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슨 밀라드 G3파트너스 대표 런던대 역사학·정치외교학 석사, 전 비석세스 글로벌 디렉터 / 사진 G3파트너스
네이슨 밀라드 G3파트너스 대표
런던대 역사학·정치외교학 석사, 전 비석세스 글로벌 디렉터 / 사진 G3파트너스

“한국 스타트업의 75%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25%는 개선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스타트업 해외 진출 전문 마케팅·컨설팅사 G3파트너스의 네이슨 밀라드(Nathan Millard) 대표는 4월 28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이 아주 잘하고 있고 K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다만, 아직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이 (지난 3월) 뉴욕증시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외국에서는 쿠팡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 고객을 상대로도 성공할 잠재력이 충분해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K유니콘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 마케팅 리서치 기업 입소스코리아에서 일하던 밀라드 대표는 2012년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비석세스(beSUCCESS)에 합류하며 한국 스타트업계와 연을 맺었다. 2년 반가량 글로벌 디렉터로 일하며 수백 명의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와 회사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당시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등을 만났다.

그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마케팅·컨설팅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5년 G3파트너스를 세웠다. G3파트너스는 피칭(투자 제안) 지원, 제안서 작성, 스토리텔링 등 투자를 받는 데 필요한 멘토 서비스 등을 스타트업에 제공하고 있다. 정부 기관과 협업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1억달러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1억달러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해외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유니콘이 왜 적을까.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한국 투자자도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된 경우가 많지 않다. 한국에서 가장 바람직한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털(VC)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쿠팡,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당근마켓, 직방 등에 투자한 미 실리콘밸리 기반의 알토스벤처스라 생각한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좋고,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해외 시장에 소개해주는 역할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K유니콘이 적은 것은 언어의 한계도 있을까.
“언어 장벽은 아주 큰 문제가 아니라 본다. 영어를 잘 못해도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는 시대다. 사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게 현실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와 핀란드 슬러시 등 스타트업 관련 행사를 통해 회사를 소개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투자받겠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고 싶으면 미국 시장에서 사업하는 모습을 투자자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기업용 채팅 서비스 스타트업 ‘센드버드’처럼 현지로 가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도 한계다.”

글로벌 K유니콘이 되려면.
“글로벌 스타트업이 되려면 글로벌 관점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처럼 리스크(위험)를 감수할 정도의 기업가정신도 필요하다. 다만, 꼭 유니콘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도 한국의 스타트업은 잘해왔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만한 한국 유니콘은.
“센드버드가 가장 유망하다고 본다. 센드버드가 인상적인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아예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 점이다. 특히 창업자인 김동신 대표는 미국에 살며 사업을 이끌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에서 잘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회사는 한국 회사로 보지만, 해외시장에서 잘하고 이를 한국에서도 서비스하는 회사는 글로벌 회사로 본다. 센드버드는 고객도 외국사가 많다(2013년 창업한 센드버드는 올해 4월 7일 1억달러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1조2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B2B 유니콘이 됐다).”

그동안 많은 스타트업을 만났는데, 유니콘의 공통점은.
“우선 창업자가 중요하다. 창업자의 창업정신, 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가령 토스의 간편송금서비스는 금융 당국의 사업 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1년간 정부 관계자를 설득해 인가를 받았다. 내가 말하는 능력은 이런 것이다. 좋은 창업자가 있으면 좋은 팀과 투자자는 따라온다. 둘째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타이밍과 운도 좋아야 한다. 다만, 유니콘이 되기 위한 정해진 법칙은 없다. 유니콘은 지도, 내비게이션 없는 여행 아닌가.”

한국의 창업 환경은 어떻게 보는가.
“IT 등 인터넷 환경이 좋다. 소비자가 무엇이든 빨리 습득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신기술을 남들보다 앞서 경험하려는 소비자)’인 점도 긍정적이다. 교육은 물론 정부 지원도 많다. 단점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시장과 연결이 잘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부터 세계 무대를 생각하는 창업자가 많지 않고, 생각을 하더라도 이를 연결해줄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닌 성공한 창업자가 아직 많지 않다.”

한국은 유독 유통 산업의 유니콘이 많다.
“창업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국민대 디자인 대학원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김범석 쿠팡 의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기술·개발자가 아니다 보니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고민하는 마케팅, 플랫폼 회사가 많이 배출됐다. 세계적으로는 AI(인공지능), AR(증강현실) 등 디프 테크(deep-tech·원천기술)에서 유니콘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이 이 부분 선두주자는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 이 분야의 유니콘이 탄생할 자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10년 전에는 서울대 나온 아들이 스타트업을 한다고 할 때 찬성할 부모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창업가들의 기업가정신을 인정해주려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규제 환경 측면에서도 모든 나라에 규제가 있지만, 승차 공유 플랫폼으로 시장에 선보인 ‘타다 베이식’ 서비스가 지난해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운행이 중단됐을 때는 충격이었다. 혁신을 막은 대표 사례였다. 혁신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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