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국가회전중심(NECC)에서 개막한 제19회 상하이모터쇼에 전시된 전기차들. 사진 블룸버그
4월 19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국가회전중심(NECC)에서 개막한 제19회 상하이모터쇼에 전시된 전기차들. 사진 블룸버그

지난 4월 중순 상하이모터쇼에서 베이징자동차는 새 전기차 모델 ‘아크폭스 알파에스 HI’를 전시했다. HI는 ‘화웨이 인사이드’를 뜻하는 로고로, 화웨이의 자율주행 운영체계(OS)가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화웨이는 자사의 자율주행 OS가 들어간 모든 차에 HI 로고를 넣기로 했고, 그 첫 작품이 나온 것이다. PC의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을 장악한 인텔의 인텔 인사이드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행보는 중국 전기차 생태계의 치열한 경쟁 양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CATL을 대표로 하는 배터리 업체들뿐 아니라 △화웨이, 세계 최대 상용 드론 업체인 중국의 DJI,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 등 빅테크 기업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 △상하이자동차 같은 전통적인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태계 장악을 위해 합종연횡하고 있다.

중국 빅테크들이 최근 3개월 새 발표한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등 ‘스마트카’ 투자 계획 금액은 190억달러(약 21조4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5월 9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을 규모와 속도 면에서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빅테크들은 스마트카가 미래 첨단산업의 집약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19년까지 30개 글로벌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한 금액은 총 160억달러(약 18조800억원)에 달했다. 중국 빅테크의 투자 예정 금액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화웨이는 올해에만 스마트카에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로 기존 주력 사업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화웨이가 스마트카를 미래 먹을거리로 삼은 것이다. 직접 자동차를 제작하는 게 아니고 기존 완성차 업체에 자율주행 OS를 공급하는 형식이다. 화웨이는 광저우차 등에도 자율주행 인프라를 공급할 예정이다.

1년에 약 3000만 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이 홈그라운드라는 점이 화웨이 등 빅테크들로 하여금 전기차 생태계에 뛰어들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가전 업체인 샤오미의 경우 화웨이와는 달리 직접 스마트카를 제조하는 길을 택했다. 스마트카 자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에 10년 동안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중국 1위 인터넷 검색 업체 바이두는 완성차 업체와 전기로 달리는 자율주행차 합작 생산을 추진 중이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차와 함께 지난 1월 지두차를 설립한 데 이어 5년 동안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생산에 77억달러(약 8조7010억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보안 기업 360도 전기차 사업 진출을 천명했다. 5월 11일 360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360그룹 스마트카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 전기차 기업 네타오토와 협력해 친환경 자동차 사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판 테슬라 약진…니오·텐센트, 샤오펑·알리바바 동맹

중국판 테슬라들의 약진도 주목된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월 10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가 배터리 스와핑(교체) 기술로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사인 미국 테슬라와 경쟁할 전략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교환은 운전자가 방전된 배터리를 서비스 스테이션(배터리 교환소)에서 분리해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와 빠르게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니오는 중국 전역의 서비스 스테이션 네트워크를 올해 말까지 500개 확보하는 계획을 세우고 중국 최대 정유 업체인 국영 시노펙과 제휴했다. 유럽 진출을 위해 올해 노르웨이에도 서비스 스테이션을 개설할 예정이다. 선페이 니오 전력관리담당 부사장은 “배터리 교환은 니오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니오는 텐센트, 또 다른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대주주로 동맹을 맺고 있다.

전통적인 중국 자동차 업체들도 합종연횡에 적극적이다. 창안차는 화웨이 및 CATL과 손을 잡고 프리미엄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10일 중국 매체 콰이커지에 따르면 창안차는 투자자 교류 플랫폼에서 “화웨이, CATL과 공동으로 일류 스마트 전기차 플랫폼 ‘CHN(3사의 앞글자를 땀)’을 만들었다”며 “향후 하이엔드 스마트카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안차는 완성차 제조 시스템을, CATL은 배터리 기술을, 화웨이는 전자와 스마트 운영 시스템 연산 및 자율주행 영역을 맡아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 확대 위한 과제는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올해 중국 신에너지 차량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18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25%까지 높일 계획이다. 2035년부터는 일반 내연기관차 생산도 전면 중단한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 시장 전망은 밝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중국 전기차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들은 활동 무대가 자국 시장에만 한정돼 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등에 기대 자국 시장에서 안정된 성장을 해왔다는 것이다.

중국산 특유의 저가 이미지 극복도 과제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급 차를 생산하던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대거 전기차 제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라며 “중국산에 대한 저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중국 업체들의 숙제”라고 했다.


plus point

알짜배기 기업 많은 中 전기차 생태계

중국 전기차 생태계의 또 다른 강점은 내실 있는 기업들이 밑단을 든든히 받치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는 우시리드가 대표적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압도하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배터리 원가를 더욱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장비가 기여할 부분이 많다. 리튬과 코발트 등 글로벌 단일 가격이 적용되는 원자재 부문은 원가를 낮추기 어려운 탓이다. 한 전기차 전문가는 “CATL이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등극한 데에는 배터리 용량 단위당 장치 비용을 글로벌 경쟁사 대비 최대 30%까지 낮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터리 장비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은 중국 장쑤성에 있는 우시리드다. ‘히든챔피언’이라 할 수 있는 이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1600명 이상의 연구개발(R&D) 엔지니어를 포함, 60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2020년 매출은 9억달러(약 1조170억원), 당기순이익은 1억5000만달러(약 1695억원)에 달했다. 우시리드는 전략적 투자자인 CATL과 배터리 장비 개발에 협력해왔다. 우시리드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와도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에는 경쟁력 있는 차량용 소재 기업도 적지 않다. 자동차 유리 부문의 푸야오 글라스, 알루미늄 합금 제품을 생산하는 닝보 쉬성 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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