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 열기가 뜨겁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VC가 바이오·의료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1조1970억원(28%)으로, ICT서비스(1조764억원), 유통·서비스(7242억원)를 뛰어넘었다. VC가 이렇게 많은 자금을 바이오·의료 부문에 쏟아붓고 있는 이유가 뭘까. ‘이코노미조선’은 3월 18일 바이오 전문 VC 대표 두 명을 만나 한국 바이오 시장에 대해 물었다. 1세대 바이오전문캐피털리스트로 국내 최초로 바이오전문 VC를 세운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운용 업계 유일한 바이오 전공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던 박준범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서울대 식품공학, KAIST 생물공학 석사·생물과학 박사, 생명공학연구원 박사 후 과정, 전 LG화학 기술연구원 연구원, 전 TG벤처, 한솔창업투자 벤처캐피털리스트, 전 인터베스트 전무 / 사진 LSK인베스트먼트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서울대 식품공학, KAIST 생물공학 석사·생물과학 박사, 생명공학연구원 박사 후 과정, 전 LG화학 기술연구원 연구원, 전 TG벤처, 한솔창업투자 벤처캐피털리스트, 전 인터베스트 전무 / 사진 LSK인베스트먼트

2016년 국내 최초로 바이오 전문 VC를 창업했다. 이유는.

“바이오 기업은 규제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투자하기 어렵다. 의약품은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받아야 출시 가능하고, 상업화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비전문가가 기술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는 VC나 바이오 비전공자들은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때 의사 결정이 오래 걸린다. 바이오 심사역이 바이오 비전공자들을 설득하는 데도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바이오에만 투자하는 VC를 세우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1997년 LG화학 연구원으로 시작해 ‘바이오 외길’을 걸었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는 어떻게 변했나.
“바이오 기업 투자에 뛰어든 200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 신약 개발 회사는 거의 없었다. 전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신약 개발 비중이 제일 컸지만 우리는 인력, 자금 모두 부족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점차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이 커지면서 창업이 활발해지고 기술 경쟁력도 높아졌다.”

바이오 기업 창업자들도 변화가 있었나.
“과거 바이오 기업 창업자들은 대체로 교수였다. 바이오 기업을 만들려면 기반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교수들이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 창업자의 성과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연구개발(R&D) 중 ‘연구’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제품화하는 ‘개발’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교수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창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VC도 연구자, 전문경영인을 연결해주면서 기획 창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와 별개로 최근 다국적 제약사 출신 창업자도 늘었다. 과거에는 주로 은퇴를 앞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젊은층도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하는 경우가 있다.”

VC의 바이오 투자가 증가세다. 이유는.
“바이오 산업 성장성에 아무도 의심을 품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지속하는 이상, 약과 의료 서비스 수요가 늘고 바이오 산업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벤처 투자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벤처 투자가 가장 활발한 국가가 미국, 중국, 한국이다.”

국내 바이오 산업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이오 산업이 더욱 성장하려면 유통 시장이 성숙해야 한다. 발행 시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인재와 투자가 늘며 성장하는데, 유통 시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투자 회수 창구가 기업공개(IPO)인데, 상장 기준이 모호하고 객관성도 낮다. 상장 기업이 많지 않다 보니, 투자자가 비슷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 기업을 두고 비교하기도 어렵다. 경쟁력 없는 회사가 시장에서 계속 버티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금까지 기술특례 상장으로 상장한 회사가 200개인데, 상장 폐지된 곳은 하나도 없다. ‘옥석 가리기’가 안되는 셈이다. 무조건 상장 폐지되지 않도록 보호하다 보니, 바이오 기업은 다 ‘버블이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시장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


박준범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준범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대표 서울대 수의학, 전 도이체방크 연구원, 전 KB자산운용 펀드매니저 / 사진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박준범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대표 서울대 수의학, 전 도이체방크 연구원, 전 KB자산운용 펀드매니저 / 사진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올해 3월 창업했다. 배경은.

“실리콘밸리 VC ‘안드레센 호로비츠’처럼 사후관리 전문인력을 통해 사후관리를 하려고 한다. 바이오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임상 신청 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톤을 이해하는 것’이다. FDA 임상 승인 경험이 있는 전문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들이 FDA 허들을 넘을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 회수에 있어서 IPO보다는 인수합병(M&A)을 활용하고자 한다. 기업 정보 제공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미국 VC는 M&A로 투자를 회수하는 비율이 45%인데, 한국은 0.5%에 그친다.”

M&A가 왜 그리 적은가.
“VC 입장에서 보면, 국내 바이오 기업 M&A 딜은 전례가 없고 IPO에 비해 난도가 높아서 굳이 할 이유가 없었다. 해외 제약사나 사모펀드 입장에서 보면 한국 기업은 지배구조 때문에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경우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사회 의장, IR 등 모든 직책을 맡고 있는 구조로, M&A 이후 창업자가 퇴사하면 가치가 사라진다. 반면 미국은 창업자가 CTO로 내려오고, 사업가적 역량이 있는 경영인에게 CEO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도 이사회에 친인척 대신 해외 파트너와 일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넣어야 한다.”

국내 바이오 기업 인력을 평가한다면.
“한미약품이 2015년 국내 제약 업체 최초로 신약 기술 수출을 발표한 이후, 해외에 있던 바이오 인재들이 ‘한국에서도 신약 개발을 할 수 있겠다’ ‘나도 한번 해보겠다’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이 모태펀드 규모를 키우고, 현 정권도 정책적으로 벤처 투자에 힘을 실으면서 바이오 벤처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오자, 실력 있는 인재 유입이 더욱 늘었다. 최근 5년간 해외의 우수한 인력들이 자본 조달이 유리한 한국으로 들어와 연이어 바이오 벤처를 설립하고 있다. 2~3년 후에는 더 훌륭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 기업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바이오 기업 거품 우려가 있다.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해 바이오 기업의 거품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의 산업이 태동하는 과정에 거품은 필연적이다. 다행인 것은 창업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수준도 올라가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많아진다면 가격과 가치의 괴리가 좁혀질 것이다.”

KB자산운용 재직 당시 씨젠, 메지온에 투자하며 7~10배 수익을 거뒀다. 바이오 기업 투자법을 알려준다면.
“성공적인 투자는 좋은 기업을 낮은 가격에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기업 가치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바이오 기업은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어렵다. 현금흐름은 없고, 무형 자산인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든 원칙은 ‘시장에서 환호하는 종목을 피하는 것’이다. 최소한 남들보다 비싸게 사는 호구가 되는 경우는 피할 수 있다. 반대로 보면 ‘시장에서 소외된 종목을 사자’가 된다. 괜찮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잘 모르거나 시장의 오해를 받는 경우, 실제 가치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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