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서구 중리동에 있는 서대구산업단지 전경.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수출이 막히면서 무역과 섬유 업종 비중이 높은 서대구산업단지 입주업체 조업률은 10%대로 떨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대구시 서구 중리동에 있는 서대구산업단지 전경.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수출이 막히면서 무역과 섬유 업종 비중이 높은 서대구산업단지 입주업체 조업률은 10%대로 떨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주로 중국 공장에서 원단을 수급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난리가 났었다. 최근 중국 공장이 하나둘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미국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지면서 여전히 걱정이 많다. 완제품 대부분이 미국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올해 실적이 바닥을 칠 것 같다.” (국내 중견 의류 수출업체 직원 A씨)

“미국 수출량이 줄면서 미국에서 나가는 컨테이너선을 확보하는 일에 비상등이 켜졌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출을 해야 컨테이너선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미국에 들어온 컨테이너선의 빈 곳에 물건을 실어 다시 아시아로 수출하는 구조다. 정부로부터 입찰받은 물량조차 컨테이너선을 구하지 못해 기한을 맞추지 못할까 걱정된다.” (국내 대기업 무역 계열사 직원 B씨)

국내 수출 기업이 코로나19 확산 탓에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수출에 타격을 입는 ‘이중고’에 빠졌다.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면서 주요 소재 및 부품의 수입이 안 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어렵게 물건을 만든다고 해도 사줄 곳이 없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수출 체감 경기는 7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움츠러들었다.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조사에 따르면 2분기 EBSI는 79로 7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 기업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한 석유제품(59.7)과 글로벌 공급과잉에 수요 감소 악재까지 겹친 철강 및 비철금속(61.2) 제품에 대한 전망이 특히 암울했다. 섬유·의복 및 가죽(79.9) 제품을 비롯해 반도체(77), 자동차 및 부품(71.2),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63.2) 등 국내 수출 주력업종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발병한 뒤 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 이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서는 생산 차질, 즉 공급 측면에서 충격을 준 데 이어 소비 위축 등 수요 측면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위기론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제품의 설계·생산·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이 다수의 국가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체계를 말한다. 이러한 분업체계는 생산 효율은 높지만, 그만큼 여러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 현지 협력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모두 휴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내수보다 수출에 크게 의지하는 한국과 같은 경제 구조에서는 글로벌 가치사슬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한국의 전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무역의존도는 2018년 기준 70.4%에 달했다. 그런데 한국의 1, 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탓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두 나라의 경제상황도 우울하다. 주요 경기예측 기관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대로 하향 조정했고,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이 -3.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입국 제한, 통관 지연, 화물 수송 감소 등이 지속할 경우 생산의 글로벌 가치사슬상 거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한국 GDP는 0.51~1.0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시장 외연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국 정부는 3월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본 수출입 기업에 20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홍 부총리는 “3월 24일 발표한 ‘100조원+알파’ 대책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쇼크와 인적·물적 이동 제한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수출입·해외진출 기업들에 수출입은행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긴급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대출 11조3000억원의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하고, 신규로 2조원가량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또 수출입·해외진출 기업 보증 지원에 2조5000억원,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 수출 기업에 2000억원을 지원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대기업과 수출입 계약·실적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도 2조원씩 자금을 지원한다.

국내 수출 기업의 코로나19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강성은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글로벌 수요 부진 및 경기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수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 및 유관기관의 정책 공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큰 수출 상품과 피해 예상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국내 대책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코로나19 확산이 공급과 수요 충격을 동시에 유발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그 충격이 국경 간에 전파된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구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복수의 대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에서 스마트폰 대부분을 생산하는 애플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코로나19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중국에서 공장을 철수해 현재 인도와 베트남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의 주요 스마트폰 생산기지는 베트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국내 수출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중국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은 더 축소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은) 신흥국에 대한 다차원적인 공략을 강화해 수출시장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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