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일상 속 플라스틱의 존재를 의식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태어난 직후 하얗고 앙증맞은 플라스틱 침대에 눕혀 울음을 터뜨렸을 때부터 이미 플라스틱과 동행은 시작됐다. 한시도 떨어진 적 없다 보니 존재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 마치 공기처럼 말이다. ‘탈(脫)플라스틱 시대’ 커버 스토리를 준비하던 ‘이코노미조선’ 기자들은 잠시나마 플라스틱의 존재를 의식해보기로 했다. 플라스틱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우리가 얼마나 익숙해졌는지, 플라스틱이 사라지면 생활에 어떤 난감함이 밀려드는지. 그렇게 플라스틱의 엄청난 영향력을 새삼 깨달으면, 탈플라스틱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감내해야 할 불편의 무게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플라스틱의 늪에서 허우적댄 두 기자의 주말은 어땠을까.

#육아 대디(전준범) 기자의 주말

5세 아이를 둔 가정의 주말 풍경은 대체로 비슷하다. 아이와 놀거나, 아이에게 밥을 먹이거나, 아이를 씻기거나, 아이를 재우거나. 마음은 김소희 기자처럼 ‘플라스틱 없는 주말’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무엇이든 던지고 보는 사내아이에게 플라스틱이 아닌 컵과 포크를 쥐여줄 수는 없었다. 차선책으로 하루 동안 플라스틱 제품을 몇 개 정도 사용하는지 세어보기로 했다.

4월 11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밤새 작동한 에어워셔를 끄고 침대 옆 협탁에 놓인 공기질 측정기를 집어 들었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공기청정기를 켰다. 그때 아이가 양손 가득 장난감을 들고 나타나 놀아달라고 보챈다. “아빠, 커피 한 잔만 내리고 가도 될까?” 아이가 달려와 커피 캡슐을 낚아채더니 추출기에 직접 넣는다. 요즘에는 죄다 본인이 한단다.

아내가 아이 옷을 갈아입히라고 말한다. 수납장에서 아이가 원하는 옷을 꺼내 입히는 사이 아내는 아이의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밥이 담긴 식판과 숟가락, 포크, 물컵 등을 테이블에 세팅한 뒤 스마트폰을 꺼낸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한다나. 아이가 밥 먹는 동안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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