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브 지커만(Gabe Zichermann) 게이미피케이션닷코 CEO 워털루대 휴먼 인텔리전스·영재교육·통계학, 롤린스대 마케팅 MBA, 전 트라이미디어 부사장, 전 CMP 미디어 마케팅 이사, 전 분티(Boonty) 최고마케팅경영자 / 사진 게이미피케이션닷코
게이브 지커만(Gabe Zichermann)
게이미피케이션닷코 CEO 워털루대 휴먼 인텔리전스·영재교육·통계학, 롤린스대 마케팅 MBA, 전 트라이미디어 부사장, 전 CMP 미디어 마케팅 이사, 전 분티(Boonty) 최고마케팅경영자 / 사진 게이미피케이션닷코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5월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등록했지만 지난해 돌연 태도를 바꿨다. WHO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던 지난해 3월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게임을 적극 권하는 ‘Play apart together(떨어져서 함께 즐기세요)’ 캠페인을 펼쳤다. 게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에 대한 인식 변화로도 이어진다. 단순히 즐기는 게임과 달리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게임적 사고와 기법을 활용해 행동변화를 이끄는 것을 의미한다. 재미없는 일에 도전·경쟁·성취·보상·관계 등 게임적 요소를 가미해 참여도를 높이는 원리다. 스타벅스의 별 적립 마케팅이 한 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편견도 커졌다. 세계적인 게이미피케이션 선도자로 알려진 게이브 지커만(Gabe Zichermann) 게이미피케이션닷코(Gamification.co) 최고경영자(CEO)는 3월 30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학부모는 물론, 차별화된 마케팅을 추구하는 기업에 게이미피케이션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끼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진단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산업이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게이미피케이션 응용 범위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의 신기술 확산 덕에 마케팅뿐 아니라 교육, 건강, 금융, 사회 등 생활 전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게이미피케이션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이미피케이션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점은 2011년이다. 당시 처음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게이미피케이션 서밋(회담)’이 열렸는데, 게이브 지커만은 서밋 의장으로서 이를 확산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게임 기반의 마케팅’ ‘게이미피케이션: 웹과 모바일 앱에 게임 기법 불어넣기’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기업들에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문을 해주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가 게이미피케이션에 미친 영향은 뭘까.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수업을 컴퓨터 화면을 이용한 온라인으로 대체하면서 아이들이 화면을 보고 지내는 시간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가 줄었다.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던 학부모도 게이미피케이션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 기업 또한 비대면 사회에서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을 더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게임과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아직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과 게이미피케이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행위에 대한 ‘의도’다. 게이미피케이션은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게임은 행동을 변화시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재미를 추구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늘 재미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다면 더 성공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 시대에 게이미피케이션의 역할은.
“게이미피케이션은 사람들이 교육, 건강, 재무 등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느낌 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가령, 누군가에게 운동을 하라고 할 때 체육관에 가라는 것과 닌텐도 위핏(Wii Fit)의 운동게임을 하라는 것 중 어느 게 재미날까. VR과 AR 기술이 게이미피케이션과 맞물리면서 우리는 더 재미나게 가상과 현실세계를 넘나들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성공 요건은 무엇인가.
“게이미피케이션은 늘 흥미로움을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게이미피케이션 해결책은 언제나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게이미피케이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게이미피케이션은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개인에 대한 영향력과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즉 소비자와 임직원의 행동이 동기 부여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가령 기업은 근로자가 신나게 일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젊은이들은 휴대전화 때문에 업무에 집중을 못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뇌가 반복적인 일에 지루함을 느끼는 게 문제다. 덴마크의 한 연구기관은 커플들이 사귄 지 평균적으로 1~2년 만에 로맨틱한 감정이 동료의 감정으로 바뀐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의 뇌가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습관’ 때문이다. 연애 초반 느낀 새로운 자극이 1~2년 만에 일상화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근로자가 더 역동적이고 두뇌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새로움을 줘야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달라.
“대표적인 게 델타항공의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 사례다. 델타는 고객 서비스를 위해 직원 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기존 교육방식으로는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존 기업에서의 교육은 알다시피 임직원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나. 그야말로 의무교육이었다. 결국 델타는 항로, 예약 시스템, 세계지리 등을 배울 수 있는 ‘Ready, Set, Jet’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델타항공은 교육용 게임을 선보인 첫해 직원들이 1년 만에 평균 4년 치 교육을 받은 결과를 얻었다. 교육용 게임은 업무 시간에는 하지 않도록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일반 직무교육의 경우 직원들이 정해진 양 이상으로 아무도 이수하지 않으려 하는 것과 상반된다.”

게이미피케이션이 교육에 특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성공적인 사업가 아난트 파이는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육제도를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해 교육학 박사학위를 땄고, 화이트 베어 레이크 초등학교에서 반 하나를 맡았다. 파이는 표준 교육과정을 자신이 만든 비디오 게임 기반의 교육과정으로 바꿨다. 그는 교육방식에 따라 아이들을 구분하고, 학생 각자에게 닌텐도DS 게임과 컴퓨터 게임을 줬다. 특별 제작된 게임이 아니었다. 모두 기존에 발매된 수학과 언어를 배우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3학년 수준에도 못 미치던 파이 반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실력이 18주 만에 4학년 중반 수준까지 향상됐다. 아이들은 수업에 도움이 됐던 두 가지 요소로 배움이 즐거웠던 것과 함께한 점(상호작용)을 꼽았다.”

기존 게임 회사들에 게이미피케이션은 어떤 의미일까.
“게임사 입장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은 핵심 사업을 교육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공공정책 참여를 효과적으로 장려하는 사업도 할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수익성은 아주 높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미래는.
“일하는 순간은 물론 활동을 하는 데 게이미피케이션이 더 많이 활용될 것이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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