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심 칸(Qasim Khan) 이퀄오션 수석 애널리스트 중국 대외경제무역대 학사
콰심 칸(Qasim Khan) 이퀄오션 수석 애널리스트 중국 대외경제무역대 학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1위인 CATL을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있다. CATL은 배터리를 넘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CATL은 2011년 설립 초기부터 독일 BMW와 같은 완성차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최근에는 미국 테슬라, 중국 지리차, 독일 다임러,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혼다, 한국 현대차 등도 CATL과 광범위한 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완성차 회사와의 협업은 물론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제품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 및 배터리 재사용 기술 개발에도 한창이다. CATL은 자동차 제조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지만, 최근의 광폭 행보와 개발 전략은 그런 말을 의심스럽게 할 정도다.

CATL은 기술적인 우월성과 유리한 규제 환경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딩 컴퍼니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TDK 엔지니어 출신인 쩡위췬 CATL 창립자가 1999년 설립한 ATL은 폴리머 리튬 배터리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CATL의 기술적인 우월성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CATL은 그 첫 번째 명단에 올랐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리튬 인산 철 배터리(LFP)를 고집했던 BYD와 달리 CATL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리튬 배터리를 고집하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여왔다. 특히 2017년 중국 정부의 삼원계 리튬 배터리 성장 지원은 CATL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등 여러 지원책은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 성장·발전에 도움이 됐다. 실제 중국에선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난립했다. 2019년 6월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화이트리스트(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지정하는 우수 배터리 명단)’ 폐지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개방했고, 일본과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중국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사라지거나 쪼그라들었지만, CATL은 꾸준히 성장했다는 점이다.


낮은 생산 비용이 CATL 경쟁력

이는 다른 경쟁사 제품보다 CATL의 생산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CATL 전기차 배터리 팩의 평균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2019년 1(킬로와트시)당 990위안(약 17만8200원)에서 2022년에는 1당 720위안(약 12만9600원)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CATL의 영업이익률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보다 높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CATL은 최근 몇 년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모든 부분을 신중히 관리했다. 업스트림에서 CATL은 지분 투자 및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리튬, 니켈 및 코발트의 채굴 및 처리에 직접 참여했다. 미드스트림에서는 자회사 공장을 설립해 양극재 개발에 집중했다. 업스트림 및 미드스트림 과정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비용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다운스트림에서는 중국 완성차 회사와의 합작 회사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중국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CATL과 화웨이의 협력은 전기차 공급망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은 화웨이가 자동차 전동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될 수 있으며, 화웨이는 CATL이 업계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CATL은 중국 내 공장을 증설해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CATL은 2020년 최대 650억위안(약 1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생산 용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일었던 중국 전기차 버블 붕괴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정부 시책에 따라 미래 시장 전망은 밝다.

최근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테슬라의 급성장도 CATL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테슬라는 올해 상하이에서 55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2020년 글로벌 판매량(44만2334대)을 넘어서는 양이다. 테슬라는 2년 전 CATL과 계약을 했다. 두 거대 기업은 기가팩토리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테슬라의 첫 해외 배터리 메가팩토리도 중국 상하이에 있다. 모델3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 규모는 25만 대 수준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 시민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 시민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해외 경쟁사 CATL 생태계 벤치마킹할 듯

현재 전기차에 주력하는 BYD는 한때 ‘배터리 킹’으로 불렸다. CATL도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CATL이 BYD처럼 전기차 제조업으로 업태를 전환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같은 노련한 회사들은 CATL과 유사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거나 앞으로 노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CATL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은 중국 내부가 아니라 해외에 있을 것이다. 3월 15일(현지시각) 독일 폴크스바겐이 배터리 전략을 소개하는 ‘파워데이’ 행사에서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적용하고, 2030년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각형 배터리는 CATL이 주력으로 하는 분야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대거 CATL 제품으로 교체한다는 의미다. 각형 배터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는 스웨덴의 노스볼트도 있으며 폴크스바겐은 이 회사와도 10년간 140억달러(약 15조82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은 ‘배터리 공급 체인의 변화’를 의미한다. CATL을 더는 중국 내수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다시 CATL을 능가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CATL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에서 홈그라운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거점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노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완성차 업체들은 주로 CATL의 시장 지배력과 기술력 때문에 손을 잡기를 원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는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기차 시장과 인프라는 이미 미국을 훨씬 앞서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약 130만 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판매량은 32만8000대에 머물렀다. 물론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도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것이다. 그리고 양국의 진짜 경쟁은 그때 시작될 것이다.

콰심 칸 이퀄오션 수석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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