽는다. 또 그룹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은 삼성 내에서 미래가 보장된 사람들이지만, 만약 퇴사한다면 영입 1순위에 오른다. 전략기획실은 삼성의 최고 핵심인재들이 모인 곳이자 최고의 교육훈련기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맨’들이 재계에서 각광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이 다른 대기업보다 크게 앞서나갔다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삼성 계열사들이 해당 업종에서 1등을 달리는 사례도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를 빼면 다른 계열사는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삼성이 오히려 다른 기업의 인재를 영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 대표는 “삼성은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확 치고 올라가면서 크게 주목받게 됐다. 각 계열사별로 업종 1위에 오르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때부터 삼성에 입사한 인재들은 ‘톱티어(top-tier: 최고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을 떠나 CEO가 된 사람들을 보면 크게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창업자 포함)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삼성의 조직문화로 볼 때 어느 쪽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은가.

“삼성을 흔히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지 않는가. 즉 삼성은 ‘관리의 문화’가 자리잡은 기업이다. 그래서 추진력이나 창의성 등에서는 거대조직의 단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창업형 인재나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에는 다소 부족한 토양인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틈만 나면 ‘창의’를 외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삼성은 직원을 뽑을 때부터 큰 조직에 잘 적응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어떻게 보면 ‘범생이’, 즉 모범생 스타일이나 규격화된 인재, 선비형 인재를 이병철 회장 때부터 선호해 왔다. 따라서 벤처형 인재는 삼성 조직에 잘 적응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런 인재들은 삼성에 가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삼성 출신은 창의적이고 뭔가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는 조직에는 부적합할 수도 있다.”

삼성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인재상을 비교한다면.

“이병철 회장 시절에는 외부 인재 영입이 거의 없었다. 삼성 내부에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와는 다른 인재관을 갖고 있다. 이른바 ‘잡종 강세론’을 기치로 외부에서 많은 인재를 영입했다. ‘천재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그의 시각도 부친과는 다른 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병철 회장이 유교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경영자였다면, 이건희 회장은 유연하고 분석적이며 글로벌한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동부그룹은 한때 삼성 출신 임원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다가 근래 많이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 출신 인재들의 효용도 있지만 기존 조직과의 융화에 문제점이 있다는 말도 하던데.

“시스템을 단기간에 이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마 동부 내부에서는 급격한 조직문화 변화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준기 동부 회장이 삼성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당초 뜻한 바를 100% 달성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동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는 됐을 것으로 본다. 요즘 동부를 가리켜 ‘예전에는 다소 허술했던 기업이 많이 달라졌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더라. 과거에는 동부가 시스템이 약했는데, 그런 점을 많이 개선했다는 것이다.”

삼성의 인재와 타 기업의 인재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업문화라는 것은 ‘톱다운(Top-down)’이다. 즉 CEO의 성향을 따라 기업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기업의 인재상도 마찬가지다. CEO는 자기가 선호하는 인재를 뽑고, 그 인재가 또 다른 인재를 뽑는다. CEO가 어떤 비전과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의 인재상도 달라진다.”

신현만 대표는 “기업은 하나의 작은 왕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CEO는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CEO의 인재상은 가장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의 인재는 결국 ‘이건희식 인재’다. 이건희 회장의 꿈을 실현해가는 데 적합한 인재가 곧 삼성의 인재인 셈이다.”



Tip -신현만대표가말하는요즘헤드헌팅시장



"모 중견그룹 오너, 전체 사장단 물갈이 의뢰"

●● 커리어케어는 무려 1만여 개의 기업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대다수가 커리어케어와 거래한다. 그 중 ‘로열 클라이언트’만도 수백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른바 ‘C-레벨(CEO, CFO 등 최고책임자급 임원)’ 인재의 헤드헌팅을 의뢰받아 진행하는 것만 따져도 연간 수백 건에 달한다. 신현만 대표가 헤드헌팅 시장을 훤히 꿰뚫고 있는 배경이다.

“이제 서치펌(Search Firm: 헤드헌팅 업체)을 통해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일반화됐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기업의 임원 영입 소식 중 70~80%는 서치펌을 통해 이뤄졌다고 보면 됩니다.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뽑는 것의 가장 큰 폐해가 ‘검증’이 제대로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엄밀한 검증 기능을 갖춘 서치펌을 찾게 되는 거죠.”

미국 등 외국에서는 대개 기업들이 특정 서치펌을 통해 인재를 영입한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가 많다. 인재 영입 절차를 투명하게 오픈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요기업이든 후보자든 서치펌을 통한다는 사실을 알리기를 꺼린다. 왜 그럴까?

“고객비밀 유지는 이 업종의 철칙입니다. 사람의 이동은 곧 기업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내포합니다. 즉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뜻이죠. 헤드헌팅을 ‘인포메이션 비즈니스’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인재 영입 과정을 비밀리에 진행합니다. 알려지면 큰 파장을 낳을 수 있어서죠. 최근 한 중견그룹 오너가 ‘계열사 사장단을 몽땅 교체하려고 하는데 사람 좀 찾아달라’고 우리에게 의뢰한 적도 있습니다. 또 한 대기업에서는 본부장급 임원 5명을 한꺼번에 찾아달라고 요청해 지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 난리가 나겠지요.”

신 대표는 요즘 스카우트 시장의 새로운 흐름도 한 가지 들려줬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외국계 기업에서도 ‘이력서’를 보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외국계 기업은 서로 못 가서 안달할 만큼 ‘최고의 직장’으로 통했던 점에 비춰보면 상전벽해다.

“요즘에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인 임원들도 삼성에 오고 싶어합니다.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 중에는 외국계 기업보다 보수를 더 많이 주는 곳도 꽤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서의 위상이나 미래를 감안하더라도 외국계 기업의 한국 법인보다는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그들 사이에 퍼진 겁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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