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극장에 스크린이 켜진다.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의 주인공 겸 감독은 ‘당신’이다. 러닝타임은 평균 75년이지만, 영화에 따라 24년 만에 끝날 수도 있고, 99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크린이 ‘팟’ 하고 꺼진다. 갑작스러운 ‘엔딩’이다. 영화를 보던 관객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다. 당신이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서다. 그때 깜깜했던 극장에 주황색 조명이 켜지고, 스크린에는 흰 글자가 줄지어 올라간다. 영화 속에서 당신과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의 이름이다. 추억을 쌓았던 장소와 이뤄냈던 일들도 자막으로 나타난다. 당신의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영화가 끝난 뒤 나열되는 제작 참여자의 명단)’을 보며 관객은 당신을 회상하고, 마침내 당신의 엔딩을 받아들인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감상평을 나눈다. ‘참 좋은 인생이었어.’

엔딩을 죽음에 비유한다면, 엔딩 크레딧은 당신의 삶을 구성했던 모든 요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러닝타임도 알 수 없었던, 갑자기 끝난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누가 작성한 것일까. 당신 자신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의 엔딩 크레딧은 고인(古人)의 자녀 혹은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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