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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스타일쉐어와 자회사 29CM를 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맺었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가 11년 전 창업할 때 내세운 목표는 ‘패션계의 페이스북’으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커뮤니티 소비’를 겨냥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구독하듯 정기배송해주는 미국 스타트업 ‘미스핏츠마켓’은 지난 4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됐다. 2억달러(약 2280억원) 투자를 추가 유치하면서다. 올해 1~4월 판매량이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설 만큼 질주하는 배경에는 친환경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가치 소비’가 있다. 이들은 상처가 있거나 모양이 흉해 버려지는 과일이나 채소 등을 저렴하게 사는 데 거부감이 없다.

미국 세대 연구기관 CGK 공동 설립자 제이슨 도시와 더니스 빌라가 ‘제트코노미(Z-Conomy)’에서 ‘트렌드 세터(새 트렌드를 만드는 주체)’라고 규정한 MZ 세대에게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업의 사례들이다. 도시와 빌라는 “비즈니스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형태를 완전히 바꿀 세대”라며 “업종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일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와 Z 세대(1997~2010년생)는 비슷한 성장 환경을 공유해왔다. ‘디지털 세대’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들을 한데 묶어 MZ 세대로 표현하기도 한다. 기성세대는 MZ 세대가 함께해야 할 고객이자 직장 동료이지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지갑이 얇은데 명품과 한정판 굿즈는 척척 사고, 퇴근 후 회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생판 모르는 사람과 소모임을 한다. 소비와 투자는 물론 직장 세계까지 바꾸는 MZ 세대는 누구일까.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을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는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을 순차적으로 접해 신문물에 익숙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부모의 모습을 본 탓에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지만, 윗세대만큼 충성도는 높지 않다. 취업 후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이 더 빠르게 불어난다는 점을 실감했다. 한때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를 외치며 월급을 탕진했지만, 더는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돈을 모으고 파이어(FIRE·조기 은퇴)족을 꿈꾼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Z 세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생활을 영위했다. 스마트폰과 한 몸처럼 살면서 사회 이슈, 연예계 소식은 물론 학업, 취업까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유튜브에서 찾고,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휴대전화, 태블릿 PC를 통해 온 세상 소식을 접한다. 소셜미디어(SNS)로 공정, 평등, 기후변화 같은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옆에 있는 친구가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언제, 어디에서든 나와 취향, 관심사가 같은 친구를 만날 수 있으니까. 공부도, 게임도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한다.

신흥 인프라인 인공지능(AI)과 5G(5세대 이동통신) 도입이 확산하는 시점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비즈니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하고 있는 지금, MZ 세대는 비즈니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창(窓)이 되고 있다.


MZ 세대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보디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는 김지은(27)씨. 사진 김지은
MZ 세대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보디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는 김지은(27)씨. 사진 김지은

“MZ 세대는 ‘수도권’, 기업 지속가능 좌우”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인구수 대비 밀레니얼 세대 비중은 22%이고, Z 세대는 14%로 나타났다. 총인구의 36%에 달한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64년생·15%)와 X 세대(1965~80년생·26%)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월드 데이터 랩에 따르면,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력은 지난해 X 세대를 뛰어넘었고, 2035년에는 Z 세대가 X 세대의 구매력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설문 조사 결과, Z 세대 10명 중 7명이 가족이 가구, 가전용품 등을 구입할 때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장년층의 구매 결정권도 MZ 세대가 쥐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또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고 이슈를 빠르게 알리는 데 익숙해 글로벌 브랜드를 순식간에 흥하게도, 망하게도 한다. 자금력이 크지 않은데도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 세대는 수도권과 같다. 수도권 소비층을 놓치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MZ 세대를 놓친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과거의 소통, 마케팅 방식을 답습하는 ‘낡은 기업’은 퇴출 압박을 받는다. MZ 세대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다 보니 입는 옷, 사용하는 물품 하나에도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기를 원한다. 재미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상품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나머지는 온라인 커머스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 구매하거나 중고로 물품을 산다. 신뢰를 떨어뜨린 기업에는 불매운동으로 대응한다. 투자할 때도 자신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기업들도 서서히 MZ 세대의 문법에 적응하고 있다. 구찌는 나이 든 직원이 젊은 직원을 멘토로 삼는 ‘리버스 멘토링’과 30세 미만의 직원들로만 구성된 의사 결정 조직 ‘그림자 위원회’를 구성했다. 모피 사용 금지, 중성적 디자인 적용,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 새로운 시도를 펼친 결과, ‘구찌하다’는 ‘쿨하다’와 동의어가 됐다. 나이키는 흑인, 여성, 장애인 등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MZ 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직장 세계’도 바꾸는 MZ 세대

소비자를 마주하는 B2C 기업만 MZ 세대에 주목해야 하는 건 아니다. 노동 시장에서도 MZ 세대가 핵심 인력이 됐기 때문이다. MZ 세대는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직장에서도 원하는 것을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얘기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직원들이 최근 창업주에게 직접 공정 보상을 요구한 것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인식도가 높다. 학창시절부터 주관적인 기준이 반영되는 수행평가 등을 거치면서 ‘평가’와 ‘보상’의 기준에 누구보다 민감하기 때문이다. 붉은 띠를 두르고 길거리 집회를 하기보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해 불만을 표출한다.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대세가 되는 배경에도 MZ 세대의 가치 중시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MZ 세대에 마냥 겁먹을 필요는 없다. MZ 세대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열정을 쏟을 프로젝트를 찾고, 누구보다 재미있게 일하고 싶어 한다.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고 기업 문화를 혁신하고, 소통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리더와 조직이 성장하고 혁신하고 성과를 높일 커다란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장수 기업을 떠받쳐온 소비자와 직원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화하면서 그 공백을 채울 MZ 세대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MZ 세대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를 돕고 편견을 깨기 위해 ‘MZ 이코노미’를 탐구했다. 고객·투자자로서의 MZ 세대를 분석하고, MZ 세대가 바꾸는 직장 세계도 살펴본다. MZ 세대의 다양성과 솔직함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여러분의 선택이다. 당신은 MZ 세대의 신뢰와 충성을 얻을 것인가, 외면당해 퇴출될 것인가.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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