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거래되는 커피의 20%와 스위스에서 판매되는 바나나의 50%의 공통점은 ‘공정무역’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공정무역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사회에선 익숙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빠르게 성장하는 신 시장이다. 커피와 바나나 등을 생산하는 저개발국가의 농민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 그동안 유통·가공업자들의 폭리 추구에 신음하던 농민들의 삶을 되찾아주고 있다. 말하자면 제값 주는 거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품을 사는 사람들을 윤리적 소비자라고 한다. 그들의 소비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세계인이 함께 잘사는 세상에 일조한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가난과 굶주림, 무지, 질병과 착취에서 해방되고 있다. ‘돈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비즈니스’라 불리는 이유다. 공정무역은 비즈니스의 패턴에 변화를 강요하는 인권경영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영국의 유명 의류·유통업체인 ‘막스 앤드 스펜서(Max & Spencer)’가 한번은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을 찾았다. 기부금을 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뜻밖에 옥스팜은 이 회사의 돈을 거절했다. 더러운 돈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회사가 취급하고 있는 면화와 의류가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었는데 생산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설명이었다. 막스 앤드 스펜서는 당장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불행히도 사실이었다. 연쇄 회의가 열렸고 대책이 논의됐다. 결론은 ‘다 바꾸자’였다. 옥스팜이 지적한 내용들을 꼼꼼하고 과감하게 혁신했다. 그리고 다시 옥스팜을 방문했다. 옥스팜은 그제야 막스 앤드 스펜서의 돈을 받아줬다. 이 일은 막스 앤드 스펜서에 뜻밖의 선물이 됐다. 사람들이 이 사건을 알게 되면서 막스 앤드 스펜서를 찾기 시작했다. 회사는 급성장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오래됐지만 별 볼일 없다고 해서 붙은 ‘올드 라이온(Old Lion)’이라는 딱지가 떼어졌다. 삽시간에 업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공정무역은 때로 기업에 커다란 기회가 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공정무역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다. 공정무역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에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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