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블랙핑크의 아바타,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하는 조 바이든, 포트나이트에서 공연하는 트래비스 스콧. 사진 네이버제트·닌텐도·에픽게임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블랙핑크의 아바타,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하는 조 바이든, 포트나이트에서 공연하는 트래비스 스콧. 사진 네이버제트·닌텐도·에픽게임스

‘초통령’ ‘게임판 유튜브’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의 대표주자’

2004년 설립된 미국의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Roblox)’를 부르는 말은 이렇게나 다양하다. 로블록스는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듯 사용자가 게임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의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레고 같은 아바타에 단순한 배경, 1차원적인 세계관이지만 Z 세대(1996~2010년 출생자)에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9~12세 어린이의 3분의 2가 로블록스를 사용한다. 미국 10대의 하루 평균 로블록스 사용 시간은 156분으로, 틱톡(58분), 유튜브(35분)보다 많다.

초통령의 위용일까. 로블록스는 3월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54% 오르며 기업 가치가 급등했고, 단숨에 스타크래프트, 피파21, GTA5와 함께 ‘미국 게임 빅4’로 올라섰다. 월가 스타 펀드 매니저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가 로블록스를 펀드에 담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먼틀리 풀은 로블록스를 ‘10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주식’으로 꼽았다.

로블록스뿐만이 아니다. 게임에 문화생활을 접목한 ‘포트나이트(Fortnite)’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미국 10~17세 청소년의 40%가 매주 한 번 이상 포트나이트에 접속하고, 전체 여가의 25%를 쓰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월 “우리의 최대 라이벌은 디즈니가 아니라 포트나이트”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스의 기업 가치는 2018년 150억달러(약 16조원)에서 올해 4월 현재 287억달러(약 31조원)로 91% 상승했다. 중국 최대 게임 업체 텐센트가 에픽게임스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Zepeto)’도 설립 3년 만에 누적 고객 2억 명을 넘어섰다. 제페토는 가상공간에 3D 아바타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나이와 성별, 인종,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어디든 갈 수 있고 이윤 창출도 가능하다. 해외 이용자가 90%에 달하고, K팝 팬이 많아 국내 주요 연예 기획사의 러브콜도 이어진다. BTS가 소속된 하이브는 네이버제트에 70억원을 투자했고,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각각 5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그렇다면 Z 세대와 투자자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이용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용자는 메타버스에서 원하는 게임이나 장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공연, 영화, 쇼핑 등 다양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다. 이용자에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답답한 일상을 해소할 창구가, 기업엔 또 다른 마케팅 플랫폼이 펼쳐진 셈이다.

엔터테인먼트사와 패션 기업은 이미 메타버스의 열풍에 올라탔다.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열어 123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후 음원 이용률이 25% 상승했다. BTS도 포트나이트 게임에서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공개했고,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가상 팬사인회를 열어 4600만 명의 팬을 만났다. 구찌는 제페토에서 의상과 핸드백, 액세서리 등 60종의 아이템을 출시했고, 마크제이콥스와 발렌티노, 안나수이는 닌텐도 가상현실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신상품을 선보였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은 Z 세대와 만날 수 있는 장소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020년 5월 5일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청와대를 만들어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당시 MZ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동물의 숲에 ‘Biden HQ’라는 섬을 만들어 선거 유세를 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관심 갖는 국내 게임 업체

메타버스 인기가 날로 치솟자 국내 게임사도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넥슨은 게임 제작 플랫폼 ‘엠오디(MOD)’와 신개념 놀이 플랫폼 ‘페이스플레이’를 제작할 IT 인재를 모집 중이다. 두 플랫폼은 ‘넥슨표 메타버스’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월 K팝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했다. 좋아하는 스타와 만나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 컴투스는 영화 ‘승리호’를 제작한 VFX(시각특수효과) 전문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에 지분을 투자했다. 글로벌 게임 IP를 영화, 드라마, 공연 등으로 확대하거나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멀티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와이제이엠게임즈, 프렌즈게임즈 등도 메타버스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plus point

[Interview]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
“취미가 직업 됐어요”

(좌) 렌지가 만든 3D 아바타 의상. 사진 렌지 (우)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 사진 렌지
(좌) 렌지가 만든 3D 아바타 의상. 사진 렌지 (우)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 사진 렌지

네이버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렌지(lenge)씨는 지난 3월 1500만원을 벌었다. 가상세계 속 아바타의 의상과 신발, 헤어스타일 등 아이템을 팔아 얻은 수익이다. 최근 1년간 누적 아이템 판매량은 130만 개가 넘고, 월 수익은 5배가량 뛰었다. “내 아바타에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히고 싶어 시작한 취미가 직업이 됐다”는 그를 ‘이코노미조선’이 화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타버스에서 아바타 옷을 사는 사용자의 심리는 뭘까.
“대리만족이다. 현실에서는 명품 옷이 너무 비싸고, 다가가기 힘들지 않나. 가상세계에서는 200만원짜리 구찌 옷을 몇천원에 살 수 있다. 저렴한 브랜드 같은 경우 현실에서도 구매할 수 있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아바타를 꾸미는 게 뿌듯하다.”

2020년 4월부터 아이템을 판매했다. 유행 트렌드가 있나.
“초반에는 포도를 형상화한 옷 등 웃기고 실생활에서 볼 수 없는 옷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옷을 좋아한다. 요즘에 오버핏이 유행이라고 하면 내 아바타에도 오버핏 옷을 입히고, 날씨가 더워졌다 싶으면 반팔, 민소매 티셔츠를입힌다. 아바타에 현실의 나를 반영하는 추세다.”

메타버스로 새롭게 생긴 직업은 뭔가.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는 디지털 건축가나 아바타를 이용해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PD 등이 나오고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 하는 사업은 초기 자본이 들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아이템을 만든 즉시 판매할 수도 있고, 수량 제한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메타버스가 한때의 유행일까.
“앞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10대는 모바일 세상으로 들어왔다. 바깥에서 고무줄, 옥상 탈출, 도둑 잡기 놀이를 하기보다 메타버스 내에서 숨바꼭질을 한다거나, 학교 상황극, 가족 상황극을 하고 노는 경우가 많다. 가상세계로 글로벌 커뮤니티 공간이 확대되고, 더욱 활발히 운영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 문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빠르게 가상세계로 유입되고 있고, 사회·경제적 활동도 가능하다. 트렌드도 바로 바로 반영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처럼 제2의 플랫폼으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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