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에 내장된 촉각 발생 모듈 ‘탭틱엔진(taptic engine)'. 사진 애플
애플 아이폰에 내장된 촉각 발생 모듈 ‘탭틱엔진(taptic engine)'. 사진 애플

손바닥만 한 빨간 여우 한 마리가 장갑을 낀 사용자의 손바닥 위에서 뛰어논다. 사용자는 여우의 발 움직임을 장갑을 통해 섬세하게 느낀다. 한 미국 스타트업이 공개한 가상현실(VR) 장갑 시연 동영상 내용이다. 현재 대부분의 VR 헤드셋은 눈(시각)과 귀(청각)에 몰입형 영상과 오디오를 제공하지만, 촉감 전달은 부족하다. 햅틱(디바이스를 통해 촉각적 경험과 운동감 등 피드백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 분야는 수십 년 동안 발전했지만, 여전히 진동 피드백이 지배적이다. 게임 컨트롤러를 통한 떨림이나 스마트폰의 진동을 느끼는 정도다. 진동은 알림에는 유용하지만 실제 물체를 만지고 상호 작용하는 풍부한 촉감을 재현하기에는 초보적인 단계다.

최근에는 발전된 햅틱 기술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햅트엑스(HaptX)’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VR에서 더욱 정교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장갑을 만들어 주목받는 회사다. 지난 5월 말 현재까지 누적 펀딩액은 2000만달러(약 226억원)에 달했다. 햅트엑스의 VR 장갑에는 130개의 촉각 피드백이 부착돼 있다. 미세 유체 채널 기술을 통해 각각의 촉각 피드백이 팽창 또는 수축하며 사용자의 촉각을 자극, 사용자는 VR에서 실제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일례로 VR에서 가상의 비구름 아래 장갑을 대면 빗방울이 하나하나 떨어지는 것까지도 느낄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함께 장갑을 사용해 온라인상에서 차량 설계를 하고 시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햅트엑스 관계자는 “향후 유럽의 자동차 디자이너, 아시아의 제조업체 관계자, 북미의 비즈니스 리더가 가상 공간에 장갑을 끼고 모여 콘셉트 카의 모양과 느낌 및 운전 경험까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VR 장갑 기술의 진정한 잠재력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공동 사용하는 데서 실현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가 발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발전에 따라 촉각 비즈니스 분야도 확장하고 있다. 햅틱은 물론, 로봇 피부 분야까지 범위가 넓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지난 4월 더욱 섬세한 촉각을 느끼는 VR 장갑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손가락으로 수행하는 작업을 정확히 감지하는 신축성 센서를 만든 것. 가상현실 공간에서 불을 만지면 뜨거움이, 얼음을 만지면 차가움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수준의 새로운 기술이다.

정보기술(IT) 공룡도 촉각 기술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의 최근 스마트폰에 탑재된 ‘탭틱엔진(taptic engine)’은 기존 스마트폰에 내장된 모터가 발생시켰던 진동뿐만 아니라 버튼감에서 꼭 필요한 ‘딸깍’하는 듯한 느낌까지 재현하는 햅틱 구동기다. 애플은 2017년 수면 추적 장치를 만드는 회사 ‘베딧’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침대 매트리스용 촉각 피드백 기기를 연구하는 곳이다. 수면의 질을 촉각을 통해 파악하고 사용자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베딧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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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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