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서울대 경제학, 전 삼성물산 해외영업팀, 전 네이버 서비스전략팀, 전 카카오 카카오 플레이스 TF장, 전 카카오 게임플랫폼 팀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서울대 경제학, 전 삼성물산 해외영업팀, 전 네이버 서비스전략팀, 전 카카오 카카오 플레이스 TF장, 전 카카오 게임플랫폼 팀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시장이 냉각됐다고 하지만 모바일로 협의한 뒤 이웃 주민과 얼굴 보며 중고품을 거래하는 당근마켓은 질주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누적 가입자는 2018년 4월 100만 명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5월 1000만 명으로 10배 늘었다. 올해 4월 기준으로는 2000만 명이 당근마켓을 사용하고 있다. 2015년 온라인 중고 시장 후발주자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국민 5명 중 1명이 1주일에 한 번 이상 당근마켓을 이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당근마켓을 창업한 김재현‧김용현 공동대표는 카카오플레이스 업무를 같이 담당하던 동료였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5월 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이웃을 연결해주는 커뮤니티”를 고성장 비결로 꼽았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중고거래를 넘어 무너진 지역 커뮤니티를 인공지능(AI)과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재건하는 게 당근마켓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네에서 취향, 관심이 비슷한 사람과 연결되면 오프라인 활동으로 연계되는 등, 장점이 많을 것”이라며 “온라인상에서만 ‘좋아요’로 공감을 표하는 데 느끼는 허망함이 풍요로움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고,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공연하며, 세계 시장이 바라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지원으로 치고 나갈 토대만 마련해주면 한국에서도 기술과 문화가 통합된 글로벌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후발주자로서 업계 1위를 장악한 비결은.
“중고나라를 따라잡는 데 5년 반 정도 걸렸다. 사실 중고나라를 이기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서 중고거래하는 것을 보고 이를 발전시킨 IT 제품 중고 직거래 플랫폼 ‘판교장터(당근마켓의 전신)’가 시작이었다. 택배 중고거래 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이메일 인증을 통해 직거래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판교 주민한테 이메일을 많이 받았다. 이들을 만나보니 아기 엄마들의 중고 제품에 대한 직거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확장을 고민한 끝에 한정된 IT 제품 중고거래보다 동네 인증 중고거래로 사업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중고거래 시장은 컸지만, 우리는 사업 초반에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켜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이후 지역 주민을 고객층으로 타깃한 만큼 가입과 상품 등록을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다 보니 지금의 당근마켓이 탄생했다. ”

‘당근 문화’를 만들었다. 왜 지역 커뮤니티 시장이 뜰까.
“오래전부터 동네 커뮤니티 문화는 있었지만, 개인주의와 도시화로 와해됐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과 더 많이 연결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다. 사기거래가 발생하는 택배거래와 달리 대면거래는 정을 느낄 수 있고, 신뢰감도 높다. 아이를 데리고 나와 아기용품을 건네면 이 물건을 누가 썼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공략하는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없었다. 미국의 중고 플랫폼인 넥스트도어보다 회원들이 더 자주 앱을 활용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성인의 95%가 당근마켓 회원이다. 당근마켓은 여기에 개인별 신뢰도를 나타내는 ‘매너온도’를 도입해 주민 간의 따뜻함이 확산하도록 했다. 과거 이웃이 고구마를 주면, 귤로 갚는 문화가 있지 않았는가. 이 때문에 선물하기 기능도 더했다. AI 기술을 이용한 자동 필터링 기술로 의약품의 불법거래, 술거래 등은 방지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짧은 거래 시간 때문인지 큰 타격은 없었다. 당근마켓이 지역 생활 커뮤니티에 대한 소비자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것이다.”

이용자가 늘며 고객층도 바뀌었을 것 같다.
“총가입자가 2000만 명인데, 현재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고객이 25%를 차지한다. 사업 초기에는 30~40대 여성 육아맘들이 주 이용자였는데, 아내가 거래 장소에 남편을 내보내면서 점차 남성 고객이 늘었다. 지금은 전 연령층이 이용한다.”

수익 모델은 어떤가.
“동네 상점들로부터 받는 광고비가 수익 모델이다. 아직은 수익 모델보다 지역 플랫폼 내에서의 연결에 주력하고 있다. 연결을 강화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중고거래 수수료는 장담 못 하지만, 당장은 (부과) 계획이 없다.”

해외에도 진출했는데.
“2019년 영국에 처음 ‘캐롯’이란 이름으로 진출한 후 40개 지역과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영국이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화가 잘 구축돼 첫 해외 진출지로 선택했다. 캐나다, 미국, 일본에선 최근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했다. 진출 국가에서 각기 다른 성공 방식을 찾는 게 목표다. 네이버 메신저 앱 ‘라인’이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선배 창업가들의 성공을 자양분 삼아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꿈을 크게 가질 것이다.”

그러려면 실탄이 많이 필요할 텐데.
“지금까지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48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7월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당근마켓의 비전, 가치에 공감하는 장기적인 투자자를 파트너로 찾고 있다.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되는 투자자라면 더 좋다. 이번 투자금은 회사의 글로벌 진출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 상황이 좋다며, 당근마켓이 올여름 1000억~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 전략은.
“지역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플랫폼에서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 중이다. 중고거래로 시작해 지역 커뮤니티를 연결하니 동호회, 아이 또래 모임, 가사 도우미 구인, 동네 가게 소식지, 아르바이트 모집 등 무수히 많은 연결이 가능하다. 동네 구인·구직, 고도화된 부동산 거래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서 실험 중이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시간이 안 맞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스타트업이 더 많이 탄생하려면.
“현재 많은 국내 스타트업이 사명감을 가지고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IT 인프라, 서비스의 빠른 확산, 인재 확보로 창업 생태계가 잘 구축됐다. 하지만 세계 기준에 맞지 않는 국내만의 규제가 생겨나면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글로벌 기업과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후배 창업자에게 조언한다면.
“창업 초기 단계부터 메인 시장에 갈 수 없다. 작은 시장이지만 회사의 서비스를 아주 사랑해줄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초기 사용자 1000명을 만족시키는 게 정말 어렵다. 대체 서비스가 많은 상황에서 이들이 현존하는 서비스 대신 우리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다. 이용자는 만족감이 높으면 저절로 늘어날 것이다.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외 정답은 없다.”

안상희·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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