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욱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현 IEEE 햅틱기술위원회 공동의장 / 사진 카이스트
경기욱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현 IEEE 햅틱기술위원회 공동의장 / 사진 카이스트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등이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면서, 오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오감 인터페이스’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오감 중 시각이나 청각은 기술적인 연구가 많이 진행됐지만, 촉각은 여전히 부족하다.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이 결합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햅틱(디바이스를 통해 촉각적 경험과 운동감 등 피드백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 즉 촉각 기술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우선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의 기능은 계속 다양해지고 있지만, 외관은 더 단순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라진 충전단자는 무선 충전이, 이어폰 연결 단자는 블루투스가, 버튼은 터치스크린이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무선충전과 블루투스가 본래의 기능을 100% 대체하는 반면 터치스크린은 시각 정보와 ‘터치’는 대체하지만, 버튼을 ‘누르는 느낌’까지는 대신하지 못한다. 촉각적인 느낌의 중요성은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키보드에서 잘 체험하고 있다. 아무리 터치식 키보드, 전자식 키보드가 출시돼도 대부분은 여전히 ‘기계적인 느낌’이 있는 키보드를 선호할 뿐 아니라,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할 때 가장 높은 작업 능률을 보인다. 향후 스마트폰 햅틱 관련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도 있다. 최근 유연전자 기술의 발달과 함께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햅틱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피부에 부착하거나 옷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얇고 유연한 형태로 개발된 햅틱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에게 옷이나 피부를 터치하는 동안에 버튼감, 진동감, 공간감 등 다양한 촉감을 생성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실현하게 할 것이다. 만지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언택트 햅틱 기술도 최근 발전하고 있다.

‘공간(mid-air) 햅틱’ 기술에 관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공간 햅틱 기술은 직접 닿지 않아도 촉감을 발생시킴으로써 접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공간 햅틱을 위해서는 레이저와 초음파 등 공간상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여러 개의 초음파 발생 장치를 이용해 사람 손이 특정 위치에 도달하면, 순간적으로 여러 초음파 신호가 사람 손끝의 한 점에 모이게 해 사용자는 손가락에서 촉감을 느끼게 된다.

원격 수술 로봇 분야에서는 햅틱 피드백을 이용한 조종 장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원격 수술 로봇은 이제 우리나라 대형병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됐다. 그러나 현재의 원격 수술 시스템은 집도의가 조종기를 통해 로봇을 제어할 수는 있지만, 로봇이 환자와 접촉하는 물리적인 느낌은 전달받지 못한다. 햅틱 기술을 원격 수술 로봇의 조종기에 결합할 경우, 보다 더 직관적이고 현실성 높은 원격 수술이 가능하게 된다. 앞으로 햅틱 기술은 로봇,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촉각 증강 기술에 활용이 가능하도록 탄성 변형률을 높인 구동 소자 등 소재 분야가 대표적이다. 기업에서 촉각 기술을 적용한 비즈니스 영역의 선점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탐구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욱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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