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로봇 ‘목시’. 사진 딜리전트 로보틱스
간호사 로봇 ‘목시’. 사진 딜리전트 로보틱스

LG전자는 5월 27일부터 전국의 LG베스트샵 9곳을 무인 야간 매장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9개 매장은 매일 오후 8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활짝 열어둔다. 매장을 지키는 건 LG전자의 자율주행 로봇 ‘클로이’뿐. 현대자동차도 서울 송파대로 전시장을 야간에 무인으로 운영한다. 이곳에서 올빼미 고객을 반기는 건 현대차 그룹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달이’다. 늦은 밤까지 직원을 대기시킬 수 없는 매장의 고민과 늦은 시간에만 방문이 가능한 고객의 고민을 로봇이 해결해준 셈이다.

미국 딜리전트 로보틱스가 만든 ‘목시’는 병원에서 간호 인력을 돕는 로봇이다. 목시는 각 병실을 돌며 소모품을 수집하거나 혈액 샘플을 지정된 장소로 옮기는 작업을 맡는다. 잡다한 일을 목시에 맡긴 간호사들은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기존 대비 30% 더 확보하게 됐다. 일본 다이와하우스는 귀여운 바다표범 모양의 로봇 ‘파로’를 개발해 외로운 이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사용자가 쓰다듬거나 말을 걸면 파로의 AI가 이를 인지해 상황에 어울리는 소리를 내거나 눈을 움직인다.

미국 아마존의 ‘스카우트’, 중국 알리바바의 ‘샤오만루’, 도미노피자의 ‘도미 에어’ 등은 물건을 전달해주는 배송 로봇이다. 한국에서는 GS리테일이 올해 5월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GS25 편의점에 AI 배달 로봇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통해 편의점 상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자율주행 방식으로 사무실까지 배달한다. 이 점포의 전체 배달 매출이 도입 직전 40일과 비교해 50.1%나 급증했다. 지구와 4억7000만㎞ 떨어진 화성에서 탐사 임무를 수행 중인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와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도 인간 대신 떠난 로봇들이다.


2족 배송 로봇 ‘디지트’. 사진 포드
2족 배송 로봇 ‘디지트’. 사진 포드
자율주행 배달 로봇 ‘R2’. 사진 누로
자율주행 배달 로봇 ‘R2’. 사진 누로
LG전자의 서비스 로봇 ‘클로이’. 사진 조선일보 DB
LG전자의 서비스 로봇 ‘클로이’. 사진 조선일보 DB

매년 30%씩 크는 서비스 로봇

인간이 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묵직한 로봇팔이 공장 생산 라인을 바삐 오가며 물건을 포장하고 옮기는 건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처럼 둘의 동행이 늘 존재해왔음에도 ‘이코노미조선’이 2021년 6월 현재 로봇에 관한 커버 스토리를 기획한 건, 우리 일상을 겨냥한 로봇의 서비스 영역 침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광범위해서다.

로봇은 더 이상 산업 현장의 과묵한 기계 뭉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음식을 나르고, 커피를 제조하고, 환자를 간호하고, 과일을 재배한다. 사람 곁에서 말이다. 물론 이 역시 수년 전부터 봐온 장면이긴 하나 요즘처럼 인간과 로봇의 공생(共生) 시도가 적극적이었던 적은 없다.

로봇 공생 시대의 본격화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 46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서 2022년 115억달러(약 13조원)로 연평균 35.7%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은 같은 기간 126억달러(약 14조2400억원)에서 380억달러(약 43조원)로 연평균 44.5% 클 것으로 관측됐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를 2019년 310억달러(약 35조원)에서 2024년 1220억달러(약 138조원)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31.5%다. 기관마다 분류 기준이 달라 숫자는 상이하지만, 가파른 성장을 점치는 기조는 같다.

로봇에 명석한 두뇌 ‘AI’를 선물할 수 있게 된 기업이 시장에 내놓는 로봇의 종류도 다양해진다. 6월 16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홈 서비스 로봇 관련 특허 출원이 연평균 16% 증가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연평균 109건에 그쳤지만,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16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여전히 초기 형태인 청소 로봇 관련 출원이 가장 많긴 하나 출원 비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요리, 교육, 노약자 보조 등 청소보다 고차원적인 일을 하는 로봇 출원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대형 이슈는 기술 발전과 맞물려 로봇의 역할을 대폭 키워놨다. 감정 인식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선보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사카타 다이 최고사업책임자(CBO·Chief Business Officer)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비대면 시대가 열린 후 AI 청소 로봇 ‘위즈’ 구매에 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라고 했다. 미래학자인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회장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로봇·AI·자동화에 대한 거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했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로봇’을 입력하면 각계각층의 따끈따끈한 로봇 출시·도입 뉴스가 화면 가득 쏟아진다. 서비스 로봇은 물론 산업용 로봇 관련 소식도 연일 최신화를 거듭한다. 이 거대한 흐름은 패러다임의 변화일까, 한때의 유행일까. 일상의 모든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로봇의 존재는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코노미조선’의 이번 기획이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plus point

월마트 로봇 철수의 교훈
“로봇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기술 발전과 팬데믹 이슈로 로봇을 찾는 기관·기업·개인이 늘고 있지만, 로봇이 꼭 더 나은 상황을 제공하는 건 아니다. 귀감이 될 만한 사례는 미국 최대 소매 유통업체 월마트의 재고 확인 로봇 철수다. 월마트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난 수년간 자동화 기술을 받아들여 왔다. 2017년부터 매장에 도입하기 시작한 재고 확인 로봇은 월마트의 자동화 의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었다. 로봇 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에서 제공한 이 로봇의 임무는 월마트 매장 통로를 돌아다니면서 선반에 놓인 제품의 재고량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로봇이 매장 진열대의 재고 확인 자체는 준수하게 해냈지만, 배송·픽업 서비스를 요청하는 온라인 주문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온라인 주문이 접수되면 실시간으로 매장 진열대를 살피고, 품절 시에는 신속히 재고를 채워 넣는 일을 못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월마트는 일시 품절 사태를 수시로 겪어야 했다. 월마트는 결국 작년 말 로봇을 빼고 사람 직원을 늘렸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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