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쏘카·VCNC 대표 서울대 전기공학·경영학, VCNC(비트윈·타다 운영) 창업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박재욱 쏘카·VCNC 대표
서울대 전기공학·경영학, VCNC(비트윈·타다 운영) 창업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K유니콘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지만, 기대와 현실의 온도 차는 큰 모습이다. 차량공유 업체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운영하는 타다 서비스의 굴곡사는 스타트업 업계와 정부 규제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VCNC는 2018년 10월 렌털 기반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출시한 후 운영하는 차량 대수를 1500대로 늘리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타다로 불리는 ‘타다 베이직’은 11인승 승합차로 승객을 나르는 서비스다. 하지만 출시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3월 VCNC는 타다 베이직 운영 중단을 알렸다. 법원에서 타다에 대해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국회에서 일명 ‘타다 금지법’이 통과해 타다 베이직이 불법이 됐기 때문이다. 곧이어 쏘카를 이끌던 이재웅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박재욱 VCNC 대표가 쏘카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두 사람은 타다의 불법 영업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 대표가 쏘카와 타다를 겸임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박 대표는 그동안 쏘카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 타다의 사업 재건에 집중했다. 쏘카는 기존 차량공유 사업에 주력하며 온라인 중고차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타다라는 이름만 놔두고 아예 새로운 사업으로 접근했다. 기존 서비스를 좋아하던 이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생각에 가맹 택시 ‘타다 라이트’, 고급 택시 ‘타다 플러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규 서비스를 선보인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성과도 나쁘지 않다. 기존에 운영하던 타다 베이직 차량 1500대를 모두 매각했는데, 현재 운영하고 있는 타다 택시는 1300대가량이다.

특히 쏘카는 위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여 국내 모빌리티 업계 첫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박 대표는 5월 4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한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쏘카는 10년간 성장의 기반을 다졌고, 이제 노하우가 생겼다”며 “모빌리티 시장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는 지금부터 앞으로의 10년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에 더 많은 유니콘이 탄생하려면 법으로 허용하는 것만 정해놓는 지금의 ‘포지티브한 규제’에서 법으로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2011년 VCNC를 창업해 커플 전용 채팅 애플리케이션 비트윈을 출시했다. 그는 창업 멘토였던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회사 인수 제의를 받고, 2018년 7월 쏘카 자회사로 합류했다. 이후 3개월 만에 타다를 출시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모빌리티 업계 첫 유니콘에 등극했다.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크다. 창업해 살아온 지 11년인데 기업가 정신으로 불굴의 의지를 갖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그동안 모빌리티 사업으로는 돈을 못 번다는 인식이 컸다. 카카오 성공 후 후발 기업이 탄생한 것처럼 쏘카가 모빌리티 산업내 창업 신호탄을 쏘길 기대한다.”

쏘카는 여전히 적자다.
“IT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와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지금까지 쏘카는 차량 대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수익을 어떻게 낼 수 있는지 명확히 알게 됐다. 실제로 쏘카는 지난해 10여년간 쌓은 데이터, 기술노하우를 활용해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다. 가령 차량 문을 여는 방식을 문자메시지에서 블루투스, 데이터 통신으로 바꾸니 비용이 줄었다.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니 정비와 세차에 투입되는 비용도 줄었다. 차량 1대당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단위당 수입과 비용)가 개선된 것. 덕분에 과거 이루지 못한 수익과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내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쏘카는 국내 차량 공유 서비스 점유율 1위 업체로 지난해 매출 2597억원, 영업적자 264억원을 냈다. 2019년 매출 2567억원, 영업적자 716억원보다 개선됐다.

티맵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 우위는.
“쏘카는 1만3000대의 차량을 직접 운영한다. 세계적으로도 이 정도 규모의 차량공유 회사는 없다. 무인으로 관리하면서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차량 데이터를 수집하고,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작업이 10년 된 우리의 강점이다.”

지난해 투자받은 600억원은 어디에 쓰나.
“차량을 무인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등 데이터, 기술 고도화에 쓸 예정이다. 또 차량을 구매하지 않고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소비자 일상에 스며들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자금을 쓸 예정이다.”

상장 계획은. 해외 상장도 고려하나.
“아직 국내 시장, 해외 시장을 정하기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고 있다.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상장을 준비 중이다.”

타다 불법 논란으로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타다(베이직)는 법에 쓰인 대로 서비스를 만들었고, 서비스 시작도 기자간담회로 공식적으로 알렸다. 타다는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하는 데 타는 횟수가 많은 라이드-헤일링(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기존에 없던 방식에 도전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는 일자리와 국가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된다. 하지만 타다 사건으로 업계 대표들은 ‘성장 자체가 설레기보다 무서운 일이 됐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을 키우다 더 성장하면 뭇매를 맞으니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숨어야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해외 투자자의 반응은.
“해외 투자자는 우버, 그랩 등 다른 모빌리티 회사 성장 과정에서 한 번도 못 본 규제라며 놀라더라. 해외 투자금 유치에 리스크다.”

한국 스타트업계에 필요한 지원은.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세계적인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면 피해를 보는 레거시 산업이 생길 텐데, 이에 대한 안전망을 만들어주고, 3~5년 기간을 두고 해당 종사자들에게 일자리 재교육을 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하면 어떨까. 기업이 새 시장이 열리면서 생기는 일자리를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이게 국가가 성장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피해보는 레거시 산업 종사자의 연착륙을 지원할 방법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유니콘이 탄생하려면.
“네거티브 규제 외 기술 기업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가 은둔 경영인이 되는 경향이 많다.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을 이루면 사회의 막연한 부정적 인식으로 뭇매를 맞기 때문이다. 성공한 창업자가 활발히 투자를 하고, 스타트업에 멘토 역할도 해줄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게 한국에 유니콘이 많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이다. 기업가가 존경은 못 받더라도 최소한 인정은 받을 수 있어야 사회에 뭔가 돌려주려 하지 않을까.”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조언은.
“소비자가 가진 불편한 점을 찾아내는 ‘시장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또 좋은 팀과 적시에 이를 해결할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고, 더 빠르게 서비스를 개선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솔루션은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

안상희·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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