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사진 조선일보 DB

국내 바이오 업계의 한 축은 의대 교수와 의사들이 창업한 기업이다. 면역항암제 개발업체 제넥신은 성영철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세운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이다. 바이오 신약 개발업체 셀리버리는 조대웅 전남대 의대 교수가 설립했다. 면역항암제 개발업체 박셀바이오 이준행 대표, 특수 효소 개발기업 아미코젠 신용철 대표, 장내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업체 고바이오랩 고광표 대표, 세포기반 면역치료백신 전문기업 셀리드 강창율 대표 등도 교수 출신이다.

의사 출신으로는 김규찬 란드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배지수·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주목받는다. 김규찬 대표는 소아과 및 면역학 전문의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 대학병원과 국립보건원 등을 거쳐 2007년부터 8년간 글로벌 제약사 머크의 연구소에서 전 세계 15인으로 구성된 ‘사이언스 앰배서더’를 지냈다. 이후 2015년 란드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해외에서 기술 이전받은 후보물질 임상을 일정 수준 진행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서울대 의대 출신 배지수 대표(경영 총괄)와 박한수 대표(연구 총괄)가 2015년 공동 창업한 회사다. 지놈앤컴퍼니는 2019년 미국 머크·화이자와 협력해 그들의 면역항암제와 장내미생물을 병용하는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대형 제약사들도 의대 교수 출신을 최고의학책임자(CMO·Chief Medical Officer)로 적극 영입하고 있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사장)이 대표적이다. 손 사장은 서울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서울대 내과 전문의, 한림대 의대 임상면역학 교수를 지냈다. 이후 영국계 제약 회사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신약물질 탐색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한미약품 CMO 겸 신약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LG화학에 합류했다. 지난해에는 바이오 사업 강화 특명을 받고 회사 생명과학 사업을 총괄하는 사장에 올랐다.

백승재 한미약품 CMO는 연세대 원주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출신으로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등을 거쳤다. 한미약품에는 2018년 합류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에 당뇨 신약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 등 기술 수출에 성공했지만, 이후 모두 계약을 해지당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후 개발 전략을 수립 중이다. 백 CMO는 “대사질환, 항암, 희귀질환 등의 연구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의 21% 수준인 2261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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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교수 창업 25년…바이오에 ICT를 더하다”

박용선 기자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학박사(생화학), 전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전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전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회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학박사(생화학), 전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전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전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회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질병 데이터와 결합해 빅데이터를 만들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3월 12일 만난 유전자 분석 기업 ‘마크로젠’의 서정선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이후 이 가능성을 늘 가슴에 담아두고 25년간 사업에 매달려왔다.

서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로 재직하던 1997년 마크로젠을 창업했다. 마크로젠은 전 세계 제약사·연구기관·병원에 유전자 DNA를 구성하는 염기서열 정보를 해독해 당뇨 등 질병 유전자 정보를 제공한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매출 1126억원을 기록했고, 그중 60%를 해외에서 올렸다. 현재는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유전자 분석에 접목해 사람의 질병을 예방하는 개인 맞춤형 의료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크로젠의 강점은.
“정확성이다. 유전자 분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마크로젠은 자체 연구개발은 물론 해외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쌓고 검증받았다. 특히 2016년 ‘한국인의 표준 유전자 지도’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유전자 분석 정확도를 인정받았다. 이 논문은 당시 ‘네이처’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인간 게놈 지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오 벤처 1세대로 통한다. 1997년 창업 당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당시 국내 바이오 시장은 ‘제로(O)’에 가까웠다.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재가 없다면 육성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또 해외 시장을 공략했는데, 회사를 알리는 게 쉽지 않았다.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 초저가 전략을 펼쳤다. 2002년 ‘네이처’에 5달러에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한다는 광고를 냈다. 당시 유전자 검사 비용이 20달러 정도였는데, 가격을 4분의 1로 낮췄다. 자체 연구를 통해 원가를 10분의 1로 줄여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전자 분석 시약의 양을 줄여, 가능했다.”

서울대 교수, 선배 CEO로서 바이오 벤처 육성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다.
“서울대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 창업을 독려했다. 또 2009년부터 11년간 한국바이오협회장을 맡으며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장을 코칭했다.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등이 서울대 제자다.”

교수나 연구자는 회사 경영, 영업에 서툴다는 지적이 있는데.
“교수와 기업인의 역할이 달라 이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교수는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며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면, 기업인은 사회에 필요한 정보와 제품을 개발·공급한다. 교수라서 회사 경영을 잘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어떤 음식을 먹어야 제대로 영양 섭취가 되는지, 어떤 운동이 건강에 좋은지 등 건강, 개인 특성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다.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 장내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도 시작했다. 유전자 분석 시장은 점점 개인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고, ICT를 접목해 이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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