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서울대 경제학, 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금융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전광우
서울대 경제학, 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금융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은 두 번의 경제 위기를 모두 경험한 민간 출신 금융 전문가다. 세계은행 근무 시절 동아시아 외환위기 극복에 도움을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23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1998년부터 4명(이규성·강봉균·이헌재·진념)의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를 지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엔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당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후 신속·과감한 초기 대응을 선보이면서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이후 2009년부터 4년 동안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는 글로벌 시장 ‘큰손’의 수장 역할을 맡았다.

전 이사장은 3월 24일 ‘이코노미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위기의 파급력을 줄이기 위해선 과감하고 선제적인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은행 중심의 금융 시스템 안정화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예의 주시해야 하는 지표로 기업 부채를 꼽았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로 전 세계적으로 기업 부채가 급증했다”면서 “현재 금융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2008년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과정을 밟았다. 이번에는 실물경제가 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위기다. 사스나 메르스 때와 달리 전 세계적인 봉쇄 조치가 실물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단기적인 충격이 크고, 그만큼 대책 또한 강력해야 한다.”

과거 금융위기로 미뤄보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현재의 위기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지만, 위기 상황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은 같다. 초기 대응이 강력할수록 파장이 최소화한다. 2008년과 마찬가지로 현재 가장 큰 리스크는 기업 도산 위기다. 금융시장을 비롯, 은행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것이 기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특히 예의 주시할 경제 지표가 있을까.
“세계적 석학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경제 위기는 부채로부터 시작한다.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는 견지하되 무리한 팽창은 피해야 한다. 제로 금리로의 과도한 이행은 가계 부채가 악화할 소지가 크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가계 상환 능력이 감소해 큰 위기로 번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 비우량채권과 같은 기업 부채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부실채권(NPL) 비율 악화는 금융권 전반의 부실 문제로 번질 위험이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업 부채가 2008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신용평가사가 올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저금리 기조하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기업 부채가 앞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이사장은 “현재 기업 부채가 또 다른 금융위기를 조장하기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현 사태를 악화시킬 개연성이 아주 크다”라면서 “기업이 수익을 제대로 내기 어려워진 상황에선 빚을 갚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600억달러 통화 스와프(swap·맞교환) 체결에도 적정 외환 보유액 논란이 일었다.
“현재 외환 보유액은 4000억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두 배다. 외환 위기가 핵심 문제가 아니어서 위급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 정책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한다. 위기가 장기화해서 기업 도산이 늘고 외국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금융시장의 상황이 나빠지고 경상수지도 악화한다면? 추가로 안전망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축통화인 엔화 확보를 위해 일본과 통화 스와프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재정 정책은 어느 수준까지 이뤄져야 하는가. 2차 추경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1차 추경을 집행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2차 추경을 이야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올해 512조원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이고 적자 국채 발행도 최고 수준이다. 예비비 등 기존 항목을 조정하면서 예산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가 신용도를 받쳐주는 최후의 보루가 재정 건전성이다. 재정 집행의 효율성도 보면서 절제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애초 올해 재정 적자를 40조원, 국가 채무 비율은 40.2% 범위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만약 정치권 요구대로 2차 추경이 편성될 경우 국가 채무 비율은 올해 말 43%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다.

재정이 쓰여야 하는 곳은.
“코로나19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취약 계층 지원이 필요하다. 경기 활성화 방안에 발맞춘 자금 집행도 중요하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이나 대기업까지 직격탄을 맞은 분야에 지원한다는 정부 정책은 긍정적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조달러 구제금융안에 항공사 지원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항공·해운·철강 등 주요 기간 산업에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경계해야 한다.”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재난기본소득 논란도 일고 있다.
“1인당 100만원씩 주면 51조원이라고 하는데 이게 적은 돈이냐. 미국에서 1인당 1000달러를 준다고 모두 따를 수는 없는 법이다. 같은 논리라면 법인세 감축과 같은 미국의 다른 조치는 왜 따르지 않는가. 일본에서도 과거 재난기본소득 명목의 현금을 긴급 지급했는데, 소비가 촉진되지 않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감세 혜택을 받지 않는 취약 계층을 선별해서 현금을 준다는데, 이것이 훨씬 설득력 있다.”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되면 위기가 끝이 날까. 한국 경제의 반등 시점은.
“위기 국면을 벗어나는 가장 큰 관건은 다른 경제적 조치보다도 방역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확산세가 지속되고, 14억 인구의 인도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희망 섞인 이야기지만 상반기 이내로 사태가 진정되면,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반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97년이나 2008년처럼 ‘V 자형’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전부터 잠재 성장률이 감소하면서 경제 체질이 약화된 상태다. 기저질환이 있는 채로 감염병에 걸리면, 회복세가 더디지 않나? 마찬가지다. 현재 위기는 우리 경제가 감내하기 힘든 정도다. 복원력이 나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분위기면 ‘U 자형’ 반등을 예상한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려면.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기업의 경영 환경이 척박해 기업 활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기업을 대하는 정책이 변해야 시장이 반응한다. 최근 들어 시중에 유동성이 적지 않은데도 돈이 잘 돌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수혈량이 아니라 혈관이 모자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위한 조언 한마디.
“정책의 정치화가 과도한 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단기적인 포퓰리즘 공략으로 접근해서는 국가 미래가 어둡다.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현재 전 세계 국가의 각자도생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방심하지 않고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해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를 두고 ‘재정으로 공무원 수를 확대하는 국가가 메리트 있냐’고 묻곤 한다. 국가 지도자의 비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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