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실업자들의 모습과 2020년 3월 홍콩 중앙지구의 시민들의 모습. 코로나19 경제위기가 대공황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 블룸버그
왼쪽부터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실업자들의 모습과 2020년 3월 홍콩 중앙지구의 시민들의 모습. 코로나19 경제위기가 대공황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가 한 세기 이전의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훨씬 더 가혹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대공황은 1929년부터 1939년까지 지속한 역사상 최악·최장의 경제 위기로,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세계 경제가 마침내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급기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회사채까지 매입하겠다는 ‘벼랑 끝 대책’을 내놨지만,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경제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마비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복합 경제 위기다. 금융 시스템을 고치면 해결할 수 있었던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경직된 수요는 바이러스 종식 전까진 어떤 방법으로도 부양하기 어렵다.

‘이코노미조선’은 사상 초유의 실물경제 위기를 맞아 해외 이코노미스트 5명에게 현 상황 진단과 대책 제시를 요청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빠르게 진압되면 세계 경제가 V 자 회복 곡선을 그리겠지만, 늦어지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최대한 많은 기업과 산업의 명줄을 붙여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질식 위기 항공업…서비스업, 수출 제조업도 존폐 기로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봉쇄’다. 모리스 피터 어센드바이시리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가 내린 입국 금지 조치로 항공업과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특히 여객기 한 기당 일정 숫자 이상의 승객이 탑승해야 운영될 수 있는 항공업은 수요 급감으로 노선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항공업은 운항을 전혀 하지 않아도 항공기 리스비, 공항 사용료 등 높은 고정비가 지출되는 특성이 있다. 피터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확산이 멈춰도 수요가 원상 복구되려면 약 6개월 정도가 더 소요될 텐데,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질식하는 항공사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자국에서 확산하게 되면 사람들은 외출을 삼가게 되고 소비는 극도로 위축된다. 확산세가 심한 미국 주요 도시와 유럽·남미·인도 등은 전국적인 ‘이동 제한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이럴 경우 서비스업이 그야말로 개점 휴업 상태가 된다.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유로존의 3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31.4로, 2월 51.6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1998년 PMI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36.2)보다도 낮다.

케빈 라이 다이와캐피털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글로벌 수요·공급망이 붕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전자·자동차 제조 기업들은 이런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는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마련해 이러한 취약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실물경제 위기를 타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실물 위기서 금융위기로 전이…해결책은 버티는 것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경제 위기는 분명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리세션(recession·경기 침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연준의 개입으로 타개할 수 있었던 세계 금융위기와는 본질 자체가 달라 대처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에 사용했던 재정·통화 정책은 이번 위기를 일부 경감시킬 수 있을 뿐, 대부분의 리스크는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스와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세계 주요국 경제의 소비자 수요를 모조리 파괴하고 있는데, 실물경제의 경색이 지속되면 실업률이 치솟고 취약 기업들은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채무 불이행’ 급증은 은행과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것이고, 주식시장과 신규 자본 유동성이 위축되며 만성적인 경기 하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수요를 되찾고 실물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는 것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요한 것은 ‘경제 활동이 재개되는 시점까지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보존하느냐’이고, 여기엔 정부와 금융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톈레이 황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은 “미국 등 주요국의 2분기 실물지표가 처참한 수준이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며 “마이너스 금리, 세금 감면, 종합 재정 패키지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동원해 취약 계층과 중소기업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팀 퀸랜 웰스파고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1.2%에 그칠 것이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이 늦어지면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며 “다소 재정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취약 산업 종사자 등에게 정부가 긴급생계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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