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 미국 캔자스주립대 심리학 박사(소비자 심리학 전공), 한국소비자광고심리학회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양윤 미국 캔자스주립대 심리학 박사(소비자 심리학 전공), 한국소비자광고심리학회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옛 소비자는 ‘기술’에 반응했어요. 신기술이 나오면 잘 몰라도 일단 환영하는 식으로 말이죠. 19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N세대부터는 ‘기능’을 더 중시해요. 광(光)마우스가 처음 등장했다고 칩시다. 젊은 소비자는 ‘So what?(그래서 뭐?)’을 외쳐요. 내게도 쓸모가 있어야 열광하겠다는 태도죠.”

소비자 심리학 전문가인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5월 12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중고 거래 활성화는 기능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축이 된 시대 흐름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기능을 따진다는 건 의사 결정을 실용적으로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전쟁 치르고 배고픈 시절 견디며 경제 발전에 기여한 세대는 소유욕이 강했어요. 보상 심리랄까요. 쟁취 욕구가 컸죠. 게다가 집단주의 사회였잖아요. 집단 내에서 어떤 소유물로 나라는 존재를 부각하려는 심리가 늘 있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달라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라 소유에 대한 집착이 덜하죠. 개인주의 사회다 보니 남에게 보이는 것도 신경 안 쓰고요.”

이런 소비 심리 변화가 소유의 시대를 ‘공유의 시대’로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고 양 교수는 진단했다. 중고 마켓의 성장은 공유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 중 하나다. 여기에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 ‘88만원 세대’ 등의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녹록지 않은 경기 여건도 부담스러운 소유 대신 실용적인 공유를 선호하게 만든 배경이 됐다.

“무엇인가를 평생 소유한다는 개념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구매만큼 처분이 중요한 세상이죠. 쓰던 물건이 필요 없어지면 남에게 팔고, 그 돈으로 타인에게서 다른 필요한 걸 사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해요. 제 경우 사용했던 교재를 중고가로 파는 학생들을 매 학기 봅니다.”

양 교수는 개성 표출 의지가 확고한 젊은 소비자 특성도 중고 시장 성장과 연결해 볼 만하다고 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중고 명품 가방을 사고, 중고 레코드판을 수집합니다.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나’를 드러낼 때는 또 거침이 없죠. 절제 안에서 소박하게 사치를 부리는, 이른바 ‘즐김의 미학’을 추구합니다. 이들에게 중고 시장은 개성 표출을 극대화해주는 공간인 셈이에요.”

양 교수는 중고 거래에 나서는 소비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주를 이루던 시절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명확히 구분됐습니다.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죠. 내가 저걸 못 가졌어도 괜찮아요. 대안이 많거든요. 집 마당에서 창고 세일(Garage sale)을 하는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안 쓰는 물건을 이웃끼리 사고파는 문화가 점점 보편화할 것입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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