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왔습니다.” 2020년 10월 14일 오전 김포공항 입국장. 6박 7일간의 네덜란드·스위스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공급 확대를 논의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EUV 노광 장비는 EUV로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을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반도체 생산 장비다. 대당 2000억원을 호가하지만, 삼성전자·TSMC·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강자들이 이 장비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선다. 반도체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연간 생산량도 30여 대에 불과해서다. ‘EUV 노광 장비를 확보한 회사가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이 부회장이 직접 비행기를 타고 찾아가 장비 공급 확대를 논의한 기업은 네덜란드의 ASML. 전 세계에서 EUV 노광 장비를 만들 수 있는 단 하나의 회사다. 굳이 갑을(甲乙) 관계를 따지자면 삼성전자가 갑이고 ASML이 을이겠지만, 이런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명줄을 쥔 쪽은 ‘슈퍼 을’이기 때문이다.ASML의 반도체 업계 내 존재감은 독보적인 소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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