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맡기며, 큰 그림만을 제시하는 경영자. 온화한 성품과 친화력의 소유자지만 자신에게만은 한없이 엄격한 허창수 회장을 이른 말이다. 그는 걷기를 좋아하고, 오페라를 즐기는 감성 경영자이기도 하다.
 리더십 핵심 키워드 '실행경영'

거창한 전략보다 실행력이 중요

현장 수시 방문하여 '기본'강조

‘실행력’. 허창수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한 마디다. 허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경영자원은 다름 아닌 실행력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더라도 실행단계에서 완성도를 충실하게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지난 8월 열린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서도 “자원부족과 환경보전이라는 시대적 메가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실행’을 강조했다. 지난 5월 GS그룹 경영혁신 사례 공유를 위한 ‘밸류크리에이션 포럼’에서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명품은 마무리가 뛰어나다. 경영도 마찬가지”라며 “실천하고 도전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실행력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현장을 중시하는 것도 이러한 ‘실행경영’의 일환이다. GS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일선 현장에서의 노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GS칼텍스의 신에너지연구센터를 방문했으며, 5월에는 GS건설의 신월성 원전, 목포대교 건설현장을 방문해 강한 현장 경쟁력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평소 “현장이 강한 GS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창한 전략보다는 실행력이나 실천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허 회장의 현장경영은 이미 LG그룹 경영에 참여하던 시절부터 다져진 것이다. 그는 틈만 나면 중동의 이란이나 카타르 등지로 날아가 건설 현장을 찾았다. 현지 정부 발주처의 고위 관계자들과 미팅을 갖고 상대방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직접 경청했다. 또 근로자들이 일하는 사막의 오지 현장을 방문해 폭염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현장 곳곳을 일일이 찾아가 현장 직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도 했다.

큰 그림만 그리는 ‘선 굵은 경영자’

허 회장은 사람을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맡기는 ‘선이 굵은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사업 진출이나 M&A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큰 흐름과 방향을 제시한다. 전문경영인과 자회사 CEO로 하여금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고 있다.

허 회장은 “신중하게 투자해 차질 없이 경영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실적이 좋다고 해서 투자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시장에 무리하게 투자를 강행하면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없는지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달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허 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한창이던 시점에 전격적으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허 회장은 조선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오랜 사전 연구를 통해 이미 해운업 경기가 하락추세로 돌아섰으며, 주요 선주들의 주문 취소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미리 파악한 것. 당시 예상되던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것을 확신한 그는 인수를 단념했다. 이어진 금융위기로 인해 조선업이 침체의 길을 걷자 허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허 회장은 선대 회장 때부터 내려오는 경영원칙인 엄격한 위계질서와 합리적인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를 중시한다. 실제로 그는 승진자나 계열사로 이동하는 직원들을 친히 불러 식사를 같이 하면서 격려하고 있다. 또 현장을 방문하면 바쁜 일정 중에도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챙기기도 한다. ㈜GS 관계자는 “직원이 20여 명으로 많지 않지만 임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일일이 꿰뚫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부의 사회 환원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그는 2006년 12월 사재를 출연해 남촌재단을 설립하고, 소외 계층을 위한 장학과 의료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8월까지 매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GS건설 주식을 재단에 기부해 왔다. 그가 출연한 주식을 시가로 따지면 200억원이 넘는다.

허 회장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해 주며, 자기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원칙주의자’다. 그와 함께 일해 본 부하직원이나 그를 접해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에 대해 ‘온화한 성품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허 회장은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다. 한번 정한 룰은 쉽게 바꾸지 않고 철저히 지킨다.

이러한 엄격함은 시간관념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약속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중요한 약속일 경우에는 5~10분 먼저 도착해 기다린다. 내부 회의 때도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회장님이 항상 일찍 오시는 바람에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 10분 전에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부의 사회 환원에 대해서는 매우 적극적이지만, 그의 몸에는 근검절약 습관이 배어 있다. 이는 어려서부터 돈 쓰는 법에 대해 엄격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 회장의 할아버지인 허만정은 자식들이 돈을 보내 달라고 하면 묻지 않고 무조건 보내주었다. 그 대신 어디에다 썼는지를 엄중하게 따지는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쓴 돈의 액수를 문제 삼지 않고, 과연 돈을 제대로 썼는지를 중시하는 ‘돈교육’이었던 셈이다.

그는 걷기, 등산 등을 좋아한다. 운동량이 부족한 임원들을 위해 직접 만보기를 사서 나눠주며 평소 걷기를 권하기도 한다. 해외출장을 떠날 때에도 걷기 편한 신발을 준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걷기, 오페라 좋아하는 감성 경영인

역삼동 GS타워에서 지하철 한 코스 정도 떨어진 강남역 정도는 수행비서도 없이 걸어서 이동하기도 한다. 삼성역 인근에서 점식식사를 할 경우에는 식사를 마친 후 테헤란로를 따라 선릉역까지 걸어와 선릉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이 있는 역삼역까지 이동하곤 한다. 걸으면서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걷는 동안 경영구상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최근의 트렌드를 파악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는다.

허 회장은 감성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집에서 홈씨어터를 통해 오페라 보는 것을 즐긴다. 같은 오페라를 여러 버전으로 감상하면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건강관리도 철저하다. 허 회장은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헬스장에서 한 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아침운동 스케줄은 본인이 직접 설계했다. 스트레칭,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등을 적절히 배분한 것이다.

허 회장은 그룹 내에서 ‘얼리 어답터’로 통한다. 스마트폰, e-북, 아이패드 등 첨단 멀티미디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젊은 직원들조차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진땀을 뺄 정도라고.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애플리케이션 활용에 대해 자세히 물어 보곤 한다”고 말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위크> 등 해외 유수의 경제전문지 등을 탐독하며 국제경제의 흐름과 세계적인 기업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한편 새로운 경영 트렌드와 관련된 서적을 즐겨 읽는다. 허 회장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임직원들에게 권장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기도 한다.

허 회장은 LG상사 재직시절 오랜 기간 홍콩, 도쿄지사 등 해외에서 근무해 온 경력으로 영어, 일어에 능통하며 탁월한 국제 감각을 지니고 있다.

남다른 축구 사랑 ··· 'FC서울' 응원도 열심

허 회장의 축구사랑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GS그룹과 LG그룹이 분리할 당시에도 축구단 운영에 강한 의지를 보여 현재 ‘FC서울’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FC서울’의 전신인 ‘안양LG'시절부터 13년째 구단주를 맡고 있다. 평소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 ‘FC서울’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는가 하면, 해외 전지 훈련장도 직접 찾아 선수단에 힘을 실어 주기도 한다.

지난해 2월에는 건설 관련 사업차 갔던 해외 출장 중에 터키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FC서울’ 선수단을 직접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또 매년 정기적으로 GS, LG, LS 등 그룹 임원들의 모임인 임원동호회 ‘총 응원의 날’ 행사를 직접 마련해 ‘FC서울’ 선수들을 응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렇듯 축구사랑으로 유명한 허 회장은 ‘승부’보다는 ‘재미’를 강조한다. 구단주로서 승패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팬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구단은 ‘프로’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는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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