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 연세대 인지과학 박사, 현 게임문화재단 이사, 현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 자문교수, 현 게임물관리위원회 정책자문단 / 사진 강원대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 연세대 인지과학 박사, 현 게임문화재단 이사, 현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 자문교수, 현 게임물관리위원회 정책자문단 / 사진 강원대

‘게임, 세상을 바꾸다’ 커버 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새삼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경제·사회를 아우르는 거의 모든 영역이 사용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게임 메커니즘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금 가입 후 게임에 참여하면 커피 쿠폰을 주는 금융 회사도, 피아노 소리가 나는 계단을 설치해 보행자의 운동을 유도하는 공공기관도, 도전·성취·보상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게임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의 역할이 더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기를 자극해 상대방이 계속 머물게 만드는 기술은 비대면 사회일수록 중요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다가온 ‘게임 천하’를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맞아야 할까. 이 물음의 답을 구하기 위해 ‘이코노미조선’은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인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와 지상 대담을 했다. 전문가들은 만족스러운 경험이 소비 여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흘러가는 만큼 제품·서비스에 게이미피케이션 기법과 구성 요소를 잘 녹인 기업이 오랫동안 대접받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또 게임의 세계관이 익숙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04년생)가 사회 주축으로 컸으니 이제는 기성세대도 ‘게임’이라는 키워드에 관한 막연한 거부감을 줄일 때라고 조언했다.


게임화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김상균 “글로벌 경제 구조의 변화를 보면, 농업에서 상품 중심의 산업으로 넘어갔다가 서비스 중심 경제를 지나 현재는 경험 경제에 접어들었다. 경험 경제에서 소비자는 상품 가격이나 품질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 구매 과정 전반의 경험과 심리적 만족감까지 따진다. 가판에 펼쳐놓고 ‘마음에 드는 걸 써봐’ 하는 식으로는 이제 살아남기 힘들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겪었으니 더 힘들 것이다. 소비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몰입을 유도하는 기업만 생존할 수밖에 없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역할이 커진다는 의미다.”

김정태 “소셜미디어(SNS)로 전 세계가 연결된 시대다. 한국의 내가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면 모르는 외국인이 찾아와 ‘하트’를 눌러준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이고 휘발성이 강하다. 그래서 우리는 초연결 시대에도 자주 외롭다. 이런 걸 ‘연결된 고독’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런 연결의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가 게임화라고 본다. 피드백과 상호작용이 훨씬 활발하고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박사, 전 삼성전자 소프트사업팀 게임프로듀서, 전 게이미피케이션포럼 대표, 현 게임인재단 이사 / 사진 동양대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박사, 전 삼성전자 소프트사업팀 게임프로듀서, 전 게이미피케이션포럼 대표, 현 게임인재단 이사 / 사진 동양대

경험이 중시되는 경제에서 게임은 어떻게 작동할까.

김정태 “이미 우리 주변에 사례가 많다. 넷플릭스는 뛰어난 인공지능(AI) 큐레이션 서비스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배달의민족 앱(응용프로그램)에서는 별점으로 맛집 순위를 매긴다. 모두 사용자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게임적 요소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뭐 볼 거 있나’ 하며 틀어보고 ‘뭐 먹을 거 있나’ 하며 열어보게 유도하는 것이다. 치밀한 게임화 설계다. 비행기 마일리지 제도나 호텔 우수 투숙객에 대한 스위트룸 업그레이드 서비스 등도 게이미피케이션 메커니즘에서 말하는 ‘레벨’에 해당한다. 대형마트의 마감 세일도 ‘카운트다운’이라는 게임 설계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압박과 몰입감을 주는 것이다.”

김상균 “게임은 오래전부터 개인에게 맞춤형 경험을 아주 잘 제공해온 영역이다. 물론 큰 변화의 물결을 읽고 전략적으로 개개인에게 접근한 건 아니다. 대신에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같은 경험의 판을 제공해 유저 스스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나라를 세우고, 집을 짓고, 친구를 초대하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게임을 하면서 모험심을 키우고 AI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세대가 경제·사회 주축으로 성장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어떤 걸 가까이해야 하는지 깨닫는 건 어렵지 않다.”


게임의 방식으로 후세대와 소통하는 일이 많을 텐데, 소개해달라.

김상균 “개인 경험을 말하자면, 최근 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줌(Zoom) 화상 강연을 한 일이 있다. 알다시피 원격 수업은 일방적인 경우가 많아 학생들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고민하다가 수업을 게임처럼 했다. 익명 보장하면서 의견 모으고, 비밀 투표도 하면서 학생들이 공통으로 하는 고민을 뽑아냈다. 굉장히 재밌어하더라. 몰입도가 엄청났다. 내가 명강사라서가 아니다. 상호작용에 신경 쓴 결과물이었다. 언택트 시대에는 게임과 게임 메커니즘을 부정하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김정태 “발 빠른 기업은 이미 인재 확보에 게임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신입사원 교육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건 유명하지 않나. 그룹의 비전과 계열사별 사업 영역 등을 전하기 위해 보드 게임, 방 탈출 게임, 추리 게임 등을 활용했다. 구글이 커다란 옥외 광고판에 수학자도 풀기 힘든 문제를 적어놓은 뒤 정답 보내는 사람과 면접 보고 채용한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졌다. 이것도 게임 메커니즘 가운데 ‘호기심’을 인재 채용에 연결한 경우다.”


여전히 많은 기성세대가 ‘게임’이라는 키워드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김정태 “게임과 게임화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그렇다고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도 없다. 게임 설계 방식을 현실 세계에 반영해 목적한 바를 이루겠다면서 그 근간을 부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이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는 데 우리가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본다. 교실 하나를 PC방처럼 꾸며서 학생들 학업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학교도 있단다. 학생들에게 학교 가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려는 작은 노력일 것이다. 코로나 블루(blue·우울감)를 이겨내는 매력적인 방법의 하나로 게임(디지털 치료제)이 언급되는 시대다. 이제는 게임의 순기능을 함께 볼 때다.”

김상균 “산업 측면에서 게임은 한류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가 열심히 대화 나눈 것처럼 경제·사회적으로도 게임과 게임 메커니즘이 주는 영향력은 크다. 그런데도 게임은 학문으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학계에서 학문으로 인정받아야 게임 인재를 안정적으로 육성할 수 있지 않겠나. 가끔 대중 강연을 하러 가면 ‘제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데 게임 관련 직종을 원한다. 기왕이면 대학부터 게임 관련 학과에 보내주고 싶은데, (게임 관련 학과를) 보유한 명문대가 없다’고 말하는 부모를 만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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