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해클 퓨처인텔리전스그룹 CEO 미래학자, 링크드인이 뽑은‘2020 톱 테크놀로지 보이스’, 빅싱크가 꼽은 ‘2020 기술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10인의 여성’ / 사진 퓨처인텔리전스그룹
캐시 해클 퓨처인텔리전스그룹 CEO
미래학자, 링크드인이 뽑은‘2020 톱 테크놀로지 보이스’, 빅싱크가 꼽은 ‘2020 기술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10인의 여성’ / 사진 퓨처인텔리전스그룹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18년 선보인 SF(공상과학)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2045년 혼합현실(MR)이 일상에 스며든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기만 하면 언제든 원하는 캐릭터로 변신하고 어디든 갈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와 우정을 쌓거나 연애를 하고 가상현실에서 구매한 아이템을 현실에서 배송받기도 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펼쳐졌던 혼합현실은 과연 먼 미래일까. 기술 미래학자 캐시 해클은 ‘이코노미조선’과의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SF 영화라고 생각했던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며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사람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만날 준비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캐시 해클은 확장현실(XR)·공간컴퓨팅 전문가로 링크드인이 뽑은 ‘2020 톱 테크놀로지 보이스’, 빅싱크가 꼽은 ‘2020 기술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10인의 여성’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재 퓨처인텔리전스그룹 최고경영자(CEO), 매직 리프의 기업 전략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타버스 개념이 나온 지 20년 가까이 됐다.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 두기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미 줌으로 하는 가족회의, 동물의 숲에서 진행하는 결혼식, 마인크래프트에서 열리는 졸업식 같은 사례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찾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본다. 과거와 달리 현실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의 발전은 메타버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5G는 빠른 데이터 속도, 짧은 전달 시간, 대용량, 초연결 등의 특징이 있다.”

메타버스 시장이 얼마나 커질 것으로 보나.
“아크 인베스트에 따르면, 가상세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현재 1800억달러(약 203조4000억원)지만, 2025년까지 3900억달러(약 440조7000억원)로 매년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많은 게임, 패션, 예술, 음악, 기술 기업이 가상세계에서 수익을 낼 방법을 찾고 있다. 가상세계 부동산을 매매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업랜드’를 보면 쉽다. 우리는 업랜드에서 누가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증권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직접 입찰에 나설 수 있다. 단순한 장난을 넘어 경제성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업랜드가 인기를 끌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 가상세계 부동산 소유자는 돈을 추가로 벌고, 현금화할 수도 있다. 업랜드는 현재 점과 면으로 구성된 2D 상태이지만, 3D 형태로 구축하려고 한다. NFT(대체불가능 토근) 기반 예술품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도 구축하려고 하는데, 이 경우 자산 가격이 더욱 오를 수도 있다.”


포트나이트에서 웬디스 캐릭터가 경쟁 버거 브랜드의 냉동고를 깨부수는 모습. 사진 웬디스
포트나이트에서 웬디스 캐릭터가 경쟁 버거 브랜드의 냉동고를 깨부수는 모습. 사진 웬디스
버버리가 선보인 게임 ‘B 바운스’. 사진 버버리
버버리가 선보인 게임 ‘B 바운스’. 사진 버버리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기업들은 온라인 마케팅에서 가상경제 마케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메타버스가 인기를 끌면 메타버스 게임 스트리머가 영화배우나 운동선수, 가수만큼 광고·마케팅에 효과적일 수 있다. 기업은 메타버스에서 시장 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메타버스 문화를 익혀야 한다. 메타버스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돈을 들이지 않고 광고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메타버스 마케팅을 잘 활용한 기업은.
“미국 햄버거 브랜드 ‘웬디스(Wendy’s)’가 있다. 웬디스는 포트나이트에서 햄버거 팀과 피자 팀이 혈투를 벌일 당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피자 팀에 섰다. 웬디스는 적은 죽이지 않고 다른 버거 브랜드의 냉동고만 계속 깨부쉈다. ‘다른 버거처럼 냉동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웬디스의 홍보 전략이었다. 이 게임 영상은 글로벌 방송 플랫폼 ‘트위치’로 생방송됐고 화제를 모았다. 웬디스의 트위치 팔로어는 순식간에 0명에서 7400명으로 늘었고 4만3500개의 댓글이 달렸다. 2019 칸 국제광고제에서 ‘소셜 앤드 인플루언서’ 분야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어떤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나.
“패션이다. 메타버스가 패션의 ‘수도’이자 ‘중심지’가 될 것이다. 제2의 코코 샤넬은 로블록스에서 아바타를 꾸미고 있는 10대 소녀일 것이라 생각한다. 패션업체는 이제 기술과 창의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래의 소비자는 이제 메타버스에 있다. 패션 브랜드가 디지털 정체성을 익히고 트렌드를 따르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명품업체 버버리는 자체 게임을 만들기도 했는데, 젊은층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훌륭한 전략이다. 가상세계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브랜드들은 로블록스 같은 플랫폼에서 메타버스 전문 크리에이터와 손잡고 캠페인을 전개하면 좋다. 이케아처럼 가상세계 인플루언서를 만들고, 꾸준히 브랜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동물의 숲에서 결혼 사진을 찍고 있는 리사와 리포 부부. 사진 닌텐도
동물의 숲에서 결혼 사진을 찍고 있는 리사와 리포 부부. 사진 닌텐도

마케팅 외 활용 방법은.
“우리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활용해 직원들이 조직 생활에서 느끼는 만족도를 개선할 수 있다. 요즘 직원 경험(EX·Employee Experience)은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만큼이나 중요하다. 포브스 인사이트·세일즈포스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경험과 고객 경험 만족도가 높은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두 배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인다. 가상현실은 직원들의 숙련도를 높이거나 교육을 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가상현실을 활용하면 현장에 접근하기 어렵고 위험 요소가 많더라도 안전하게 교육할 수 있다. 종합 물류 기업 DHL은 이머스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신규 작업자 교육 프로그램, 물류창고 업무에 활용한다. 작업자들은 물류창고 내 제품 위치, 수량, 하역 장소 등 정보를 받아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새롭게 생겨날 직업이 있다면.
“메타버스와 관련된 새로운 직업을 꼽자면, 홀로그램(hologram·3차원 입체 영상) 레거시 변호사가 있다. 홀로그램은 실물과 똑같이 보이게 하는 영상 기법이라서 이미 세상에는 없는 이들을 무대 위로 소환할 수 있다. 홀로그램 레거시 변호사들은 망자의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의도를 판단하거나, 고인이 죽기 전 홀로그램화를 받아들일지 확인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트윈을 진단하는 의사도 등장할 수 있다. 의사가 가상현실에 구현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우리 몸을 살피고, 이상 증세를 발견하는 것이다. 또 가상현실, 증강현실에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감독, 메타버스를 비롯한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메가 마케터라는 직업도 생겨날 수 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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