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육 솔루션 ‘킷킷스쿨’을 남의 도움 없이 15개월 동안 쓴 탄자니아 어린이가 1년간 학교에 다닌 것과 같은 학습 성과를 보였다(왼쪽). 리니지2 개발자가 만든 영어 학습 앱 ‘캐치잇잉글리시’. 사진 에누마·캐치잇플레이
종합 교육 솔루션 ‘킷킷스쿨’을 남의 도움 없이 15개월 동안 쓴 탄자니아 어린이가 1년간 학교에 다닌 것과 같은 학습 성과를 보였다(왼쪽). 리니지2 개발자가 만든 영어 학습 앱 ‘캐치잇잉글리시’. 사진 에누마·캐치잇플레이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고, 수급이 원활해야 돈이 돈다는 점은 모든 산업군에 해당하는 사실이다. 먼저 살펴본 헬스케어뿐 아니라 교육·금융·유통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게임 메커니즘이 소비자를 유혹하는 도구로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용자의 자발성이 강조되는 비대면 사회일수록 고객을 제품·서비스에 묶어두기 위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 전략은 무게감을 더할 것이다.

특히 교육은 건강 관리와 마찬가지로 인내하지 않으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기 쉬운 영역이다 보니 많은 에듀테크 기업이 사용자의 학습 동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 기술을 받아들인다. 작년부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교육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이 날개를 달았다.

‘호두잉글리시’는 게임 방식의 어린이 영어 학습 프로그램이다. 이용자는 캐릭터를 움직이며 게임 속에서 영어 공부를 한다. 애초 이 서비스는 게임 개발사 엔씨소프트가 교육 목적으로 만들어 2015년 PC 버전으로 출시했다. 게임 업체가 만들었지만 미국 뉴욕주립대가 주최하는 국제 교육 심포지엄에서 ‘교육상’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운영권은 호두랩스로 넘어갔다. 호두랩스는 지난해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금 155억원을 확보했다. 또 캐릭터 기반 영상 교육 솔루션 ‘미니스쿨’을 사들였다.

캐치잇플레이는 2016년 4월 문을 연 6년 차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영어 학습 앱(응용프로그램) ‘캐치잇잉글리시’는 구글플레이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히트작이다. 이 앱을 만든 최원규 캐치잇플레이 대표는 게임 개발자 출신이다. 최 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를 개발하던 중 인간이 게임에 빠지는 메커니즘에 관심이 생겼고, 이 구조를 학습 시스템에 접목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창업에 나섰다.

캐치잇잉글리시 사용자는 리니지에서 반복 사냥을 하듯 반복 학습을 통해 레벨을 쌓거나 다른 사람과 문제 풀기 대결을 벌일 수 있다. 학습 레벨이 높은 이를 초대해 스터디 그룹을 꾸릴 수도 있다. 최 대표는 “게임 원리를 반영했더니 공부 앱인데도 일주일 이내 재방문율이 45%에 이른다”고 했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를 세운 부부도 엔씨소프트 출신이다. 이수인 대표와 남편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012년 미국 버클리에서 에누마를 공동 창업했다. 에누마는 아동이 남의 도움 없이 기본 문해(文解)와 수학, 영어를 게임하듯 익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

등장과 함께 20개국에서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에 오른 ‘토도수학’이 이 회사의 대표 서비스다. 2019년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아동 교육 경진대회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대상을 거머쥔 종합 교육 솔루션 ‘킷킷스쿨’도 에누마 작품이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 시장에서 큰 역할을 했다. MS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많은 학생의 등교가 중단되자 교육용 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했다. 학생들은 교육용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해양 생물학, 재생에너지, 그리스 역사 등을 배우고 MS와 미 항공우주국(NASA)이 함께 만든 가상의 국제 우주정거장을 둘러봤다. 이외에도 MS는 로봇과 함께 코딩을 배우고 3차원(3D) 프랙탈을 만들거나 워싱턴 D.C.의 랜드마크를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MS가 교육용 마인크래프트를 출시한 건 2016년이다. 출시 1년 만에 115개국에서 2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2019년 12월부터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무료 코딩 교육을 시행했다.


한 마트 직원이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하고 직무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 STRIVR
한 마트 직원이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하고 직무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 STRIVR

직원 훈련도 게임처럼

기업의 구성원 훈련 과정에도 게임 메커니즘이 녹아 있다. 2015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STRIVR은 월마트·BMW 등의 대기업이 직원 교육에 쓸 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BMW의 경우 차량 생산 공장의 조립라인 직원 훈련에 VR을 적용했다. 근로자가 VR 고글을 착용하면 눈앞에 미션 창이 뜨면서 조립할 순서의 부품 모양이 나타난다. 근로자는 미션을 수행하듯 작업 순서에 따르면 된다. 부품을 제대로 조립하면 효과음이 나오면서 성취를 인정한다. 보잉도 직원 훈련에 VR 기술을 적용해 전투기처럼 복잡한 비행기 조립에 투입할 숙련공 육성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독일 지멘스는 핵심 엔지니어를 뺀 나머지 마케팅·지원 파트 직원의 직무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큰 고민이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멘스는 회사 업무를 ‘플랜트빌’이라는 게임으로 만들고, 직원들이 다른 파트 업무를 세세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게임 덕분에 지멘스 직원들은 다른 영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plus point

당근마켓 게임의 법칙
“배지 얻고 온도 올리면, 당신은 프로 당근러”

당근마켓은 이용자의 서비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활동배지’와 ‘매너온도’를 도입했다. 사진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이용자의 서비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활동배지’와 ‘매너온도’를 도입했다. 사진 당근마켓

전국에 ‘당근이세요?’라는 유행어를 만든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 서비스 곳곳에도 게임적 요소가 배치돼 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의 서비스 몰입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한편 주요 기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게임화 장치를 만들었다.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지급되는 ‘활동배지’와 긍정 거래 후기가 쌓이고 이웃과 교류가 활발할수록 높아지는 ‘매너온도’가 대표적이다.

활동배지는 당근마켓에 처음 입문한 이용자의 서비스 기본 기능 숙지를 돕는다. 가령 이용자가 첫 거래, 동네 인증, 프로필 완성하기, 키워드 알림 등록, 검색 등의 기능을 쓰면 그 순간 각각의 배지가 지급돼 색깔이 채워지는 식이다. 원하는 배지를 모으기 위해 여러 기능을 직접 찾다 보면 사용자는 어느새 당근마켓 전문가가 된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활동배지는 이용자가 특정 ‘목표’를 달성할 때 받는 소소한 ‘보상’ 차원에서 즐거움과 몰입도를 선사한다”며 “획득하기 어려운 ‘황금배지’는 프로필 사진에 함께 전시할 수 있는데, 해당 이용자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표식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매너온도’는 따뜻함과 차가움으로 표현된다. 평균 체온인 36.5도를 시작으로 이웃과 따뜻한 소통을 많이 할수록 온도가 올라가 점점 더 밝고 따뜻한 색을 띤다. 반면 비매너 평가와 부정적 후기를 많이 받을수록 매너온도는 어둡게 변한다. 회사 관계자는 “매너온도 색깔 변화를 일종의 미션으로 여기고 경쟁하다 보면 거래의 품질도 올라간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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